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되면 박경리문학축전을 실시합니다.

통영시 산양읍 양지 마을에

꽃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습니다.

넓게 펼쳐진 뜰에는 꽃의 눈짓이 한들거립니다.

따스한 날의 포근함을

온몸에 받으며 자태를 드러냅니다.

통영의 양지마을 산기슭에서 내려다보면

저 멀리 산과 바다가 펼쳐집니다.

하늘은 푸름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자태를 읽어주고 있습니다.

통영문인협회의 회원 작품과 함께

뜰에는 꽃이 피었고, 각자의 작은 소원이

리본이 되어 줄에 매달려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행사 기간이 되면 누구나 오셔서

길손님의 마음을 적어보세요.

통영문인협회 - 박길중, 이지령, 정성원

통영문인의 작품들이 시화전으로

길을 메우고 있습니다.

시조도 있고, 자유시도 있고, 산문도 있습니다.

오가는 바람과 구름에 시는 말을 건넵니다.

산문과 운문의 자유로움이 형상화되어

잠자는 마음을 끌어올립니다.

통영문인협회 - 한춘호, 박병수, 차영한

한(恨)일지 모른다

공현혜

반달 뜬 골목에서 아이가 운다

이유를 묻지 않고 같이 울었다

병원 앞 아기 엄마가 운다

이유를 묻지 못하고 함께 울었다

울음은 전염이 쉬워 어떤 날은

명창의 구음(口音)을 들어도 쉽게 운다

육신의 아픔은 감각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삶의 본질과 닿아 있어,

그것을 한(恨)이라 하는가*

눈물 나눈 사람은 빨리 어른이 되고

눈물 많음은 한(恨)이 많아서라는데

여자 박경리 상처의 깊이만큼 눈물이 쌓여

엄마로 살게 하는 울음도 한(恨)일지 모른다.

* 박경리 시 '恨'에서 차용

통영문인협회 - 손미경, 박건오, 김순효

바다의 꽃

박순자

햇살 내린 가로수 동백꽃 붉다.

봄 마중하다 꽃 떨어진 자리에

씨방이 앉을 때쯤

바다에도 붉은 꽃이 핀다.

부끄럼타는 소녀처럼

발그레한 몸짓으로 물들이고

노란 속살을 키우는

바다의 꽃

그 이름 우렁쉥이다.

『바다의 꽃 우렁쉥이』 수필 중에서

통영문인협회 - 김혜숙, 조극래

시화전이 펼쳐지는 곳에

시들이 시간을 가두고 있습니다.

시 속에는 삶만 있습니다.

이데아 세상이 살고 있습니다.

통영문인협회 - 김판암, 박연옥, 임성근

은환

제왕국

얕디얕은 실비단 눈 위에

일획을 꼭꼭 찍은 밤손님

손에 들러있는 것은 은환 하나

아침이 환하게 밝아온다

그의 길이 지척지척

짙은 농담 이루고 눈 사이로 뾰족 내민

하루의 서설은 내면을 온전히 드러낸다

흐득흐득 녹는 그 위의 발자취

숨기고 싶은 과거

너의 가슴에 또는 입술에 젖었던

뭉텅한 사랑 이야기가 농담으로 퍼지고

소록소록 녹는 그리움 한 자락 여민다

너의 가슴을 훔치고

너의 영혼마저 태운 채

밤손님처럼 녹아버린 나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다지

나는 그 은환을 꼭 쥐어본다.

통영문인협회 - 김승봉, 박진광, 김부기

개나리 꽃

강기재

낭군님 맞이하는 새악시 고운 얼굴

해맑은 웃음으로 세상을 밝게 하니

얼었던 마음이 풀려 봄기운에 젖는다

급제한 선비에게 어사화로 내리던 꽃

새봄의 전령이라 영춘화라 부르기도

희망의 꽃말 새기며 봄 향기에 젖는다

통영문인협회 - 이국민, 강재남, 강수성

5월

- 양지공원에서

설복도

진달래 피고지고 산벚이 몸을 푼뒤

초록세상 화활짝 살며시 문을 열면

볕바른 양지공원 경리선생 묘역에도

하늬바람 살랑불어 벌, 나비 날아들고

쑥국새 한나절을 한산만에 울고 나면

석양을 등에 업고 물안개 스물스물

해종일 못다한 사연 메아리로 묻는다.

5월이 되면 누구나 와서

리본에 자기의 마음을 담으면 됩니다.

길손이 바람도 쉬었다가 읽어가는

통영 문인협회 시화전이 덩달아 산천을 울립니다.

구름과 바람이 읽다가 땀 닦는 양지 언덕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시화전이 끝나면

작품은 옮겨져 통영 강구안 마당으로 갑니다.

한 곳에서 말하지 못한 이데아의 세계를 펼쳐줍니다.

꽃들이 몸 푸는 시간 속에 향기는 마음에서 잠잡니다.

거닐면서 음유하면 시간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통영문인협회 시화전 부스에서

문인들이 서 있습니다. 많은 선생님의 시화전이

펼쳐져 있지만 다 담지를 못했습니다.

시는 삶을 담고 흔적을 담습니다.

읽혀지는 만큼 걸음을 활기차게 행복하게 합니다.

박경리문학축전과

통영문인협회의 시화전이 같이 개최됩니다.

5월엔 박경리기념관이 있는 곳과

통영 강구안에서 시화전이 펼쳐졌습니다.

플라톤은 시인이 이상세계의 즐거움을

끌어온다고 합니다.

시 속에는 말하지 못하는 몸짓이 꿈틀거리기도,

말할 수 없는 긴 여운의 날들이 춤추기도 합니다.

5월엔 통영 문학축전이 펼쳐졌습니다.

꽃과 시와 바람이 숨 쉬는 통영은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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