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경상남도 온라인 홍보 명예기자단 김종신


역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창고가 박물관입니다. 경상남도 18개 시군에는 저만의 이야기 창고가 있습니다. 이야기 창고를 돌아다니면 선조들의 삶을 엿보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인 통도사(通度寺)를 떠올리면 괜스레 마음이 먼저 평안해집니다. 경부고속도로 통도사 나들목을 빠져나와 해발 1,059m의 영축산으로 향하는 길은 넉넉합니다. 옛 매표소에서 통도사로 향하는 길은 차도와 인도로 나뉘어 있습니다. 시간 여유가 더 있다면 걸어서 사찰에 이르는 1km의 소나무 숲길, ‘무풍한송(舞風寒松)길’을 걸어보면 더욱 좋습니다. 춤추듯이 불어오는 바람에 노송이 차가운 기운을 머금고 우리를 반기는 길입니다. 아쉽게도 차를 끌고 주차장까지 곧장 향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작은 개울을 건넜습니다. 부도(浮屠) 원을 지나 통도사 입구에 있는 성보(聖寶)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개울을 곁에 한 까닭에 흐르는 물소리가 걸음도 가볍게 합니다. 통도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들러도 좋지만 나름 문화유산 답사를 핑계로 나온 까닭에 첫머리에 박물관을 먼저 들렀습니다.

통도사성보박물관은 이곳의 개관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개관까지 30여 분이 남았지만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박물관 뜨락에 있는 각종 유물이 눈길과 발길을 이끌기 때문입니다.

먼저 올라가는 게 단 양쪽에 해태상은 물론이고 그 옆에서 숨은 듯 보이는 돌 형상이 있습니다. 안내 표지판도 없지만 사악한 기운은 막아낸다는 해태를 닮았습니다. 이들 곁을 지나면 12지신을 새긴 돌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석조 금강 역사상 등을 둘러보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받쳐 들고 나와 벤치에 앉아 해바라기합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마치고 박물관에 들어갑니다.

신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고 들어서자 712cm의 충남 예산 대련사 괘불 탱화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가섭존자와 아난존자가 있고 아래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올려다보는 우리를 내려다봅니다. 절로 두 손이 모이게 합니다.

탱화를 모신 위 천정으로 시선을 좀 더 옮기면 꽃들이 쏟아질 듯 아름답고 화려한 단청 문양 등이 보입니다. 양쪽 용들의 용트림이 아니더라도 천상으로 향하는 듯 마음이 상쾌해집니다.

박물관은 크게 4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층에 통도사 역사실과 기증 유물실이 있고, 2층에는 불교 회화실과 기획 전시실이 있습니다. 천천히 왼편 역사실로 들어갑니다. 목조동자입상이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옆에 있는 목조동녀입상은 왠지 뚱합니다. 전시대 벽을 사이에 두고 두 남녀 입상의 표정이 다릅니다. 그래서 더욱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목조 입상을 지나면 통도사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물이 우리를 인도합니다. 이어서 전패가 나옵니다. 왕비의 수명을 기원하는 새긴 전패에서 숭유억불을 시행하면서도 부처님께 의지하고자 했던 조선 왕실의 바람도 엿볼 수 있습니다.

통도사 축소 모형을 찬찬히 봅니다. 통도사는 영축산 품에 동서로 안겨 있습니다. 일주문부터 천왕문, 불이문까지 각 전각이 높낮이를 따로 하고 있습니다.

통도사 경내를 둘러본 듯 축소 모형을 보자 전시실 한쪽에서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이끄는 종이 있습니다. 조선 숙종 12년(1686년), 당시 범종 장인인 비구 승려 사인(思印)이 만든 높이 159㎝, 무게 1,200㎏의 동종입니다.

300년이 넘는 동안 범종각에 매달려 울렸던 종입니다.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고리인 용루에 균열 등이 생기면서 훼손 우려가 높아 2007년 복제품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 주고 박물관으로 옮겨왔습니다.

동종에게 눈을 떼고 걸음걸음 옮길 적마다 통도사에 있던 불교 문화유산이 우리 앞에서 걸음과 눈길을 멈추게 합니다.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15년(646)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刹)로 1,400여 년 동안 함께한 역사의 무게 덕분에 우수한 성보 문화재 3만여 점을 소장한 박물관의 고갱이들만 우리 앞에서 펼쳐져 있습니다. 쉽게 걸음을 옮길 수 없습니다.

그러다 스님들의 발우 앞에서 잠시 멈춥니다. ‘이 식사가 있기까지 공이 얼마나 든 것인가를 생각한다’라는 게송에서 음식 투정하던 자신을 돌아봅니다.

‘슌티 三년’이라고 쓴 철기와는 다시금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꼭꼭 붙잡습니다.

이 절을 창건한 자장율사와 순교한 환선당 지안 대사의 진영(眞影) 앞에서 살아온 삶을 엿봅니다. 은제 도금 아미타여래삼존상을 뵈며 굽힌 허리에 다시금 손이 두 손으로 모여집니다. 볼거리 많아 걸음을 옮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겨울 1층 전시실을 나와 2층으로 향하자 더욱 걸음을 옮기기 어렵게 유혹하는 불교 그림들이 펼쳐집니다.

영산전 석가모니후불 탱화를 비롯해 극락보전 아미타후불 탱화, 대광명전 삼신불 탱화 등 부처님들을 뵈니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마음이 더욱 경건해집니다. 영산전 팔상탱화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출가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만납니다. 태자가 태어나자, 하늘에서 아홉 용이 물을 뿜어 씻기고 여러 천신이 기뻐하는 그림에서 통도사 창건 설화를 떠올립니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불법을 배우고 통도사를 지을 당시에는 통도사 터는 큰 연못이었다고 합니다. 이 못에는 아홉 마리의 용이 살고 있었는데 스님께서는 마음을 가다듬고 주문과 경을 읽으며 아홉 마리의 용들에게 조용히 이 못을 떠나달라는 척했습니다. 용들이 응하지 않자 스님이 법력으로 용과 결투를 벌였다고 합니다. 달아나던 용 중 세 마리 용이 커다란 바위에 부딪혀 죽은 곳이 용혈암이라고 합니다.

영산전 견보탑품 벽화 모사도를 돌아 기획 전시실로 향했습니다. 이곳에는 '제9회 옻밭아카데미 회원전'이 12월 29일까지 열리고 있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인 성파 스님 지도로 옻칠 그림을 그려온 회원 50여 명이 참여해 작품 70여 점을 선보이고 있어 국가 문화유산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가볍게 구경했습니다.

박물관을 나와 통도사를 찬찬히 둘러보았습니다.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을 탑돌이 하듯 돌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대 불교 유물 자랑하는 성보박물관도 둘러보고 영축산 자락에 안긴 불국토 통도사가 전하는 감동도 담아왔습니다.

통도사성보박물관

✅ 주소 :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로 108

⏰️ 운영 시간 : 화~일 09:30~17: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관람료: 무료

📞 문의 : 055-38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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