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만나본 청년 창업가는 특별한 스토리를 가졌습니다.

10년간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위해 일찍이 울산을 떠났다가, 다시 울산으로 돌아와 제과사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인데요.

서울에서의 오랜 생활이 고향인 울산에서 자리 잡는 데 좋은 경험이 됐다고 이야기한 '인하트쿠키' 민혜주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Q.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현재 울산에서 5년째 수제 쿠키 답례품 전문점 ‘인하트쿠키’를 운영하고 있는 민혜주입니다.

10년 차 아이돌 연습생으로 서울에서의 다채로운 경험을 계기로 울산인 고향으로 돌아와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밖에는 세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며,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구 남목에 위치한 '인하트쿠키'

Q.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주로 저만의 독자적인 스토리로 내세우는 게 있다면, 저는 10년 차 아이돌 연습생 출신입니다.

연습생 생활이 끝나고, 제 삶에 있어서 연습생 민혜주가 아닌 인간 민혜주로 남으니까 뭘 해야 할지 막막한 거예요.

24시간을 어떻게 분배해서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을 한번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첫 번째로 떠오른 게 내 이름으로 책 한 권 내기였어요. 글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다음이 카페 다니는 걸 좋아해서 카페를 한번 창업해 보자는 거였구요.

그래서 무작정 네이버에 책 출간하는 방법을 검색하고 동시에 카페 알바를 시작했어요.

카페 알바를 하면서 원고를 쓰고, 카페 창업을 준비했어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걸 쫓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죠. 시기가 참 희한했던 게, 제가 당시 책을 출간해서 서점에 입고할 때 울산의 한 북카페 사장님이 자기가 운영하는 카페를 인수할 생각이 있는지 제안을 주신 거예요.

제안을 수락하고 서울 생활을 정리한 뒤에 울산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그분이 제안을 번복하셨거든요.

그때 하신 말씀이 “모델로, 연습생으로 예쁜 일만 하던 아가씨가 이 어려운 장사를 하겠나 걱정이 되더라”였어요.

그때, 내가 이렇게 좌절할 수도 없을뿐더러 동시에 ‘정말 보여주고 만다’라는 의지가 더욱 솟구쳤습니다.

Q. 처음 시작할 때는 어땠나요?

코로나가 한창일 때 창업을 했는데, 제가 울산으로 내려올 때만 해도 울산은 청정 지역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딱 상가 계약하고 인테리어 들어간 날부터 우리 동네에서 시작됐거든요.

창업을 시작할 때의 이슈도 그렇고, 코로나도 그렇고 자칫 잘못하다간 내가 진짜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부터 전략·기획·아이디어 등과 정말 많은 사투를 벌인 것 같고, 10년 아이돌 연습생도 성과를 못 냈는데, 고향에서 뭔가 뚜렷이 해내지 못하면 내가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하나로 열심히 움직였어요.

Q. 기억에 남는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처음에 제가 쿠키를 판매할 때 동네 분들에게 하나씩 나눠드린 적 있어요.

그런데 다들 쿠키가 뭐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쿠키라는 음식, 디저트를 모르신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동네 상권 자체가 40대에서 70대까지 분들이 많은 동네이긴 했는데, 제 또래 친구들도 많은 곳이었거든요.

그런데 쿠키가 뭐냐, 스콘은 뭐냐는 질문으로 돌아오니까 작전을 잘못 짰나 싶을 만큼 멘붕이 왔죠.

또 당시 커피가 4,000원이었고 쿠키가 3,300원이었는데요.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카페는 커피가 1,000원에 토스트가 1,500원이었어요.

그러니까 다들 약간 잘못 접근한 것 같다며 염려를 많이 하시는데, 반대로 이런 시선들이 너무 쏟아지니까 오히려 ‘동네에서 안 사주면 다른 곳에서라도 3,300원짜리 쿠키 사 먹으러 오게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Q. 기억에 남는 보람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4~5개월 정도 됐을 때, 오픈을 하려고 블라인드를 올리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어요.

처음에는 무슨 일이 났나 싶었는데, 가게 문을 여니까 다 제 쿠키 사려고 멀리서 오신 분들이더라구요.

하루아침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손 편지도 써서 주시고 DM도 보내주시고 했던 내용들을 보니 ‘서울에서 아이돌 연습생 하다가 작가까지 되신 분이 고향인 울산에 내려와서 뚱딴지같은 동네에 쿠키 집을 연 사장님의 마인드가 궁금해서 찾아왔다.

오래오래 이 자리에 머물러 달라’는 말씀들을 해주시더라구요.

