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숭생숭한 봄을 잠재우기 위해 떠난 고성 문수암과 보현암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들어서면 어디로든 떠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숭생숭한 봄날, 잠잠히 지내기 위해 가족 모두가 떠난 곳이 고성 문수암과 보현암입니다.

진주에서 사천을 거쳐 고성으로 가다가 무이산이 보이면

덩달아 문수암과 보현암을 알리는 이정표가 들어옵니다.

무이산 품에 안기면 굽이굽이 올라가는 길이 힘들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부터 걸어서, 산행하는 이도 있지만

우리 가족처럼 승용차에 몸을 싣고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문수암 주차장에 도착하면 푸른 고성바다를 품은 바람이 무이산의 맑은 기운과 함께 우리를 감쌉니다.

덕분에 묵은내는 절로 날아가 버립니다.

굽이굽이 지나온 길 너머로 약사여래 불상이 보입니다.

덩달아 몸과 마음도 건강해지는 기분입니다.

가파른 길을 오르지만 이미 한달음에 산 정상으로 온 탓인지 힘들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주차장 한편에 화장실이 따로 있었는데

주차장이 넓어지면서 화장실은 경내로 옮겨져 있습니다.

가는 길에 저만치 발아래에 작은 불상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낙엽 사이로 고개를 내밀 듯 앉아 있는 불상들이 어서 오라고 반기는 듯합니다.

동백이 뚝뚝 떨어져 카펫처럼 올라오는 우리를 맞이합니다.

봄이 깊어져 가는 느낌입니다.

천불전에 들러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나오자, 햇살이 우리를 더욱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저만치 산들이 연둣빛으로 빛납니다.

너머의 바다는 더욱 푸른빛으로 일렁입니다.

“댕~그렁 댕~그렁”

바람에 장단 맞추듯 풍경 소리가 경쾌합니다.

일상의 시름을 잊게 합니다.

청담 선사 부도비를 지나 전망대에 이릅니다.

180도 사방팔방 시원한 풍경이 눈을 맑게 합니다.

내 안의 묵은 때를 씻습니다.

문수전으로 올라갑니다. 문수전에서 문수보살께 예를 올립니다.

뒤편에 바위틈 사이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곳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금 두 손을 모읍니다.

문수암은 창건 전설에 따르면

‘706년(성덕왕 5) 의상(義湘)이 창건했습니다.

의상 대사가 남해 금산으로 기도하러 가는 중에

꿈속에 노승을 나타나 내일 아침에 걸인을 따라

무이산으로 먼저 가보라고 일러주었다.

날이 밝자 걸인을 따라 무이산으로 갔는데

두 걸인과 새로 나타난 걸인이 바위 사이로 사라졌다.

석벽 사이로 문수보살상만 보였습니다.

꿈속의 노승이 관세음보살이고

두 걸인이 문수와 보현보살임을 깨달은

의상 대사는 문수암을 세웠다.’

라고 합니다.

삶의 지혜를 얻은 듯합니다.

달곰한 풍경을 덤으로 얻고 맞은 편 아래에 있는 보현암으로 향했습니다.

승용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해동 제일 약사 도량(海東第一藥師道場)>이라 적힌 일주문으로 걸음을 옮기면

먼저 주차장에서 먼발치로 뵈었던 약사여래 불상이 더욱 가까이 다가옵니다.

아픈 중생을 제도하는 약사여래불의 품으로 성큼성큼 다가섭니다.

내 안의 온갖 번뇌와 잡념이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약사전(藥師殿)에 들어서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 올라 3층 높이에 이르면

바로 볼 수 없을 정도로 큰 약사여래 불상을 만납니다.

저만치 지나온 문수암이 보입니다.

먼 듯 가까운 문수보살의 기운을 얻습니다.

어딜 둘러봐도 푸릇푸릇한 풍경이 와락 우리에게 안깁니다.

약사여래 불상 주위로 경전을 옮긴 종들이 있습니다.

종을 굴립니다. 하나씩 돌리면서 바람을 오가는 바람에 띄웁니다.

푸른 물결의 빼어난 고성 자란만 자태가 손에 잡히는 듯합니다.

봄 햇살 아래 시리도록 푸른 고성 바다와 연둣빛 무이산자락이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심숭생숭한 봄, 어디로 떠날지 고민이라면 고성 문수암과 보현암으로 내일이라도 당장 떠나보면 어떨까요?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이 잠시라도 머문 우리에게 숨 고를 여유로운 풍경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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