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와 함께한 세종대왕릉 위토답 모내기 체험 ‘세종농사직설’
여주시민기자단│진재필 기자
세종대왕릉 위토답의 벼가 튼실하게 자라듯 이주민의 희망도 실하게 영글길 기대하며
지난 25일, 세종대왕유적관리소 주관으로 세종대왕릉 위토답 모내기 체험 ‘세종농사직설’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 소속 8개국 외국인 근로자 20여 명이 손 모내기와 한국 전통문화체험에 참여하였다.
세종대왕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재위 기간 이룬 업적은 농업, 과학, 문화, 국방 등 다방면에 걸쳐 백성을 이롭게 하였다. 그중 최고업적은 우리의 문자 한글을 만든 것이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이주민들은 한글을 통해 세종을 만난다. 한국 생활 적응에 필요한 한글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한글의 과학적 원리와 빠른 체득에 감탄하게 된다.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한 손 모내기 행사는 세종대왕릉 위토답에서 진행되었다. 위토답은 제사나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마련된 논을 일컫는다. 세종대왕릉 위토답은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영릉 유적 종합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되었다. 규모는 2개 필지에 약 1,300㎡다.
그간 이주민에게 한글과 세종을 소개하면서 영릉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능 입구에 조성된 위토답의 쓰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이번 체험행사를 통해 이주민들에게 한국의 왕릉구조와 위토답의 쓰임에 관해 설명하는 기회가 되었다.
영릉 위토답에서 진행된 모내기 체험에는 각국에서 온 2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참여하였다. 본격적인 모내기에 앞서 한국 전통 농업 방식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온 참가자들은 익숙하게 모심기를 하였다. 우즈베키스탄 등 비 농업국가 참가자들은 서툴지만 처음 접하는 한국 농업 문화가 신기한지 유쾌하게 체험행사에 참여하였다. 출신국은 다르지만,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모심기를 하는 모습이 우리의 어릴 적 농촌 풍경과 닮아 있었다.
이날 행사는 손 모내기 체험과 함께 한국문화 체험 시간도 마련되었다. 단체 줄넘기와 한국 전통 접시돌리기라고 할 수 있는 ‘버나 놀이’ 체험이 진행되었다. 한국 전통음악에 맞춰 오방색 천을 엮고, 풀어내는 단심줄놀이는 한국 전통음악과 어우러진 화려한 색감으로 감동을 선사하였다. 모내기를 마친 후에는 떡메치기로 만든 인절미를 나누어 먹었다. 세종과 한글, 한국 전통문화와 이주민의 만남은 흥겹고 풍성했다.
이날 모심기 과정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참가자가 있었다. 베트남 출신 여성 노동자 웬티 땀 씨였다. 땀 씨는 “베트남은 일 년에 삼모작을 하는 나라다. 어릴 때부터 모심기를 많이 해봤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모심기할 줄은 몰랐다. 한국의 농사문화도 배우고 한국 전통문화체험의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참여하였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님이 잠들어 계신 곳에서 모심기를 할 수 있어서 의미가 더 크다. 모심기를 하다 보니 고향과 가족이 많이 생각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간 세종대왕릉 유적관리소 위토답 모내기 행사는 지역의 소규모 학교와 특수학급 학생들과 진행해 왔다. 올해는 특별히 외국인 근로자와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한국과 한국문화는 이제 세계 주류문화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문화의 성장 중심에는 한국과 세계를 연결해 주는 한글이 있다. 한글을 통해 생각을 교류하고 소통한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 근로자 역시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근로자 학생이 참여한 세종대왕릉 위토답 모내기와 한국문화 체험은 남다른 의미를 선사했다.
세종대왕유적관리소는 위토답에서 나온 쌀을 ‘세종미’로 이름 붙여 2022년 상표등록을 마쳤다. 위토답에서 추수된 쌀은 연말에 취약계층에 전달된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라는 세종의 위민(爲民) 정신을 담아내기 위한 시도다.
우리 사회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구성원의 품이 넓어졌다. 기존의 민족적 제한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모든 사람으로 범위가 확대되었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등장한 외국인 근로자가 심은 위토답의 벼가 튼실한 열매로 맺고 여러 사람에게 나눠지길 기대한다. 더불어 한국에서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꿈도 실하게 영글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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