내가 믿은 걸 밀어붙여서 성과를 거두었다는 부분에서, 내 예상이 맞았고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됐죠.

Q. 울산에서 창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사업가의 관점에서보다는 인간 민혜주로서 여기가 제가 열여섯 당시 서울에 올라가기 전 지냈던 제 바운더리거든요.

이 동네에 내 가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만감이 교차하죠.

이 동네가 쿠키에 3천여 원을 할애할 수 있는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4년간 중구 반구동에서 해온 영향력과 더불어 제가 쌓아온 스토리적인 여러 요소가 수월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요.

삼산동이나 달동 같은 곳에도 디저트 가게가 많을 텐데, 이렇게 공급이 많은데도 여기까지 차 몰고 오셔서 구매해 가시는 단골분들을 보면서 제가 해온 게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Q. 울산의 예비 청년 창업가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요?

제가 베이킹 클래스와 창업 컨설팅도 하고 있어서, 이런 부분에는 꽤 현실적으로 얘기를 하는 편이에요.

첫 번째로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번다는 것에 매료돼서 시작하면 절대 안 되는 것 같아요.

내가 결정한 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책임은 내게 있다는 책임 의식을 먼저 떠올리셨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사업자등록증 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승인이나 허가받는 모든 과정을 유튜브 등지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데, 그마저도 해보지 않고 사업자는 어떻게 내야 하며 승인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거든요.

또 장사가 남들만큼만 돼도 좋겠지만, 지금은 자기 인건비 하나 가져가기도 어려울 만큼 불경기거든요.

코로나 때보다 심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매출이나 돈·마진을 떠나서 내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섣불리 뛰어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크니까, 이런 것 때문에 3, 4개월 만에 폐업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거든요.

Q. ‘인하트쿠키’만의 정체성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늘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인데, 만약 제게 ‘10년 차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타이틀이 없었고, ‘작가 출신의 카페 사장’ 등 어필할 만한 키워드를 쓰지 않았다면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이만큼까지 성장하기에는 어려웠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살아오면서 겪은 것들이 기반이 돼서 나중에 다 쓰인다는 옛말이 틀린 것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제가 가수로 데뷔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의 제게 다른 방식으로 활용되는 셈이죠.

남들은 다 바리스타·베이킹 경력이나 어느 카페·베이커리 출신을 어필할 때, 자격증 하나 없는 비전공자인 저는 아이돌 연습생 출신이 첫 창업으로 맨땅에 헤딩했다는 스토리로 경쟁했어요. 한 마디로 ‘인하트쿠키’만의 정체성은 민혜주라고 볼 수 있죠.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작년에 출판사의 제의를 받아서 책을 출간했는데요.

창업에 대한 경험담을 풀어내고, 베이킹 클래스나 창업 컨설팅도 시작하면서 느낀 바가 하나 있어요.

저는 제과제빵의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남들에게 사업의 측면에서 제 경험을 내어주는 게 맞는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그래서 더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늘려갈 것 같고, 여러 플랫폼을 통해 인터뷰나 강연 제안을 받으면서 제 이야기가 필요한 곳에 더 많이 자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의 경우도 울산에서 가게를 계약했던 날부터 시작해 오픈과 리뉴얼 등 모든 과정을 담아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창업 매뉴얼 형식으로 집필했거든요.

오죽하면 창업을 생각하신 분이 제 책을 읽고 포기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창업을 생각하는 많은 분의 길잡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서울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내려온 울산인으로서 느끼는 바는, 울산에서 청년들 혹은 청년 창업가·예술인·크리에이터들이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생각보다 울산에 활동하는 청년도 많고 네트워킹에 대한 수요도 높은데, 이런 사람끼리 더 많은 소통의 장을 만들어서 활동 반경을 넓혀간다면 울산도 조금 더 발전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저는 울산에 있는데도 서울에 가서 강연을 하는데, 울산에서도 분명히 제가 좋은 영향력을 베풀 수 있는 곳이 많을 것 같음에도 뭔가 청년이 활동할 수 있는 폭이 좁은 느낌이에요. 그 저변을 넓혀갈 기회가 앞으로 많았으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서사가 지금에까지 이르지 않았나 싶은데요.

서울에서 겪은 여러 경험이 창업에 대한 노하우나 마음가짐 등 여러 오소로 작용하지 않았나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나요?

창업이나 작가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내 이야기를 그것에 어떻게 녹여내면 좋을지 고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인하트쿠키 찾아오시는 길 : 울산 동구 미포1길 11 인하트쿠키

인하트쿠키 인스타그램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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