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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일 전
[블로그기자단] 더스페이스 138에서 예술을 즐겨보세요
글·사진: 블로그 기자단 이난희
송파구에서 가을을 가장 깊게 느낄 수 있는 곳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올림픽공원 주변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펼쳐진 거리를 지나 작은 갤러리인 '더스페이스 138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더스페이스 138은 지하철 5호선 방이역 4번 출구에서 올림픽공원 쪽으로 조금 걸어와 끄트머리에 있는 건물, JS CORP(제이에스코퍼레이션) 1층에 있습니다.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대한민국 핸드백 OEM 기업인데요. 회장님의 의지로 갤러리를 오픈했고 무료로 화랑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로비 옆에 화랑이 있는데요. 로비에는 곽남신 작가의 <신기루> 작품과 장 –마리 해슬리 작품인 <우주Ⅱ>가 있습니다.
로비에 있는 작은 회의실에도 곽남신 작가의 작품이 있습니다. <다트놀이>와 <아름답게 발가벗은 오늘 밤!>이라는 작품인데요. 형태만 있는, 그림자처럼 보이는 작품입니다.
로비 옆에 조성된 갤러리는 "더스페이스 138"로 현재 곽남신 작가의 회고적 개인전 <덫에 걸린 그림자>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시는 6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문의해 보니 당분간은 해당 전시가 지속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혹시나 곽남신 작가의 전시회가 마무리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쉬워했던 분들은 11월에도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으니 방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곽남신 작가는 한국 화단에서 ‘자유인’으로 잘 알려진 화가로 한국종합예술학교 미술원 명예교수입니다. 그는 겉 다르고 속 다른 현대미술의 속성에 대한 나름의 경계심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작품에 드러냈는데요. 더스페이스 138에서 선보인 작품은 1970년대의 자화상과 오브제 작품 등입니다.
갤러리 입구 정면에 걸린 2018년 작품 <진짜-가짜>는 시들어 껍질이 벗겨진 꽃봉오리들의 주검 같은 모습을 찍어 캔버스에 입힌 작품으로 17세기 바로크 시대 네덜란드의 바니타스 회화처럼 죽음이 항상 우리 삶에 상존하고 있다는 허망감을 독특한 구도로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설명을 읽기 전에 작품을 보았을 때 가을이라는 쓸쓸함, 덧없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죽음’이라는 것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예술을 하는 분이라 그런지 더 깊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갤러리 안의 작품을 둘러보기 전에 탁자에 놓인 곽남신 작가에 대해 적힌 책자를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나면 작품이 훨씬 이해하기 쉬워지는 느낌입니다. 1979년부터 45년 동안 그림자를 핵심 이미지로 다루어오며 ‘그림자 작가’, ‘그림자 회화’로 널리 알려진 그는 존재의 흔적인 그림자를 전면으로 끄집어냄으로써 실체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촉발하여 환영의 세계로 관람객을 끌어낸다고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전시된 작품이 대부분 그림자 형태를 띠고 있는데요. 그림자는 ‘의미가 함축된 상상적 이미지’로서 현실의 날 선 상태와는 거리를 둔 감각들과 감수성, 정서를 담아내며 궁극적으로는 의미의 완료가 아니라 개방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예술에 대한 지나친 이상주의를 경계하는 작가는 한국적 모더니즘과 민중미술 등 과거 대세를 이루었던 미술의 종교적, 정치 프로파겐다적 흐름뿐 아니라 기후변화, 전쟁과 테러, 인종차별 등과 같이 동시대 미술계를 휩쓸고 있는 거대 담론으로 관객들의 이해를 강제하는 양상들을 유머와 위트로 비틀어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2023년 작품인 <걷고 싶은 그림자>는 철에 우레탄으로 도색한 작품인데요. 해당 작품은 캔버스에 판화 기법을 사용해 검은 스프레이를 이용해 인물의 윤곽선만 드러내는 그림자 방식을 사용했다면 조형물에는 철을 사용해 검은색으로 도색해 그림자 형태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걷고 있는 사람의 그림자 모습이 되었는데 화랑 안의 조형물들은 대부분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1년 작품인 <매달린 사람(들)>과 <자신을 등에 업은 사람>은 캔버스에 아크릴릭으로 표현했는데요. 선으로만 표현한 형태의 작품입니다. 곽남신 화가의 작품을 보면서 그만이 가지고 있는 작품세계가 무엇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화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작품이 일관된 느낌이 들게끔 전시되어 있어서 곽남신이라는 화가를 처음 만나는 관람객이라도 '이 화가가 이런 작품을 추구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스페이스 138의 전시 작품들은 그림자 작가로 알려진 곽남신 화가가 그림자를 전면에 끄집어냄으로써 실체에 대한 상상력을 관객들에게 끌어내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작품들을 보면서 이 작품은 어떤 표현을 속에 담아냈을까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선과 윤곽으로 표현된 곽남신 작가의 전시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더스페이스 138에서 깊어지는 가을과 함께 예술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요.
더스페이스 138
위치: 서울 송파구 위례성대로 138
전시명: 곽남신 <덫에 걸린 그림자>
관람료: 무료
※ 본 기사는 블로그 기자단이 작성한 글로, 송파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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