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DM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4 Ⅱ'
시립미술관 옆에 위치한 열린 수장고에는 여러 작품들이 보관되어 있는 예술보물창고 같은 곳으로 여러 시민들과 작품들을 공유하고자 시립미술관에서 마련한 공간입니다. 이전에는 전시에서는 사진이나 회화 같은 평면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최근 전시 작품들이 교체되면서 조형작품들 34점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형작품 중에서도 소재를 중심으로 전시되어있습니다. 흙과 돌부터 금속, 지류, 혼합재료 등 다양한 소재들로 구성된 작품들을 보면서 무엇으로 만들었을지 유추해보면서 관람하시는 재미를 더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전부터 도자기를 만드는 전통재료인 흙과 돌로 만들어진 이철우 작가님의 <겨울 산 시리즈>입니다. 칼로 베어내어 면과 선을 만들어낸 이 작품은 계룡산의 실경을 담아낸 작품으로 겨울의 풍경과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려는 기백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이철우 작가님은 도예작가로 유명하신 故이종수 작가님의 둘째 아드님으로 이번 전시에 부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스가마를 이용하는 요즘과는 달리 부자가 직접 흙으로 만든 오름새가마를 사용하여 장작으로 불을 지펴 기다림의 미학을 담아낸 도예작품들을 마주 할 수 있었습니다.
흙과 돌을 지나 금속을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멀리서부터 색감과 형태로 눈길을 사로잡는 윤덕수 작가님의 <피망>은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우레탄코팅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작가님께서는 청주에 있는 한적한 시골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어 소일거리로 텃밭을 가꾸시면서 수확한 농작물들을 나눠주는 기쁨을 시작으로 농작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십니다.
혼합재료로 구성된 전범주 작가님의 <욕망의 바다-관조>입니다. 파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욕망으로 가득 찬 현실세계를 표현한 것이며, 배는 그 파도에 휩쓸리는 인간의 사회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크릴픽셀을 쌓아 색칠해 만든 이 작품은 원래 6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3개의 작품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술대전 수상작이자 유리강화섬유FRP로 만들어 채색한 이 작품은 차상권 작가님의 <삶-구출1>이라는 작품입니다. 뒤에서 쓰러지는 사람을 받쳐주는 모습으로 표현된 이 작품은 1980년대에 광주 민주화운동을 목도하게 되어 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나신을 표현할 때는 여성의 모습을 많이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남성의 나체로 수상한 최초의 작가라고 합니다.
여상희 작가님의 <검은 대지>입니다.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진 이 작품은 비석과 같은 돌로 보이지만 신문지를 녹여 죽을 쑨 다음 먹을 섞어 압축하여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픔이 많고, 이 많은 아픔들이 감춰진 우리의 근현대사를 상기시켜주기 위해 나온 작품으로 부산 아미동 비석마을, 대전 골령골사건, 5.18민주화 운동을 인두로 새긴 작품입니다.
양정욱 작가님의 <서서 일하는 사람들 #11>입니다. 빙글빙글 돌아가고 움직이며 불빛도 들어오는 이 작품은 나무, 실, 모터, LED를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며, 실제 가동시간은 오후2:00-4:00에만 가동된다고 합니다. 작가님께서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직업을 잃었으나 후에 경비원으로 취직을 한 사람들을 상상하여 이를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작가님께서 뉴욕에서 전시를 할 때 자주 드나들던 편의점 직원이 원래 본인은 복서였으나 생계가 어려워 편의점에서 일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꿈을 가지고 일을 하는 이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1전시장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 작품은 섬유설치예술가 김희라 작가님의 <제발 제자리에>라는 작품입니다. 집안일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이름에서부터 표현하고자 하시는 내용이 유추하셨으리라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의자마다 입었던 옷들, 가방, 넥타이들이 걸쳐져 있고, 수건도 툭. 물이 흘러내린 자국들을 바느질로 표현된 오브제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공감과 반성을 일으키는 작품이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치 섬처럼 작품 쌓이고 모인 이 작품은 신미경 작가님의 <고스트 시리즈>입니다. 도자기에 채색을 한 것 같기도 하고, 마치 유리로 만든 것 같은 이 예쁜 작품들은 사실 ‘비누’로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유럽의 유물이나 도자기를 모티브 삼아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외국에서 대리석으로 만든 작품들이 세월이 가면서 닳는 현상을 보고 비누와 유사함을 느껴 비누로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비누로 만들다 보니 작품의 안쪽이 모두 막혀있었는데 답답하고 비누처럼 보이지 않는 다는 이유로 속을 파내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점점 얇아지고 작품이 마치 비누가 아닌 유리처럼 만든 작품으로 보여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품을 보관하는 상자도 함께 전시가 되어 있는데 수장고에서 작품을 보관할 때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작품마다 상자를 맞춤제작을 한다고 합니다. 비누로 만든 작품들이 녹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알칼리성이나 염기성이 아닌 중성으로 딱 맞는 상자를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의미들을 눈으로 읽고 담아가 보면 역사를 알아가기도 하고, 작품이 있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웅장함에 놀라기도 했던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여 만든 각양각색의 작품들을 보실 수 있으니 어린아이들에게도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 할 수 있는 좋은 전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추운 계절 좋은 작품, 좋은 음악과 함께 마음의 여유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관람이 되길 바랍니다.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운영시간>
3월 ~ 10월 : 10:00 – 19:00
11월 ~ 2월 : 10:00 – 18:00
<도슨트 운영시간>
14:00, 15:00 (2회)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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