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열 기자]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전지적 백남준 시점》 전시 중

백남준아트센터 ⓒ 윤재열 기자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전지적 백남준 시점》 기획 전시회가

4월 10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열린다.

전시회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백남준 중심이다.

백남준의 눈으로 백남준의 작품을 감상한다.

백남준이 비디오로 펼쳤던 시간에 대한

실험에 다가간다.

백남준은 20세기 비디오 아트의 세계를 개척한

세계적인 예술가다.

전위예술 퍼포먼스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만나면 낯설다.

예술을 이해하려고 매달리는 관객은

작품 앞에서 다소 머뭇거리게 된다.

<TV 정원> ⓒ 윤재열 기자

백남준 작품을 쉽게 이해하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기회

이번 전시는 그런 걱정을 덜게 한다.

전시 중심에 있는 백남준 인터뷰 영상이

관객의 마음을 열게 한다.

전시장 작품과 비디오는 관람객들이

백남준의 예술 세계에 부담 없이 다가서게 한다.

백남준은 당시 시대적으로 낯선 장르였던

비디오 아트를 설명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친절하게, 때로는 재치 있게

비디오를 그림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하고,

묵묵히 전자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전시장 내부 ⓒ 윤재열 기자

전시장 내부 ⓒ 윤재열 기자

비디오 작품 중에

‘독일 ARD 텔레비전과 브레멘 미술관의 회고전에

맞추어 인터뷰하는 백남준, 1999년’이 있다.

여기에서 “현실을 재현하는 것은

제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은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표현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상아 학예사는

“전시장에는 작품 소스 영상들도 있고,

백남준이 인터뷰한 영상들이 있다.

특히 인터뷰 내용을 잘 들어보면

백남준의 예술 인식과 작품의 표현 의도와 방식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라며,

“이번 기회로 관람객들이 백남준의 작품을

쉽게 이해하고 친근하게 다가섰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했다.

<TV 물고기> ⓒ 윤재열 기자

낯선 상황을 끌어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예술

여기 열두 개의 달이 있죠?

시간은 보이지 않아요.

나는 시간을 눈으로 보게 하고,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백남준, 〈비디오 갤러리 Ⅲ〉 인터뷰, 1976

그는 우리가 느끼는 시간을 보이게 만들고 싶어 한다.

시간 일부분을 붙잡아서 공간에 배치하고 싶어 한다.

그게 우리의 꿈이라고 말한다.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그런 시도를 한 작품이다.

인터뷰 영상 ⓒ 윤재열 기자

인터뷰 영상 ⓒ 윤재열 기자

이에 대해 안내 책자 설명글에는

“이 작품은 밤하늘의 달을 촬영하여 재생한

비디오가 아니다. 흑백 텔레비전에 전자석을

부착하여 전자빔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방해하는

방식으로 달의 형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달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 내용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일종의 추상적 시간을 경험할 뿐이다”

라고 설명한다.

백남준이 시간의 속성을 조명하고자 하는 시도

관객에게 자못 황당할 수 있다.

백남준은 그것을 시간의 경험으로 해석한다.

그는 누구도 다루지 않은 낯선 상황을 끌어와

다시 관객에게 떠넘기는 꼴이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이게 백남준의 예술이다.

<참여 TV> ⓒ 윤재열 기자

<촛불 TV> ⓒ 윤재열 기자

<참여 TV>와 <자석 TV>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참여 TV>는 관객이 마이크에 소리를 내면

그 소리로 불규칙한 이미지가 모니터로 재생된다.

<자석 TV>는 관람객이 자석을 텔레비전에 대고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이다.

자기장에서 움직이고 있는 전자빔이

강력한 자석의 방해를 받으면,

자석 쪽으로 빨강, 초록, 파랑 삼색의

일그러진 화면이 나타나며

추상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이 또한 예술 작품에 고정된 실체가 없다.

관객의 참여를 통해

잠시 기계적인 영상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관객은 ‘이게 뭘까’라는 독백을 삼키고, 돌아선다.

아무것도 실재하지 않는 예술 작품이 된 것일까.

아니다.

낯섦이 던지는 유쾌한 질문이 남았다.

마음속에 순간 만들어진 영상도 남았다.

편안한 전시장에서 도슨트 투어도

전시장은 층이 꽤 높고,

사방이 바깥과 연결된 공간이다.

작품을 보면서 밖의 벚꽃을 보는 경험을 한다.

나무와 풀이 어우러진 사이에 설치된 작품

<TV 정원>도 관객이 부담 없이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데 도움을 준다.

전시장에 인터뷰 영상은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많다.

이를 통해 관람객이 예술 세계에 쉽게 다가선다.

백남준의 예술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에 담는 시간이 된다.

<TV 피아노> ⓒ 윤재열 기자

백남준아트센터는 2,000여 점의

비디오 아카이브를 소장하고 있다.

이 중에 짧게 편집한 푸티지 영상과 소스 영상,

본인이 작업에 넣으려고 찍었던 영상 등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다.

2층 상설전시실에는 ‘증강현실로 보는 백남준’,

‘가상 현실로 만나는 백남준’ 등의 체험 코너가 있다.

백남준의 작업실을 재현한 아카이브 등도 있어서

풍요롭게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에 백남준의 약력과 작품 세계를

안내하고 있는데, 읽어볼 만하다.

작품 감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안내 자료도

입구에서 빌릴 수 있다.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14시와 16시에,

토요일 일요일에는 11시, 13시, 14시, 16시에

각 50분 내외 도슨트 투어를 한다.

현장 자율참여가 가능하다.

《전지적 백남준 시점》

-기간: 2025.4.10.~2026.2.22.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마지막 입장 가능 시간 오후 5시)

-관람료: 무료

(특별전시 등은 관람료가 달라질 수 있음)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제외),

매년 1월 1일과 설날, 추석 당일

-관람 문의: 031-201-8571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제1전시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

-누리집: https://njp.ggc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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