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1990년대

X세대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였습니다.

X세대가 로데오거리를 활보하던

1994년 그때 그 시절 풍경을 살펴봅니다.



1994년 여름. 압구정 로데오거리에는 바람이 불었다.

고도 경제성장이 가져온 풍요의 바람,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오늘을 사는 청춘의 바람.

그래서 X세대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모여들곤 했다.

1994년 봄, 서울의 대표적 약속 장소 중 하나였던 압구정동 맥도날드 매장 앞.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만나자’는 친구와의 약속은 ‘오늘은 한껏 멋을 부려보자’는 청춘의 야심 찬 각오와 다름없었다. LA 베벌리힐스의 고급 쇼핑가에서 이름을 따왔을 만큼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패션 중심지였던 압구정 로데오거리 일대는 혈기 왕성한 청춘에게 더할 나위 없는 핫 플레이스이자, 들뜬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는 트렌드의 중심지였다. 헤어 무스로 닭 벼슬처럼 머리를 세운 여자들과 스톤 워싱 공법으로 물을 뺀 청바지를 입고 나온 청춘은 1988년 처음문 을 연 맥도날드 압구정점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그때만 해도 맥도날드의 빅맥 세트는 양배추로 가득했던 학교 앞 햄버거와는 차원이 다른 고급 식문화였고, ‘셀프서비스’를 즐기던 맥도날드 1호점은 세련된 청춘 남녀를 위한 만남의 광장이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활보하는 청춘은 ‘X세대’의 상징이었다. X세대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세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우려의 시선과 함께 9시 뉴스에 오르내릴 만큼 호사스러운 소비생활에 젖은 ‘오렌지족’이나 자가용을 타고 다니며 유흥을 만끽하던 ‘야타족’과 달리 X세대가 폭넓게 애정을 얻었던 것은 미지의 스펠링 ‘X’를 통해 모호하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드러내기 때문이기도 했다.

1994년 봄여름의 압구정 로데오거리.

그 여름 로데오거리는 단순히 유행을 선도하는 상권 정도가 아니었다. 경제 호황기의 활력과 풍요가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었다. 골목마다 걱정 없는 표정의 청춘과 위기를 모르는 상가들이 넘쳐났다. 강남 개발을 상징하는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 바로 앞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서울의 풍류를 대표하며 신세대 오피니언 리더가 성장할 수 있는 문화적 텃밭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서울의 최고 상권 압구정 로데오거리도 2000년대 들어 쇠락하기 시작했다. 임대료가 치솟고, 대기업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매장이 거리의 고유한 분위기를 흐린 탓에 새로운 세대는 가로수길이나 홍대, 이태원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거리의 상징이던 맥도날드 1호점마저 2007년 폐점했다. 한동안 로데오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1번지’로 꼽힐 뿐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활기를 되찾았다는 사실이다. 갈 곳을 찾지 못하던 MZ세대가 야외에서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로데오거리로 하나둘 모여든 것이다. 1990년대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활보하던 X세대 젊은이들의 인터뷰 영상도 최근 화제를 모았다.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로데오거리에서 방송국 카메라를 보며 당당하게 자기 의사를 밝히는 모습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져 “~하면 기분이 좋거든요”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1990년대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활보하던 X세대를 MZ세대가 흥미롭게 생각하듯 미래의 알파 세대도 지금의 압구정 로데오 ‘포차 거리’에 모여드는 MZ세대를 신선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1994년 봄여름의 압구정 로데오거리.

정명효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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