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만나볼 울산 청년 창업가는 학생 때부터 창업을 시도해 지금까지 개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부터 쌓아온 창업의 경험과 노하우는 기업의 탄탄한 기반이 됐는데요.

어떤 시도와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오랜 기간 쌓아온 창업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청첩장 디자인 회사 '아보카드' 우효주 대표입니다.

Q.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아보카드’라는 청첩장 디자인 회사를 운영 중인 우효주입니다. 패키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던 중, 친한 친구의 청첩장을 만들어줬는데 이때 종이로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연결해 청첩장 사업을 시작했죠.

이후 식품 디자인과 청첩장 디자인을 병행하다가, 지금은 청첩장의 매출이 더 높아져서 이쪽에 집중하는 상태입니다.

Q. 처음 창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중학생 때부터 창업했어요.

너무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창업이라는 개념도 몰랐고 창업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하다 보니 돈을 벌고 있더라는 느낌이 더 컸죠. 중학생 때부터 고3까지 거의 6년간 의류 쇼핑몰을 운영했어요.

그러다 부모님의 대학 권유로 반강제로 사업을 그만두게 됐고, 대학에 가서도 두 번째 창업에 대한 목표를 계속 끌고 갔어요.

낮에는 학교생활을 하고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교 3학년 때까지 어릴 때 했던 의류 사업을 두 번이나 시도했죠. 그때는 이미 시장이 레드오션이 돼버려서 살아남지 못해 폐업했지만요.

Q. 세 번의 의류 사업 이후에는 업종을 바꾸셨다고요?

네 번째로 시작한 사업이 파충류 사업이었어요.

여러 번 폐업을 겪고 이미 지칠 대로 지쳐서 우울증도 살짝 왔고 감정 기복도 심한 상태였죠.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다 보니까 기댈 곳도 없고 외로워서 파충류를 애완동물로 한두 마리씩 기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1년 정도 키우다 보니 자취방에 있는 파충류가 180마리로 늘었고, 더 이상 조그만 원룸에서 키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거기다 그때 코로나가 터지면서 국가적으로 야생동물의 판매‧분양을 업자만 할 수 있는 법안이 생겼어요. 만약 그 법안이 통과된다면 저는 분양하려 했던 180마리를 분양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또 그때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구요.

그렇게 파충류 분양 사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전국에서 파충류 숍을 하는 여성 대표는 제가 최초였대요.

유튜버가 인터뷰도 많이 하러 왔고, 초반부터 승승장구했죠. 아파트로 이사 가서 아파트에서 1년, 부산 남구 문현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해서 2년, 도합 3년 정도 사업을 유지했습니다.

Q. 승승장구하던 파충류 사업을 마무리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해외에서 도매로 파충류를 구매하는 게 아닌, 좋은 유전자를 가진 파충류들을 교배하는 브리딩(개량) 숍으로 운영했어요.

그런데 유전에 관해 공부하면서 운영 3년 차가 돼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요. 더 좋은 유전자를 뽑기 위한 과정이 근친으로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좋은 유전자로 태어난 개체 한 마리 빼고는 확률적으로 기형아로 태어나는 현상이 있다고 해요.

여기서 괴리감을 느낀 거죠. 강아지들도 보면 이쁜 개체를 위해서 밥을 적게 주고 사이즈를 줄여 티컵 강아지를 만드는 것 같은 행위가 있잖아요? 제가 하는 게 그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왔고, 그래서 매장을 닫게 됐죠.

Q. 파충류 사업 이후에는 어떤 분야에 도전하셨나요?

매장을 마무리한 뒤에 대학 동기 친구 한 명이 창업하면서 디자이너를 해보겠냐고 제안하더라구요.

당시 그 친구도 벌이가 변변치 않을 때였는데, 제게 월급 200만 원은 보장하겠다는 조건을 걸어서 같이 1년간 일을 했어요.

그 친구는 영양제‧건강 기능 식품 사업을 했고, 저도 일을 도우면서 자연스레 식품 관련 디자인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됐죠.

처음 일할 때 회사 매출이 월 40만 원 정도였는데, 제가 퇴사할 때쯤 월 3억 정도가 됐어요.

그쯤 되니까 친구가 ‘너는 200만 원 받고 내 회사에 있을 인재가 아니다’라며 개인 사업자를 내서 회사 대 회사로 계약하자고 제안했죠.

