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 신나는

토요마을학교

익산시 왕궁면에는 '온 마을이 함께 키우는 행복한 아이들'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왕궁 신나는토요마을학교'가 문을 열었습니다.

주민이 지역사회 어린이·청소년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틈새 돌봄을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아이디어를 모아 공모사업에 지원하였습니다. 2024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주민참여 사업으로 선정되어 예산 지원을 받아 준비과정을 거쳐 드디어 개교하게 되었습니다.

'왕궁 신나는토요마을학교'가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어느 날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하루아침에 이루진 사업은 아니라고 합니다.

왕궁면에는 2018년부터 사계절 영농체험학습을 해온 '생명이 꼬물꼬물 논배미 학교'가 있습니다.

학교도, 교실도 없는 논배미 학교의 머슴은 한 청년 농부입니다.

그는 지난 7년간 이리남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어린이들의 영농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였다고 합니다.

'왕궁 신나는토요마을학교'는 '생명이 꼬물꼬물 논배미 학교'가 몸집을 불려 보다 많은 어린이·청소년이, 더 다양한 체험을 경험하며,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라길 염원하는 주민 참여형 교육공동체입니다.

#생명이 꼬물꼬물 논배미 학교

2018년 봄, 이리남초등학교는 처음으로 한 해 농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익산시 농민회 왕궁지회와 이리남초등학교가 '어린이 영농교육 지원 MOU'를 체결, 농민회원들이 재능 기부로 연간 인력지원을 해주기로 약속하면서 실천 가능한 사업이 되었습니다. 이리남초등학교는 논을 빌려 모를 심고, 가을에 추수하여 쌀을 생산하는 과정을 배우는 '생명이 꼬물꼬물 이리남 논배미 학교'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약속만큼 재능기부를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농번기에 인력을 빼서 아이들의 모내기와 추수를 돕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까지는 남은 인력들을 모아 꾸려나갈 수 있었으나 일손이 하나, 둘 줄어들면서 급기야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나서주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 누군가'가 되어 준 사람이 청년 농부 임정환 씨입니다, 마침 그는 귀농 2년 차 병아리 농부였습니다, 그는 2020년부터 5년째 '생명이 꼬물꼬물 이리남 논배미 학교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생명이 꼬물꼬물 이리남 논배미 학교 프로젝트'를 7년간이나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청년 농부 정환 씨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청년 농부 임정환

청년 농부 임정환 씨/ 그는 어린 시절 지역 어른들이 만들어 준 '왕궁 신나는토요학교'를 기억합니다. 이젠 어른이 되었으니 자신이 어른들로부터 받은 것을 아이들에게 돌려줄 차례라고 말하며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애초 교육사업으로 시작한 일입니다, 2년만 하고 끝내기엔 너무 아쉬웠어요."

"아이들이 논바닥에서 넘어지기도 하면서 진흙과 찐한 사랑싸움을 한바탕 치르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발걸음을 척척 옮기면서 모심기에 몰두하죠. 살짝 다가와서 감사하다고 특별히 인사를 챙기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 혼자라도 해봐야겠다 싶은 고집(?)이랄까? 뚝심? 이런 것이 생겼어요. 그래서 계속하겠다고 작정했습니다. 말이 혼자지……. 못하겠다던 어르신들도 계속 도와주시긴 했어요."

#왕궁 신나는토요마을학교

그의 뚝심으로 키워 온 '생명이 꼬물꼬물 논배미 학교'는 이제 몸집을 불려도 좋을 만큼 영농체험학습으로 틀을 잡았습니다.

2023년, 2024년 2년째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주민자치참여 사업에 선정되며 욕심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왕궁 신나는토요마을학교'라고 합니다.

"제 농장 이름은 '왕궁촌놈농장'입니다, 저는 왕궁 초등학교, 왕궁 중학교를 졸업했어요. 학교 다닐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촌놈'이었어요. 선생님들이 <이 촌놈들>이라는 말씀 하실 땐 모멸감을 느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촌놈'이라는 말에 정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귀농할 때 아예 농장 이름을 지어서 귀농했습니다, "

​왕궁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고향으로 귀농했다.

"제가 중학교 다닐 때 왕궁엔 '왕궁 신나는토요학교' 가 있었어요."

