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비오는날 가볼만한 곳 소암기념관 소장품전

글사진 / 서귀포시SNS서포터즈윤슬

서귀포시에는 공립미술관으로 세 곳이 있습니다. 이중섭미술관, 기당미술관, 소암기념관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 소암기념관은 한문서예전시라서 인지 관람객이 적은편에 속합니다. 이번에는 '경운조월(耕雲釣月)'이란 제목으로 구름과 달을 소재로 한 서예작품이라 한문을 많이 알지 않아도 감상하기 좋은 전시랍니다. 더군다나 작품 옆에 캡션(짧은 설명)이 있어 이해하기 쉬답니다.^^

경운조월(耕雲釣月) 1층

경운조월의 뜻은 구름을 일구고 달을 낚는다는 의미로 우리 선조들은 세상의 영욕에 얽매이지 않고 구름의 자유로움과 달의 변함없음을 좋아하여 구름과 달에 관한 시를 많이 짓기도 읆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스스로 구름과 달의 고고함을 닮고자 하는 마음을 글에서 엿볼수 있답니다.

고려말 목은 이색의 부벽루에서 바라본 달을 보며 지은 시를 모티브로 전시가 시작됩니다.

첫 작품은 갈 '경' 대신 밭두둑 '반'을 사용하여 반운조월(畔雲釣月)이라고 썼습니다. 혼용하여 사용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경운조월을 더 많이 썼다고 해요.

월매(月梅)인데요 휘영청 뜬 둥근달을 배경으로 백매와 홍매가 피었습니다.

제가 고개를 갸우뚱한 우야간월입니다. 비가 내리는 밤에 어떻게 달을 볼 수 있을까요? 어쩌면 잠깐 그친사이 달이 보였을까 생각했습니다.

우중간호월 화리급청천 ... 비오는 중 깨끗한 달을 보는 것과 불속에서 맑은 샘물을 긷는 것이라는 의미로 소암선생님이 고요한 창 아래에서 쓰셨답니다^^

족자에 쓰여진 5언절구 인데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노래했습니다.

춘축조성개 여일발광화 / 봄은 새소리 따라 시작되고 고운 햇빛은 광채를 발한다

창하유정풍 남양고수하 / 창문 밑으로 맑은 바람이 불고 높은 나무 아래서 더위를 피한다.

추야일등량 황화석로심 / 가을밤 등불은 서늘하고 노란 국화에 저녁이슬이 깊다.

한운엄락휘 산월야창한 / 찬 구름이 떨어지는 석양을 가리고 산의 달빛이 창가에 비치니 춥기도 하다.

옆에 캡션이 있어 음미하며 읽으면 더욱 운치가 있습니다.

마치 그림처럼 써 내린 작품입니다. 심여운수 / 마음이 구름과 물과 같다 / 소암

경운조월(耕雲釣月) 2층

청운추월 / 구름이 개이고 가을 달이 떴습니다.

중국 남송의 야보도천 선사의 시인데요 정만 낭만적입니다

천척사륜직하수 일파재동만파수 / 천길 낚싯줄 곧게 드리우니 물결하나 일어나자 일만파도 뒤따르네

야정수한어불식 만선공재월명귀 /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차가워 고기는 물지 않은지라 배에 가득 허공을 싣고 달빛 속으로 돌아간다

오른쪽은 한문과 한글을 함께 쓰인 서예작품입니다.

열폭의 병풍작품은 고려후기의 나옹화상 혜근(1320~1376)의 시로 모두 두 폭씩 썼는데요 오른쪽 두 폭부터 月夜遊積善池(월야유적선야), 幻庵(환암), 竹林(죽림), 孤舟(고주), 大圓(대원) 다섯 편입니다.

목은 이색이 원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평양에 있다는 부벽루에 올라 세월의 덧없음을 읆은 시입니다.(왼쪽)

작과영명사 잠등부벽루 /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성공월일편 석로운천추 / 성은 텅빈 채 하늘엔 한조각 달만 걸려있고 바위는 오래되어 금이 갔는데 구름은 천년을 흐르는구나

인마거불반 천손하처유 / 기린마는 떠나가 다시 오지 않고 천손(동명왕)은 지금 어디에서 노니는가

장소의풍등 산청강자류 / 돌계단에 기대어 길게 휘파람을 부니 산은 푸르고 강물은 유유히 흘러가네

오른쪽은 당나라 시인인 두보의 빈교행(가난할 때의 사귐)이라는 시랍니다.

강월천고심 / 강물에 비친달에는 천고의 마음이 서려있다

금오신화로 잘 알려진 매월당 김시습의 시입니다.

소암선생님의 독특한 필체는 행서와 초서가 섞인 행초서를 많이 쓰셨는데요 가끔 전서작품도 있답니다. 글씨가 그림같은 것을 전서라고 하는데요 옛 중국에서는 비석에 많이 썼다고 해요.

청풍불백월 / 맑은 바람이 하얀 달을 씻네 .. 너무 멋진 문구죠?

경운조월(耕雲釣月) 3층

심여월구정 / 마음이 달과 더불어 고요하다

오심천상월 / 내 마음은 하늘의 달과 같다 즉 내 마음속에 진리의 세계가 있다는 의미랍니다.

한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 가는데요 에전의 신문도 세로 글씨 일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한라산 영실을 등반하며 노래한 김치의 시입니다. 오른쪽부터

석등천운보보위 우여천기쾌청시 / 구름뚫고 돌계단 오르는데 걸음걸이 위태롭고 비오다 갠 날씨 그지 없이 맑은 때

산고적설경춘재 해활장풍진일취 / 산봉우리 쌓인 눈 봄 지났는데도 남아 있고 넓은 바다에 바람은 온종일 부는구나

(생략)

여기까지만 읽어보아도 한라산 영실의 눈이 녹기 시작할 무렵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소암선생님도 부채에 글을 쓰셨더라고요. 예전에 이런 부채 하나쯤 들고 다니면 사람이 좀 잖아요^^

나옹화상, 묵암 최눌 등의 시가 있습니다.

마지막 작품은 도연명의 의고 9수중 제 7수입니다.

일모천무운 춘풍선미화 / 저물녘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고 봄바람 부드럽게 부는 밤

가인미청야 달서감차가 / 아름다운 이는 맑은밤을 사랑하여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노래한다.

가경장탄식 지차감인다 / 노래의 끝은 긴 탄식이니 사람들을 크게 감동케 하네

교교운간월 작작엽중화 / 구름 사이 하얀달과 잎파리 속의 고운 꽃

기무일시호 불구당여하 / 한때의 호시절이 어찌 없겠냐마는 그것이 길지 못함을 어찌하리까.

중국 남북조시대에 살았던 도연명은 벼슬살이 몇 년 하지 않고 은거한 시인인데요 귀거래사로 특히 유명하죠.

대부분 한문 서예는 중국과 우리나라 문인들의 시를 쓴 작품이 많답니다. 비가 내리는 날 전시를 보며 고요히 그 뜻을 음미해 보는 것도 마음에 힐링이 될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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