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를 닮은 아름다운 섬 곤리도

통영시 산양읍에 딸린 작은 섬 곤리도는

삼덕항에서 2km 정도에 위치한 곳으로

배를 타면 7~8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섬입니다. 섬의 생김새가

날아가는 고니(白鳥)를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섬으로, 면적은 0.969km²에

7km의 해안선을 가지고 있으며,

112m 높이의 나지막한 산을 품고 있습니다.

삼덕항을 100여 미터 지나 <삼덕위판장>을

검색하고 오면 도로 옆으로 바로 있는

주차장으로 들어와 차를 세우면 되는데

주말에는 새벽 일찍 낚시배를 타고

나가는 분들로 200여 대 이상 주차 가능한 곳이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곳입니다.

하루 7회의 배편이

삼덕항과 곤리도를 오가는데 표는 따로

예매가 없이 들어갈 때 배 안에서 현금으로

4천원을 결제하면, 나올 때 표는 따로 없이

그냥 시간 맞춰 타고 나오시면 됩니다.

곤리선착장에 내려 노란선을 따라

잘 포장된 길을 올라가면 섬의 오른편 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해안선 바다 안쪽으로

옹기종기 떠 있는 모양이 수상도시를

보는 것처럼 신기롭기만 합니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부터 바로 이어진

작은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니

어쩌면 한반도 지형처럼 보이는

해안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에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바다가 나올까 싶어 오솔길을 20여 분 넘게

낑낑대며 걸어갔더니 공동묘지가 똭!!

추석맞이 벌초를 하시던 동네 어르신 두 분이

놀라서 저를 쳐다 보십니다.

더 이상 갈길이 없다는 말을 듣고

되돌아 나오다가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 앉아

귤 까먹다 심심해서 저러고 놀고 있습니다.

이곳은 산양초등학교 곤리분교장으로

24년 현재 5학년 학생 1명과

선생님 1분이 학교를 지키고 있습니다.

내년에 이 학생이 6학년을 다니고

졸업할 때까지 새로운 신입생이 안들어온다면

이 학교도 추억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인 듯합니다.

학교를 나와 마을로 내려가는데

아름드리 둥치가 눈에 들어와서 다가가보니

이곳이 드라마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저는 모르는

드라마라서 찾아보니 장혁과 장나라가

출연했던 MBC드라마였네요.

드라마 촬영지를 지나 마을 안쪽길을 통해

위쪽으로 올라가면 수령 300여 년이 넘은

후박나무 한 그루가 하늘을 뒤덮을듯한

기세로 웅장하게 뻗어서 마을을 굽어봅니다.

후박나무 그늘아래 앉아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잠시 숨을 고릅니다. 백로도 지나고

계절상으로는 이미 가을이어야 할 시기인데

불볕 더위는 도무지 사그라들 기미가 안보입니다.

이러다 가을은 구경도 못하고 바로 겨울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됩니다.

곤리도에는 유난히 낚시를 하러

들어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통영에서 유명한

감성돔 핫플레이스로 당일치기로

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일몰 후에 낚시가

더 잘 되는 곳이라 캠핑 장비를 가지고

오신 분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선착장에서 마을 왼쪽 해안선을 따라

끝으로 가면 더 이상은 갈 수 없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서 쉴 수 있는

평상과 나무 그늘이 있습니다.

산을 올라갈까 싶어 가져온 스틱으로

나뭇가지를 쳐 가면서 올라가다가

도저히 안될 상황이라 마을로 내려와서

동네 어르신께 여쭤보니, 여름 가을은

우거진 수풀로 길이 사라져 위험하다며

가지말라고 하십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해안가 나무그늘아래 바위에 앉아서

남은 귤 까먹으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더위를 식혀 봅니다.

오전 9:30분 배 타고 들어와서

오후 3시 배로 나올 때까지

잠깐 돌아다닌 것 같은데 5시간 30분 동안

전 어딜 그렇게 다닌걸까요?^^

작은 섬이었지만 여기 저기 곳곳에

볼거리들이 숨어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놀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