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주회가 잘 끝났다는 것보다 곡마다 완성도 있게 연주한 것 같아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또한 이번 곡들이 한국음악의 클래식 분위기이었기에 관객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데도 몰입해 감상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만큼 관객들이 한국 음악에 대한 이해도와 음악을 감상하는 수준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인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에 관객들은 수많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제51회 정기연주회 ‘아르누보 Ⅱ’ 공연

지난 10월 10일,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2024 관현악단 제51회 정기연주회 ‘아르누보 Ⅱ’ 공연을 개최했습니다.

‘아르누보’ 공연은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의 시그니처(signature) 프로그램입니다. 아르누보는 ‘새로운 예술’이라는 의미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다는 취지에서 이름을 정했습니다.

전주시에 위치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지난해 처음으로 ‘아르누보’ 공연이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되었습니다. 2023년 제50회 정기공연 ‘아르누보Ⅰ’ 때 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시 ‘적벽’, 판소리 협주곡 ‘저 멀리 흰 구름 자욱한 곳’, 춘향가와 함께 선보이는 발레리노와 한국무용가의 2인 무 등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판소리와 서양의 교향시를 접목한 ‘판소리 교향시’라는 새로운 장르 음악들을 선보였습니다.

2023년부터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의 '아르누보' 공연 (출처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어디서 볼 수 없는 색다른 시도에 관객들은 깜짝 놀람과 동시에 즐거워하며 성공리에 첫 공연이 마무리되었지요.

지난해 성공적인 무대 덕분인지 올해도 수많은 시민들이 관현악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찾았습니다.

‘아르누보 Ⅱ’ 팸플릿

공연 전에 프로그램을 살펴보는 시민들

약 1시간 전부터 점점 모여든 시민들은 공연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아르누보Ⅰ’ 공연을 관람했다는 한 시민은 “작년 공연이 매우 좋아서 올해도 공연 소식을 듣고 예매했다. 이번에는 어떠한 무대를 펼칠지 궁금하면서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신설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공연 여권

한편,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한켠에서는 여권에 도장을 받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은 공연을 사랑하는 도민들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 ‘K-뮤직 공연여권’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공연 여권에 관계자로부터 스탬프를 받고 있는 시민

공연 여권 서비스에 관심을 나타내는 시민들

지난 4월에 신설된 공연 여권 제도는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공연을 볼 때마다 스탬프 인증을 받는 것으로 일정한 관람 회수를 채우면 소정의 기념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연 여권은 창극단·관현악단·무용단·어린이예술단 정기공연은 물론, 상설·기획공연 등 국악원이 주관하는 공연에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지요.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계자는 “많은 도민들이 신청해주고 있다. 수준 높은 도립국악원 공연도 보고 인증 기념도 하고 선물도 받아 가길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포토존

제51회 정기공연 ‘아르누보 Ⅱ’ 무대는 4개 곡이 펼쳐졌습니다. 첫 번째로 선보인 곡은 메나리토리에 의한 국악관현악 ‘감정의 집(House of Emotions)’이었습니다. 2017~2018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상주 작곡가로 활동한 최지혜 작곡가가 지은 곡으로, 한국의 크고 작은 강이 갖는 생명력과 정화의 이미지를 서사적으로 펼쳐낸 곡입니다. 임진강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작품은 한 민족의 생명력의 근원인 동시에 정화의 공간이 되어온 강을 때로는 서정적으로, 때로는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지요.

대금과 피리를 위한 협주곡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

대금과 피리를 위한 협주곡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 (출처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대금과 피리의 선율이 관객의 귀를 황홀케 했다

이어 대금과 피리 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대금과 피리를 위한 협주곡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은 거문고 중심의 줄풍류 ‘영산회상(靈山會上)’을 향피리 중심의 관현악곡으로 변주한 정악곡 ‘평조회상(平調會相)’을 바탕에 둔 곡입니다.

협연으로 대금은 임재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피리는 임규수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지도단원이 맡았습니다.

