봄볕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오후,

나는 대산아파트를 지나

황지천 사잇길로 접어들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빛도,

공기마저도 투명하다.

하얀 담벼락에 붙은

풀미당골길 47이란 새길 주소가 보인다.

오래된 골목길을 지나

나는 숲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긴다.

'황지천 힐링아트 숲길'이라 적힌

작은 나무 문을 지나자,

바람결이 달라졌다.

초록이 막 올라오는 산길,

나무 계단을 오르니 숲 속이 한껏 가까워진다.

"황지천 힐링.아트 숲길"이라는

표지판이 길을 안내한다.

길은 황지천을 따라 천천히 이어진다.

걷는 내내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봄기운이 퍼진 오솔길을 걷는다.

길옆으로 진달래가 손을 내밀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보랏빛 꽃잎들이 참 곱다.

진달래 가지를 스치는 햇살,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꽃잎을 살짝 만져본다.

사르르 봄이 손끝에 닿는다.

숲과 황지천을 따라 이어지는 이 길,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걷게 된다.

숲 속 쉼터에 다다랐다.

나무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른다.

바람이 나뭇잎을 살짝 건드리고 지나간다.

멀리 부영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도시와 산, 사람과 자연이 맞닿은 풍경이다.

다시 걸음을 옮긴다.

길은 흙길과 데크길을 번갈아 이어진다.

아직 덜 오른 연초록 잎들이

머리 위를 가볍게 흔들며 반긴다.

조금 걷다 보니 솔잎이 가득 깔린 부드러운 길.

발바닥에 전해지는 촉감이 보드랍다.

풀숲에 민들레 하나가 노란 얼굴을 내민다.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길 가장자리를 밝히고 있다.

그 옆에는 조팝나무가

하얀 포도송이처럼 꽃을 피웠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봄날의 작은 축제 같다.

운탄고도 1330, 작은 기둥에 새겨진 글자.

이 길이 한때 광부들의 길이었다는 걸 문득 떠올린다.

오늘은 나에게, 아주 조용한 산책길이 되어준다.

"상장동 벽화마을 3.36km"

이 길을 따라가면 여성회관을 지나

상장동 벽화마을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3대림 아파트까지만 걷기로 한다.

길가에는 벚꽃이 진다.

하얀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려

길 위에 내려앉는다.

조심조심 그 위를 걸었다.

다시 만난 황지천.

강바람을 타고 갈대가 우수수 흔들린다.

봄날 끝자락의 부드러운 숨결을,

나는 두 손 가득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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