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와의 동행 운부암 10리길 -은해사 운부암-
끝이 없을 듯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잠시도 숨돌릴 틈을 주지 않았던
지난 여름날의 지독한 폭염이 하루 아침에 매몰차게 돌아서더니
가을로 얼굴을 바꾸고 나타난 10월의 첫날,
미처 작별인사도 못한 여름과 수줍은듯 쭈뼛거리는 가을을 만나러
단언컨대, 은해사 산내암자중 가장 운치있는 운부암으로 나섰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의 드넓은 주차장과
별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는 분수대, 푸른 하늘아래 우뚝한 일주문은
참배객과 관광객들을 반기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진록이 가득한 금포정길을 따라 본사인 은해사 보화루 앞을 지나
신일저수지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그리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따라 3.5km정도 오르면
달마가 우뚝한 연못과 가을이 짙어지면 더욱 아름다울 은행나무가 아직은 청년의 모습으로 반기고 있었습니다.
입구에 이르면 큰 빗돌에는 희미하게 음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수행처로는 북쪽에는 “금강산 마하연이고
남쪽에는 운부암”이라는 의미의 ' 운부선원 조사도량'과 함께 『북마하 남운부』라 새겨져 있습니다.
불법을 행하는 신행(信行)의 길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불이문을 넘어서면 눈앞에 가득한 돌계단너머에
고색이 돋보이는 보화루가 있습니다.
창건 당시 상서로운 구름이 떠서 ‘운부암(雲浮庵)’이라고 불리게 되었고,
711년(성덕왕 10)에 의상이 창건했다는 이야기와 809년(헌덕왕 1) 혜철이 창건했다고도 합니다.
고려시대에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중건되었으나, 1860년(철종 11)에 다시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응허(應虛)와 침운(枕雲)이 중건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운부암은 대웅전 격인 원통전(圓通殿)을 중심으로 왼쪽에 선방인 운부난야(雲浮蘭若)가 있고,
오른쪽에 요사채인 우의당(禹義堂)이 있으며, 앞에 보화루(寶華樓)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원통전은 정면 3칸·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인데, ‘운부암중건기’의 기록에 따르면 1862년(철종 13)에 중건되고
그 뒤로 몇 차례에 걸쳐 중수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보화루(寶華樓)는 1900년에 중건되었다 합니다.
원통전에는 보물 제514호로 지정된 은해사 운부암 금동보살좌상이 은은한 미소로 참배객을 맞습니다.
보화루 차방 소박한 통나무의자에서 마시는 차 한잔은
여름에 지친 심신을 스스로 토닥이고
일상에 지친 등을 두드려주기에 더할 나위없을 것입니다.
소란하기 그지 없는 시간들입니다.
기후는 극단을 치닫고
사는일이 팍팍하다 아우성입니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하는 나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꿈 많던 또 다른 나의 손을 잡고
운부암으로 걸어가면서
위로 받고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소맘합니다.
-은해사 운부암-
위치 : 영천시 청통면 청통로 951-404(치일리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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