수궁가

수궁가 무대 (출처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다음 2개의 무대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선보인 곡들로 꾸몄습니다. 세 번째 순서인 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시 ‘수궁가(작곡 김은혜)’는 판소리 수궁가의 여러 대목을 서양 춤곡 리듬과 접목해 왈츠, 룸바, 삼바, 탱고 등 다양한 춤곡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무용가 3명(한국무용 1, 발레리나 1, 발레리노 1)이 관현악단 선율에 맞춰 다채로운 춤사위로 표현했습니다.

무용가 3명이 관현악단 장단에 맞춰 춤사위를 표현했다 (출처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예를 들어, 별주부가 토끼 간을 구하러 육지로 가지 전에 노모와의 이별을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룸바’로, 별주부가 육지에 이르러 날짐승과 길짐승들이 서로 다투는 부분에서는 ‘삼바’ 리듬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장면에 따라 춤과 리듬 속도도 달라졌습니다. 별주부가 토끼를 유인한 장면에서는 진양의 느린 장단과 느린 탱고 리듬으로, 마지막에 토끼가 육지에 이르러 기지를 발휘해 탈출하는 장면에서는 자진모리장단과 빠른 탱고 리듬이 사용되었습니다.

칸타타 '맥베스'

현악, 합창 그리고 소리를 위한 칸타타 ‘맥베스’ (출처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피날레 무대를 맡은 관현악, 합창 그리고 소리를 위한 칸타타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맥베스를 바탕으로 국악관현악과 칸타타의 융합을 통해 새롭게 창작된 위촉 세계 초연곡입니다.

칸타타 맥베스는 인간의 욕심에 경종을 울리는 셰익스피어의 메시지를 Ⅰ- 지옥이여, Ⅱ - 어둠의 음모, Ⅲ - 불길한 환영, Ⅳ - 마녀의 동굴, Ⅴ - 최후의 순간 등 5곡 구성으로 원작의 분위기를 연기 없이 오롯이 음악으로 서사를 전달했습니다.

무대의 깊이를 더하면서 새로운 시도와 더불어 더 몰입할 수 있도록 국악 소리꾼과 성악가들 그리고 합창단까지 나섰습니다.

판소리, 정가, 소프라노, 바리톤이 모여 환상의 하모니를 선보였다 (출처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박주영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상임단원(정가/맥베스부인), 정동환 성악가(바리톤/맥베스), 신은혜 성악가(소프라노/마녀), 이세헌(판소리/맥더프) 창극단원이 사중창으로, 전주시립합창단이 웅장한 메시지로 무대를 가득 메웠습니다.

특히, 곡의 마지막이 압권이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맥더프의 탄식으로 시작해 음모로 빼앗긴 왕권을 되찾기 위한 저절한 절규가 판소리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모든 캐릭터들의 사중창으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고 전주시립합창단의 울림이 새로운 왕의 탄생을 기원하고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맥베스의 최후를 알렸습니다.


모든 공연이 마무리되자 관람객들은 함성을 지르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인터미션 없이 약 100분간 진행된 공연은 금세 시간이 흐를 정도로 몰입했고 여운이 남았습니다.

친구와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는 시민은 “전주에서 이렇게 높은 퀄리티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또 다른 시민은 “인터미션 없이 긴 시간 동안 공연을 몰입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이 공연이 얼마나 뛰어난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용탁 예술감독 인터뷰

공연 이후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이용탁 예술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이번 ‘아르누보 Ⅱ’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공연에 대한 총평 또는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A. 작년의 정기공연 ‘아르누보Ⅰ’ 에 이어서 이번 작품 또한 쉽지 않은 곡들과 초연되는 곡들로 무대에 선보였습니다, 이번 연주회가 잘 끝났다는 것보다는 곡마다 완성도 있게 연주한 것 같아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또한 곡들이 한국음악의 클래식 분위기이었기에 관객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몰입해서 감상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만큼 관객들이 한국 음악에 대한 이해도와 음악을 감상하는 수준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Q. 이런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떤 점을 중점으로 두었는지, 공연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국악관현악의 고정 레퍼토리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것이 판소리 5대가를 교향시로 만드는 작업과 한국음악으로 듣는 합창교향곡 및 칸타타입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적벽 교향시, 춘향교향시 그리고 합창교향곡 아리랑을 선보였습니다.