실제로 퇴사한 뒤에 경쟁 업체에서도 의뢰가 많이 왔어요. 그래서 독립한 뒤에도 시작하자마자 월 매출 500만 원이 나왔고, 저 혼자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보니 사무실을 구해서 직원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죠.

Q. 이때 울산과 부산을 오가면서 어려운 점이 많으셨다고요?

제가 본가가 울산이다 보니, 대학도 졸업했고 더 이상 부산에 있을 이유가 없었어요.

울산에 사무실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입주 공간을 찾으러 다녔고, 지원 사업으로 무거동 벤처빌딩에 합격해서 입주했죠.

8개월 정도 있었는데, 나가게 된 이유가 직원이 너무 안 구해져서였어요.

공고도 한 달을 띄워뒀고 월급도 적지 않은 수준이었는데 지원자가 너무 없었어요.

매출도 계속 늘고 있고 직원은 필요한데, 채용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벤처빌딩에서 나와 다시 부산으로 가게 됩니다.

부산 서면으로 가서 사무실을 차리고 직원을 뽑아서 일을 계속했어요.

그때 잊을 수 없는 사건이 하나 있는데, 당시 계약 건 중 하나가 현대 팝업스토어에 들어가는 간판 디자인이었죠.

제가 디자인한 작업물을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라고 직원에게 지시했는데, 엉뚱한 파일을 보내는 바람에 클레임이 발생하게 돼요.

당시 담당한 직원이 거짓 포트폴리오로 입사하는 등 근무 기간에도 문제가 많았거든요.

그 사건으로 직원의 역량이 드러났고, 회사 차원에서 클레임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직원은 자진 퇴사하겠다며 정리를 하게 됩니다.

첫 번째 직원을 그렇게 보냈는데, 배상하겠다는 것까지 바라진 않았지만, 최소한 ‘죄송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같은 말이 나오길 바랐어요.

그런 것 없이 첫 마디를 바로 스스로 나가겠다고 한 걸 보니, 자기 포트폴리오가 거짓인 것도 들킨 마당에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 통하지 않을 거라고 본인도 느끼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게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들어서 정서적으로 지치는 시기를 맞이합니다.

이후 주변에 조언을 구하다가, 웨딩 업계에 일하는 친구 한 명의 제안으로 웨딩 업계에 들어서게 됐어요. ‘네가 디자인을 잘하니까 웨딩 업계에 청첩장을 해보지 않겠냐’라고 제안을 했는데, 그 친구가 크루 형식으로 웨딩 패키지를 만들었더라구요.

자기가 영상 촬영을 할 테니 청첩장은 제가 담당하고, 웨딩홀과 계약해서 굳이 웨딩 플래너를 거치지 않아도 크루를 통해 웨딩에 필요한 전반을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기획이었죠.

결과적으로 크루원들에게 배신을 당했어요.

자기가 아는 웨딩홀과 계약하게 해 줄 테니 우리 크루에 들어오라고 하고는, 계약은 하지도 않고 1년간 온갖 잔심부름만 시켰어요.

영상 촬영팀 리플릿을 만들어달라. 로고를 만들어달라. 홍보 페이지를 만들어달라 등등 작업을 계속 요청했죠.

저는 웨딩홀을 계약해 주겠다고 했고, 크루원이니까 최저임금도 안 나오는 소정의 비용만 받고 자원봉사 비슷하게 해줬어요.

심지어 그 소정의 비용도 안 주려고 8개월 정도 연락을 안 받기도 하더라구요.

결국 돈은 받았지만 완전히 갈라섰고, 단독으로 청첩장 사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울산으로 돌아옵니다.

Q. 울산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가 있나요?

직원 없이 저 혼자 일해도 수익은 넉넉히 나왔어요. 그래도 더 일을 많이 받고 사업도 키우고 돈도 더 많이 벌고 싶었는데, 연이어 사람에게 상처를 받다 보니까 돈보다는 내 행복이 우선이라고 가치관이 바뀐 것 같아요.

이전 벤처빌딩에서 나왔을 때는 당장 직원을 빨리 구해야 할 만큼 급했으니까 부산을 간 건데, 좀 여유롭게 마음을 가지고 싶어서 다시 울산에 와서 1인 사업을 시작했죠.

Q. 일을 하면서 정서적인 만족감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패키지 디자인 사업을 할 때는 한 가지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을 구하는 데 제법 노력을 들여야 했어요.

