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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전
오랜 시간의 풍류가 그려지는 '취백정'
오랜 시간의 풍류가 그려지는 '취백정'
대청호 변의 걷기 좋은 마을 미호동을 찾아갔습니다.
먼저 미호동 언덕 위에 있는 취백정을 찾아갔습니다. 취백정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취백정 길 방향 안내가 있습니다. 시설물 기둥에 마치 소나무와 같은 옷을 입혀서 옆에 있는 나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골목 입구에는 미호동 유래비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궁금증을 가지니 새롭게 보입니다. 미호동의 미호는 '물결무늬 미(渼)'와 호수 호(湖)'의 의미인데, 이 비에 의하면 1914년 3월 1일에 이곳을 대전군 북면 미호리라고 명명하면서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17세기 조선시대 때 이 부근에는 미호서원이 있었고 정조대왕 시대에 이 부근은 회덕 미호리였다고도 하니 '미호' 명칭은 수백 년은 된 명칭으로 보입니다. 당시에는 금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고 대청호는 없었는데, 호수라는 의미를 넣은 것도 신기합니다.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왼쪽으로 취백정 이정표가 보입니다. 자차로 가셨다면 바로 이 도로 부근에 마을 주차장이 있습니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울창한 대나무숲이 보입니다. 조선시대 양반과 관련된 전통 건물이 있는 곳에 주로 울창한 대나무숲이 있으며, 대나무 안쪽으로 흙 돌담의 모습도 보입니다.
취백정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섬유 포를 깔아놓았습니다.
이날 기온이 영상 10도가 넘었는데도 이곳은 언덕 위에 있어서 그런지 눈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콩이 박힌 것과 같은 담을 '콩떡담'이라고 한다고 예전 문화재청장이었던 유홍준 교수가 말했습니다. 담장이 참 예쁩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건물 하나만 남으면 담장이나 대문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취백정에는 담장도 있고 대문도 있습니다.
취백정은 대전광역시 문화재자료 제9호로 지정된 유적입니다. 예전에 세운 비석에는 호수가 표기돼 있지만 오른쪽에 있는 안내판에는 숫자 표기 없이 대전광역시 문화유산 자료로 수정한 모습입니다.
지금은 호수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이 숫자를 보면서 대전에서는 상당히 일찌감치 문화재자료로 인정을 받은 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취백정은 돌담을 두르고 있긴 하지만 담장이 높지 않아서 담 너머 건물을 잘 볼 수 있습니다. 취백정은 17세기 조선의 유학자인 은진송씨 송규렴(1630~1709)이 말년(1701)에 금강 주변에 미호서원을 짓고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과 관련이 있는 건물이라고 합니다.
송규렴은 송시열, 송준길과 함께 학문이 뛰어난 '삼송'으로 불렸다는 인물입니다.
마루방과 툇마루가 있고 부엌으로 보이는 고방(광) 위에는 다락방이 있습니다. 상량문에 따르면 숙종27 (1701)에 지었다고 되어 있는데, 지금은 없어진 현판 '사호각'은 정조대왕의 어필이었다고 합니다. 사호각 현판은 어디로 갔을지 궁금증이 듭니다.
고방에는 바람이 잘 통하도록 나무 창살을 만든 것이 보입니다. 양방이 다락방에 올라갔을지 궁금하긴 한데, 저 다락방에 앉아서 창문을 활짝 열면 금강이 한눈에 보였을 것입니다.
지금은 아래 사진처럼 취백정 앞에 경사를 따라 많은 것이 생겨서 금강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눈을 감고 상상해 봅니다.
콩떡담을 돌아 지게를 지고 올라가는 분의 모습이 참 신선합니다.
고방이 상당히 컸고 고방 위 다락방에는 세 방향으로 창이 네 개나 있습니다. 내부의 모습이 참 궁금합니다.
지게를 진 분이 올라간 방향으로 가보니 무덤이 한 개 있는데, 오래된 무덤은 아니고 역시 은진송씨의 무덤입니다. 비석 외에 무덤 앞 좌우로 망주석(망두석)도 세웠습니다.
국내에 있는 망주석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경주에 있는 괘릉과 흥덕왕릉 망주석이라고 하니 그 역사가 꽤 오래됐습니다.
망주석에는 다람쥐를 돋을새김했는데, 동쪽의 망주석은 촛불을 켜기 위해 올라가는 모습이고, 서쪽은 촛불을 끄고 내려가는 다람쥐를 새긴 것이라고 합니다.
빈 지게를 지고 올라갔던 분이 폐목재를 가득 얹어서 내려가고 있습니다. 지게를 보기 어려운 시대에 이런 모습을 보니 참 새롭습니다.
버스가 다니는 큰길로 내려오면 처음에 봤던 정류소 표지 건너편에는 정류소도 있습니다. 이곳 정류장 명칭이 '벌말'이라고 합니다.
'벌판이 있는 마을'이란 뜻으로 보이는데, 미호동은 금강이 흘러가는 안쪽에 있어서 건너편 청주 방향은 거의 절벽이고 미호동 쪽은 퇴적물이 쌓이는 넓은 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대중교통은 72-1, 72-2, 73번 버스가 다니며, 방문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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