이번에는 수궁 교향시와 4중창과 대합창으로 이루어진 칸타타 맥베스 작품을 위촉해서 무대에 올렸으며, 내년에는 심청 교향시를 올릴 예정입니다.

전라도하면 서양음악보다는 우리의 음악이 자리 잡기를 누구보다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레퍼토리가 필연적으로 요구됩니다. 무조건 우리 음악이니까 보러 오라고 할 수는 없지요. 도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많이 있어야 하고요. 그중에서도 전라도와 도립국악관현악단만을 대표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절실합니다. 그것도 판소리와 전통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국악관현악의 역사가 서양음악에 비해서 길지는 않지만 한국음악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 그리고 외국에서도 대한민국 하면 연주하고 싶은 고정 레퍼토리의 작품들이 많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작업들이 한국음악의 고장인 전북 그리고 저희 관현악단에서 생산하고 싶은 절실한 마음에 이렇게 무대를 선보이는 것입니다.


Q.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해 ‘아르누보Ⅰ’ 보다 줄어든 4개 곡이 펼쳐졌습니다. 곡 수는 줄어들었지만 좀 더 밀도 높은 공연이 이뤄진 것 같은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작년에 이어 이번 작품들도 곡마다 줄거리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작곡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창작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좀 더 밀도 있는 이야기를 풀어가려면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단편소설을 쓰느냐 장편소설을 쓰느냐의 차이점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국악관현악의 평면적인 패러다임을 깨고 혁신적인 변화를 선도하는 관현악단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적인 공연을 시도했다‘ 라고 이용탁 예술감독님이 작년에 말씀하셨듯 이번 공연에서도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도전적인 무대가 이뤄졌습니다. 판소리 수궁가의 여러 대목들을 서양춤곡 형식들을 접목시킨 부분 또한 맥베스를 통해 국악관현악과 칸타타의 융합 등 새로이 창작된 요소들이 많았는데요. 어떻게 이러한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공연물은 각 단체마다 조금씩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무대에 올립니다. 보통의 연주 단체는 주어진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 되고 기존의 곡들을 많이 연주하게 됩니다. 저 또한 정기연주회를 제외한 다른 공연들은 주어진 무대에 공연을 하고요.

그러나 정기공연은 조금 색다르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작품 속에 내재된 부분들을 무대에서 시, 청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음악 감상에 큰 도움은 물론 작품의 이해도가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새롭게 고정 레퍼토리로 만들어 선보이는 만큼 신중함은 물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품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작품은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곡가와 많은 대화를 통해 작품을 올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수준 높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 잡기 위한 작업이라 생각하기에 뿌듯함이 동시에 교차됩니다.

저희 관현악단에서 만들어지는 작품이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하고 지금의 작품들을 선보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과 고민 그리고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Q. 인터미션 없이 100분간 공연이 펼치셨는데 힘들지 않으셨나요?

A. 사실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완성도 있는 앙상블을 통해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고 싶은 생각이 더 지배적입니다. 그래야 다음 공연에 기대를 갖고 또 오지 않겠어요?^^ 그렇다 보면 저희 악단에 고정 관객으로 자리를 잡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실망시키지 않고 사랑받는 관현악단으로 꼭 자리 잡기를 기대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벌써 다음 ‘아르누보’ 공연을 기대하는 도민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전해주세요.

A. 도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 많은 고민과 생각으로 내년에도 좋은 작품으로 꼭 선보이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희 도립국악원은 3개의 공연단체(관현악단. 창극단. 무용단)와 교육목적의 교수부로 이루어졌습니다. 각 단체마다 도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을 물론 수준 높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 단원들의 구슬땀으로 힘들게 제작되고 있다는 점을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응원 부탁드립니다.



글, 사진=김진흥 기자

사진 제공 =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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