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읍성이 왜구의 침입을 막기도 했지만

천주교 신자들을 박해했던 곳이라는 점도 새롭네요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 491


전국에 많은 읍성가운데 아담하게 잘 가꿔진 곳이 해미읍성이란 입소문을 듣고 오늘은 충남 서산 해미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가을 단풍이 짙어지는 가로수의 호위를 받고 울긋불긋한 먼 산을 바라보며 달리는 내 가슴은 푸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해미읍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 해미읍성 외곽모습

해미읍성은 조선시대 충청도의 전군을 지휘하던 병마절도사영성이었다고 합니다. 이 성은 고려 말부터 침입이 잦았던 왜구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 덕산에 있던 충청병마도절제사영을 해미로 옮기면서 1417년부터 쌓기 시작해 1412년에 완공되었데요. 성곽 둘레는 1500m이며 높이 5m로 적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성 주변에 탱자나무를 심었다 하여 ‘지성’이라고도 불렸다고 합니다.

▲ 해미읍성 외곽모습

주출입구의 진남문에 들어서자 근엄한 수문장이 우리를 반겼습니다. 진남문은 잘 다듬어진 돌로 만든 반원형의 홍예문이고, 이곳의 성도 마을단위로 일정부분씩 맡아 쌓았다고 하며 성 밖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파 경계로 삼았던 구덩이인 ‘해자’도 발굴조사를 통해 북쪽 일부를 복원했다고 하네요.

▲ 진남문

진남문을 들어서자 해미읍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드넓은 잔디밭에 아이들이 뛰어놀고 단체로 방문한 유치원생들과 어른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 내부 전경

이곳은 1662년까지 230여 년간 병마절도사영의 기능을 하였지만 병마절도사영이 청주로 옮겨간 후 해미 현감이 겸영장(지방 수령이 각 지방의 군사를 통솔하는 일을 겸했던 무관)이 되면서 해미읍성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그때 당시 왜구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사용되었던 각종 무기류들이 전시되어 있네요.

▲ 전시된 무기류

읍성 내에 커다란 회화나무가 한그루 서 있는데요. 왜구들의 침입을 막기도 했지만, 1790~1880년대 옥사에 갇혔던 천주교 신자들을 끌어내어 이 나무의 동쪽으로 뻗어 있던 가지에 철사 줄로 머리채를 매달아 고문하였으며 철사 줄이 박혀있던 흔적이 현재까지도 희미하게 남아있다고 합니다. 충청도에서는 이 나무를 호야나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 천주교 신자들을 고문할 때 사용했다던 회화나무

해미읍성은 우리나라의 천주교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1790년부터 100여 년간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을 국사범으로 규정하여 옥사에서 투옥 및 처형을 했고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도 이 곳에서 옥고를 치르고 순교했다고 전해집니다. 1935년 간행된 ‘해미순교자의 약사’의 기록을 토대로 복원했다는 ‘옥사’입니다.

▲ 옥사 모습

한쪽에는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복원되어 있고 집안의 주방이라 할 수 있는 솥단지가 걸려있는 모습이 참 정겹게 다가옵니다. 그 옆으로 전통혼례를 할 수 있는 장소까지 마련되어 사전 신청을 하면 전통혼례를 올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전통혼례시설

동헌은 병마절도사를 비롯한 현감겸영장의 집무실로 사용되었던 ‘동헌’이 보였습니다. 영장은 도적이나 반락세력을 토벌하는 토포사의 임무도 맡았고 인근 12개 군, 현의 병무행정과 토포사를 겸했으므로 이곳은 조선후기 천주교 박해시기에 내포지역의 신자들이 끌려와 죽임을 당하는 순교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해미읍성에는 병마절도사와 겸영장이 집무하던 동헌을 비롯해 관아와 객사 등이 꽉 들어차 있어 장관이었다고 하네요.

▲ 병무절도사 및 현감겸영장의 집무실 동헌

이곳은 1579년 이순신 장군이 군관으로 10개월간 근무한 적도 있고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해미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시를 남기기도 했다고 하네요. 1910년 읍성 철거령에 따라 시설물은 모두 철거되었고 성안으로 민가가 들어서면서 옛 모습이 거의 사라졌지만 1973년부터 정비에 들어갔고 1997년부터는 발굴이 이루어져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고 합니다.

▲ 병마절도사아 현감겸영장의 집무실

해미읍성에서 자연을 벗 삼아 한참을 돌아보니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특히, 전통가옥의 뒤뜰을 바라보니 참 정겹다는 생각도 들고 옛날 시골에 살던 추억들도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한옥은 더 아름답고 언제나 나를 포근하게 안아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 한옥의 정취

읍성을 구경하고 나오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우리가 찾았던 날은 햇볕도 따뜻하고 나들이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라 관람객들이 많았습니다. 마차를 타고 한 바퀴 둘러보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았고 구경하고 밖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모두 행복한 표정이었습니다.

▲ 관람객 모습

해미읍성

○ 충남 서산시 해미읍 남문2로 143

○ 입장료/주차장 : 무료

○ 방문시간 : 매일 06:00~19:00

* 취재일 : 2024년 11월 9일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현강 류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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