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 뱃길로 14km, 면 소재지인

한산도와는 3km 거리에 있는 섬 용호도는

통영시 한산면에 딸려있는 면적 4.9km2

섬으로 용이 모래밭에 내려앉은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나무보다 풀이

많다하여 용초도라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섬 안에 두 개의 마을이 있었는데

(용초도마을/호두마을) 호두마을 주민들이

우리 마을도 있는데 왜 용초도라고만

부르느냐 해서 지금은 용호도마을로

바꿔서 부르고 있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용초도라고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날씨는 좀 흐리지만

비가 오지 않을거라 믿고 첫 배를 타러

통영항여객선 터미널로 향합니다.

용초도로 들어가는 배편은

07:00/10:30/14:30 3편이고

통영항으로 나오는 배편은

11:15/16:25 2편이 운항하고 있습니다.

한산농협 카페리호를 타고 40여 분만에

도착해서 용호도에 내리니 항구 앞에

커다란 고양이가 제일 먼저 반깁니다.

첫배로 들어와 막배를 탈 예정이라

8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섬의 우측 해변부터

시작해 천천히 돌아봅니다.

길이 산으로 이어졌을 줄 알고 끝까지

15분 정도 갔는데 막다른 길이라

다시 걸어나와 이번에는 우측 산길로

접어들어 첨탑이 있는 섬 끝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섬 주민이 제가 산을 오르려고 할 때

말리셨던 이유를 산 속에 들어오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등산 초입부터

잡풀이 얼마나 우거졌던지 풀에 베이고

진흙탕에 빠지고 거미줄에 낚이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첨탑에 도착해

인증샷 찍고 마을에서 찍어온 안내지도를

보면서 그때부터 헤매기 시작하는데

한시간 정도를 섬끝 벼랑까지 가서

헤매다 포기하고 마을로 그냥

다시 내려가려고 할 즈음에 나타난 이정표..!

저 작은 간판 하나 그것도

때가 묻어서 잘 표시도 나지 않는

안내표지판 하나가 나옵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 윗길로 가는

등산로로 접어드는데 여긴 그나마

올 때보다는 등산로가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보자마자 짱구 엉덩이가 생각나는 바위입니다.

용초도 마을에서 등산을 시작해

섬의 우측 끝인 첨탑까지 가서 다시 마을로

돌아온 시간만 3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가는데 1시간 오는데 1시간 헤매는데 1시간..

관광객들이 덜 찾는 섬에 들어가면

항상 느끼는거지만 등산로 정비가

너무 안되어있고, 이정표 또한 부실하거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건 참 아쉬웠습니다.

용초마을 중간쯤에 있는 이 갈림길에서

용머리로 방향을 틀어 올라갑니다.

이곳에서부터는 정비가 아주 잘된 포장도로가

해안 끝까지 나 있어서 30여 분 정도 걸으면

용머리해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어디를 봐서 용머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섬주민들은 용머리가 아닌 황금해변으로

부르고 있는데 확실히 해안에 있는 돌들이

진한 황금색으로 여느 바위보다는

노란색을 많이 띄고 있었습니다.

다시 30여 분을 걸어나와서 갈림길에서

산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는데

그때부터 비가 추적추적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도중 6.25당시

포로수용소로 사용되던 흔적들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이 포로수용소들은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포화상태로 포로와

민간인 억류자들을 나누어 수용하기 위해

1952년에 지어져 1953년 8월 5일 광복이

될 때까지 사용이 되었던 곳입니다.

용호도의 정상인 191m 수동산입니다.

딱 여기 정상까지 오는 길만 등산로 정비가

되어있고, 정상을 지나 호두마을로 내려가는

길목부터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는 고생길입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가뜩이나 우거진 수풀에 그만

길을 잃고 산속을 헤매기 시작하는데 앞이

깜깜했습니다. 핸드폰에서 위성지도를

편 다음 마을을 향해 무조건 일직선으로

숲을 헤치고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노래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라 하면 싫어요~ 나는 못가요~'

'몰라서 걸어온 그 길~ 알고는 다시는 못가~'

사진 찍을 생각조차도 못해서

중간 과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의 무장공비가 남한에 침투하듯이

수풀을 헤치며 나왔습니다. 산 속에서 거의

기다시피 나오는 걸 본 마을 주민이

깜짝 놀라서 저를 쳐다보십니다.

용호도 들어오시는 분들은

등산은 추천하지 않습니다ㅜㅜ

굳이 하시겠다면 수풀이 조금은 누그러드는

겨울에 하시면 그나마 괜찮습니다.

궂은 날씨에 비까지 내려

몸은 고생이 많았는데 이런 뻘짓도

너무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 행복합니다.

예쁜 냥이들 가득한 섬 용호도로 놀러오세요~


{"title":"고양이 섬 용호도를 여행하다","source":"https://blog.naver.com/tongyeongsi/223624014596","blogName":"통영시 공..","blogId":"tongyeongsi","domainIdOrBlogId":"tongyeongsi","nicknameOrBlogId":"통영시","logNo":223624014596,"smartEditorVersion":4,"meDisplay":true,"lin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cafeDisplay":true,"blog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