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담뿍 내려앉은 아름다운 마을
지난여름은 무던히도 더웠습니다.
물러설 것 같지 않던 여름이 떠나간 자리에 그토록 기다리던 가을이 물들어 아름다운 날들을 선사하고 있네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은행나무는 환하게 가을을 밝히고 나무 아래로 내려앉은 나뭇잎들이 보도에 그림을 그려 놓았습니다.
하안 13단지에 가을이 담뿍 내려 앉았네요.
이곳은 필자가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장소인데요.
항상 꽃이 질 줄 모르는 마을이랍니다.
마을에 들어서면 국화향기가 코를 찌릅니다.
노란 꽃들이 마을 곳곳에 가득 피었네요.
‘이제부터 가을이야’ 라고 선언이라도 하듯이 말이에요.
이 마을에는 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민들레학교 회원들과 주민들의 손길이 닿은 덕분에 마을은 피고 지는 꽃들로 늘 아름답지요.
해마다 봄, 가을이면 마을을 가꾸는 손길이 바빠진답니다.
올 가을에도 어김없이 꽃을 심어 아름답게 가꾸었습니다.
덕분에 오가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기쁘게 채워줍니다.
세상을 살아내느라 고단한 날들,
힘겨운 삶에 환한 빛을 건네주는 꽃밭입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
나무 아래마다 노랗고 작은 꽃송이를 매단 가을 국화가 이 길을 지나는 발걸음을 환대하는 듯합니다.
길 주변 꽃밭에도 가을꽃들이 풍성하게 피었습니다.
'꽃 심기 체험 행사'를 통해 이처럼 예쁜 가을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주인의식으로 가꾸고 돌보며 '함께', '우리'의 의미를 실천하는 것이지요.
<민들레꽃처럼 마을학교> 김영숙 회장은
"혼자 사는 분들이 밖에 잘 안 나오려 해요.
그 분들이 밖으로 나와 바람도 쐬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작은 바자회도 열고 꽃 심기 행사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야 바람도 쐬고 생기가 돌죠."라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삶이 그지없이 행복하다고 합니다.
미소가 넉넉하고 푸근한 햇살 같습니다.
마을 꽃밭에는 멋지게 쓰인 켈리와 시가 함께 합니다.
꽃과 시가 함께 어우러져 이 마을은 왠지 낭만적이고 서정이 넘쳐 흐르는 것 같아 자꾸만 걷고 싶어지지요.
민들레 한 송이 아직 노란빛을 반짝이고 있습니다.
초록빛 풀 위에 앉은 노란 민들레가 작은 철학자 같기도 하고 쓸쓸한 노래 한 소절 같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작은 바자회를 열었습니다.
소통하며 정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가을바람 부는 공원에 모여 부침개를 나누는 풍경,
요즘 같은 삭막하고 개인주의가 넘치는 세상에서 무척 귀하고 정겨운 그림입니다.
바자회에 나온 신발들이 가을 햇살 아래 주인을 기다리고 바늘 한 코씩 엮어 짠 고운 수세미도 나왔습니다.
서로 돕고 나누고 그래서 더욱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마을,
진정한 사람 냄새 가득한 마을이 아닐까요?
가을이 물든 꽃길을 걸어봅니다.
가을을 걸어봅니다.
팍팍한 세상이지만 자연이 주는 선물에 마음 선해지고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노란 단풍, 보랏빛 국화가 바람에 향기를 실어 보내는 계절,
금세 지나쳐 가 버릴 가을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시간입니다.
이렇게 가을이 깊어갈 때면 생각나는 시가 있습니다.
‘가을의 소원’이라는 시인데요. 함께 감상해 보실까요?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를 맡는 것
마른 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뻑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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