거래처를 찾으러 간다던가, 미팅을 한다거나 누군가로부터 소개를 받는 등 디자이너이자 영업사원이라는 느낌이 컸죠.

청첩장은 제가 한번 만들어둔 디자인을 온라인 플랫폼에 판매 등록해두면 영업사원처럼 뛰지 않아도 고정적인 판매량이 나와요.

수익이 자는 동안에도 발생하는 거죠. 사람 몸이 하나라면 특정 수준 이상 벌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어요.

그런데 청첩장 같은 경우는 한번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 두면 계속 창작하지 않아도 판매가 되다 보니 매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죠.

또 패키지 디자인의 경우 의뢰인이 원하는 디자인을 우리가 만들어줘야 하지만, 청첩장은 내가 만든 디자인을 보고 고객이 찾아오는 구조예요. 제 아이디어나 상상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는 게 같은 디자인 작업이지만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Q. 창업을 꿈꾸는 청년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대표적인 건 지원 사업에 목매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도 지원 사업을 통해 혜택을 본 적 있지만, 한 번씩 지원 사업에 목매다가 자기 정체성을 잃는 분들을 보기도 하거든요.

아무래도 지원 사업은 준비하는 기간이 길다 보니까 이걸 준비하다 보면 때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서, 내가 지금 창업을 할 타이밍이라고 느껴지면, 지원 사업에 너무 목매지 말고 바로 창업에 올인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제가 창업 지원 사업을 과감하게 다 포기한 사례예요. 포기한 이유도 중학교 때 첫 사업자를 했다 보니 예비창업가 대상 지원은 받을 수도 없었고, 창업 지원 사업이 있다는 걸 파충류 사업을 폐업할 때 알았거든요. 그런 걸 찾을 생각도 못 했구요.

Q. 울산의 일자리 환경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요?

계속 지방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안 좋은 현상 중 하나가 있는데요.

울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실력을 키우면, 그 실력에 걸맞은 월급을 주는 회사가 울산에 없다 보니 서울로 가서 찾아요.

울산은 현대‧SK 등 공업 기반의 회사는 많지만,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회사가 없어요.

그래서 이런 지방에 있는 능력 있는 청년들이 탈출하지 않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청년 창업가들에게 직원 채용 지원금을 더 지원해 줄 수 없을까 생각했어요.

청년 창업가가 새로 직원을 고용하거나, 오래 고용을 유지하면 지원금을 더 주는 거죠.

월급을 더 많이 주면 청년들도 서울로 갈 이유가 없잖아요. 울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그런 지원 사업이 부족한 걸로 보여요.

요즘 퇴사‧이직이 잦고 연차가 점점 짧아지고 있잖아요.

새로운 직원은 계속 뽑을 수 있겠지만, 그 회사에 오랫동안 머무는 직원은 드물죠.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아직 큰 계획은 없는데, 단기적으로는 직원을 더 뽑아서 직원들과 오순도순 회사를 운영하는 거예요.

장기적으로는 울산에 있는 많은 웨딩홀과 계약해서 더 많은 울산 웨딩홀을 거래처로 두고 싶다는 게 목표예요.

사실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은 세우다가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이룰 수 없겠다는 자괴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서, 당장은 눈앞에 있는 것들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또 작년 말에 서울 팝업스토어 초청 제안이 들어와서 팝업스토어에도 참여했고, 연초에는 혼인서약서 쓰는 작가님과 컬래버레이션도 하면서 2025년은 계속 제힘으로 유지하고 새로운 것을 늘려가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예상돼요.

굳이 먼 미래를 계획하지 않아도 매번 새로운 것을 하는 데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저희 브랜드가 이름도 콘셉트도 특이해요.

이름은 ‘아보카드’고, 콘셉트는 월간 아보카드라고 매번 새로운 디자인의 청첩장을 출간하는 매거진 같은 느낌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앞으로 1년 치의 청첩장 리스트를 잡지로 만들어서 많은 분께 선보일 거라, 이런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는 브랜드가 있다는 걸 많은 분이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학업을 마친 뒤 직장 생활로 경험을 쌓고 자신의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우효주 대표의 학업을 하는 와중에 창업 경험을 쌓아 창업 외길 인생을 걸어온 이야기는 그렇기에 더욱 새롭게 느껴집니다.

나만의 독자적인 길을 걸어가며 성공을 개척한다는 게 창업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지금 내게 열중하고 싶은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아보카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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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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