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공감 2월 [Vol.143]

‘농번기에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는 말이 있을 만큼, 농촌은 만성적인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선 이가 있다.

바로 함안농업기술센터에서 외국인 계절 근로자 보조사업을 담당하며 외국인 최초로 경남도지사상을 수상한 푸트리 미오(31) 씨다.

두 문화를 잇는 푸트리 미오 씨

푸트리 미오 씨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탕그랑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인도네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신발 공장을 운영하던 부모님 덕에 안정된 유년기를 보냈으나, 초등학교 2학년 무렵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당시 취업비자로 인도네시아에 체류하던 아버지가 비자 연장에 실패하며 불법체류자로 내몰렸어요. 결국 아버지는 가족을 남기고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어요. 이후 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졌고, 남은 가족들은 생계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만 했답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가족을 도왔고, 보건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인도네시아에 있던 한국 회사에 취업했다.

한국에서의 도전과 성장

한국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그는 팀장의 소개로 지금의 한국인 남편을 만나 2015년에 결혼했다.

“결혼을 하자마자 국제결혼 이민자에 대한 결혼비자 발급 심사가 엄격해졌어요. 무조건 합격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국 노래를 들으며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했어요. 너무 열심히 하다보니 10kg나 체중이 줄었답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그는 한국어 2급 시험에 합격했다. 그때 받은 한국어 능력 시험 합격증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 같단다.

2016년, 미오 씨는 마침내 한국에 입국했다. 입국 뒤에는 언어와 문화적 장벽이 기다리고 있었으나 차근차근 극복하며 한국 사회에 적응해 갔다. 그러나 첫아이의 조산과 사망이라는 큰 아픔을 겪기도 했다.

“첫아이를 잃고 너무 슬퍼서 매일 울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 문제에만 매달리면 저 자신이 더 망가질 것 같아서 한국어 공부에 더욱 집중했어요.” 미오 씨는 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서서히 지역 사회에 녹아들었다.

농촌과 계절 근로자를 연결하다

조하늬, 조한별 두 딸의 엄마가 된 그는 가사와 농사, 그리고 인도네시아 문화를 알리는 강의를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후 안정된 일자리를 찾던 중, 그는 함안군 농업정책과에서 외국인 계절 근로자 보조사업자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고향을 떠나온 계절 근로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돕고 싶었어요.”

함안군은 2023년부터 외국인 계절 근로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해왔다. 함안군에서 살고 있는 결혼 이민자들의 가족을 초청해 계절 근로자로 근무하게 하는 이 프로그램에 지난해만 280여 명이 참여했다.

미오 씨는 근로자의 서류 준비, 비자 관리, 교육 등을 담당하며 근로자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있다.

“함안에 살고 있는 결혼 이민자들에게 외국인 계절 근로자 프로그램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 덕분에 농촌 일손 부족을 덜 수 있었죠. 농민 분들이 감사 인사를 전할 때면 큰 보람을 느껴요.”

외국인 첫 도지사상 수상, 그리고 새로운 꿈

그의 노력은 2024년 제29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열매를 맺었다. 외국인 주민 최초로 경남도지사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 상은 제가 아니라 함께 일한 모든 분들과 나눈 상이에요. 또 외국인도 한국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기쁩니다.”

현재 창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졸업을 앞둔 그는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사회복지사를 꿈꾸고 있다. 최근에는 귀화 시험도 마쳤으며,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에서의 삶이 제2의 고향을 찾는 여정 같았어요. 이곳에서 받은 사랑과 배려가 참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귀화 과정에서 편견으로 상처받은 경험도 털어놓았다.

“‘시험에 합격하면 도망가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을 때면 정말 힘들었어요. 저희들도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에 바람을 전했다.

“외국인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셨으면 해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면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푸트리 미오 씨의 이야기는 다문화 사회로 변해가는 한국에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의 발자취가 새로운 문화적 공존의 길을 열어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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