"그때 주 5일제 수업을 실시하면서 우리 촌놈들은 그저 하루 더 노는 게 일과였어요. 그때 지역사회 어른들이 모여서 '왕궁 신나는토요학교'를 만들었어요. 저는 당시 중학생이었기 때문에 신나는 토요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어린 소견에도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면서 아이들이 유익한 토요일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지역 어른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제가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받았던 것을 이제 저도 어른이 되었으니 아이들에게 돌려줘야지요. 그래서 시작한 일입니다.“

문화생활에도 '부익부 빈익빈(富益富貧益貧)'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도시 사람들에 비해 농촌 사람들이 느끼는 문화 결핍은 상당합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정환 씨는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문화적 충격을 느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고등학교 입학식 하던 날 학생 수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어요."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 늘 뒷전으로 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골 아이들은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여전히 도시 아이들에 비해 경험이 부족해요. 경험이 자산이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작년에 왕궁면에 주민복합문화공간과 체육관이 생겼습니다."

"물론 어른들도 문화생활을 즐겨야 하겠지만 저는 아이들이 여기서 뭔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왕궁 신나는토요마을학교'입니다, 제가 그동안 운영해 온 '생명이 꼬물꼬물 이리남 논배미 학교 프로젝트'에다 어릴 적 마을 어른들이 만드셨던 '신나는 토요학교'를 얹어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꿈꿔온 것이 하나 만들어지더라고요."

#왕궁 신나는토요마을학교 모내기 체험

지난 6월 14일엔 이리남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생명이 꼬물꼬물 이리남 논배미 학교'가,

6월 15일엔 지역사회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하는 '왕궁 신나는토요마을학교 모내기 체험'이 왕궁면 들녘에서 열렸습니다.

신나는 왕궁토요마을학교 모내기 체험

프로그램 일정표

#논배미 학교 현장 스케치

아이들은 처음엔 논으로 들어가기를 꺼려 합니다. 하지만 오감놀이로 논바닥과 충분히 친해진 다음엔 두려움도 사라집니다, 현장에서 경험하는 하나하나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논배미 학교 농민 교사 임정환 씨의 모내기 체험 지도 현장

아이들의 손 모내기 다음엔 이앙기 모심기 시연이 있었습니다. 한 아이의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선생님, 기계가 우리보다 더 잘 심는데 왜 우리한테 이런 걸 시켜요?"

아이의 입장에선 이런 현장학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 눈치입니다.

모내기 체험학습 목적에는 기후 위기 대응 교육에도 한몫합니다, 2050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교육입니다.

이리남초 아이들이 간식을 받아먹을 그릇으로 집에서 사용하던 도시락을 챙겨왔습니다, 개중 한 둘을 제외하곤 모두 챙겨왔습니다.

어린이 여러분을 칭찬합니다.

왕궁 신나는토요마을학교 모내기 체험 교육의 기대 효과를 물었습니다.

"점심은 논두렁밥입니다, 원래는 논두렁에 앉아서 먹었어요."

"그전엔 큰 함지박에 밥과 갖은 야채를 넣고 골고루 비벼서 함께 나누어 먹었어요. 코로나 이후 방법을 바꿨지만 저는 그냥 여전히 논두렁 밥이라고 불러요. 아이들이 두 번씩 가져다 먹곤 해요. 집에서 저렇게 야채만 주면 밥을 먹을까요? 힘들게 일한 다음 먹는 밥맛을 경험해 보는 것도 일부러 하지 않으면 아마 앞으로 한 번도 못해 볼 경험이 아닐까요?"

그는 아이들이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기아 문제와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리남초등학교에서는 플리마켓을 열어 수확한 쌀을 판매한 수입으로 이웃 돕기도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참여교육은 어릴 때부터 몸에 익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그는 마을학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작은 사회에서부터 점점 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귀농한지 8년 차입니다, 저도 이젠 아빠가 되었어요. 그러면서 육아와 교육에 관심이 더 커졌어요. 육아하기 좋은 마을을 만들면 젊은이들이 스스로 찾아서 들어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마을학교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왕궁면에는 '디딤돌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저는 왕궁면 기초 생활 거점사업 사무장으로 지난 5년간 일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활동했습니다, 덕택에 이렇게 멋진 공간도 생기고, 협동조합도 만들었습니다, 왕궁 신나는토요마을학교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디딤돌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공익사업 중 하나일 뿐입니다. 살기 좋은 세상은 주민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왕궁면 주민복합문화공간 닮에서 열린 왕궁 신나는토요마을학교(익산시 왕궁면 왕궁로 500)

왕궁 신나는토요마을학교 운영이 도농 간의 문화격차를 줄여줄 수 있는

'학교 밖 학교'로 자리매김하길 응원하겠습니다.



글, 사진=권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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