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봉화군 서포터즈] 봉화의 세시풍속 ”풋구먹는날“
조용하던 마을들이 새벽부터 요란하다.
예초기 소리가 이골 저골 길가 풀베기 작업에 온 동네가 들썩인다.
어스름이 체 가시기도 전부터 자기 집 주변부터 풀베기를 시작으로 차가 다니는 마을 도로,
서낭당 주변 등 10시경이 돼서야 풀베기가 끝나고 마을이 관리하는 상수도 물탱크 청소까지 마치면 풋굿날 작업이 끝이 난다.
70~80년대에는 도랑도 치고 무너진 길을 보수하고, 샘물 청소, 풀도 베고 내용상으로는 별반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풋굿(풋구), 초연, 호미씻이, 농부 날이라고도 하며, 일 년 농사 중 가장 힘든 농번기가 끝나고 한숨 돌리는 시기 음력 7월 중순 무렴, 이때 농사일을 잠시 쉬고 머슴에게 하루를 즐기게 하였으므로 이날을 머슴 날이라고도 하였다.
호미씻이, 그 뜻은 이때는 논밭의 김을 다 매어 호미를 씻어두고 놀기 때문이다.
땅 지주는 한해 가장 힘들게 일을 해야 하는 시기를 벗어나는 시기, 세벌 김매기가 끝날 때 날을 잡아 머슴들에게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위로 잔치를 하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주인은 머슴에게 새 옷과 술, 음식을 내어주고, 씨름이나 팔씨름 등 힘자랑을 하고, 징·꽹과리·날라리·북·장구 등 농악기를 울리면서 질탕하게 하루를 한껏 즐긴다.
봄부터 허리 펼 틈 없이 일한 농부들에게 7월, 8월은 힘을 충전하고 가을을 준비하는 때이다.
예전 풋굿날에는 가정에서 술을 빚고, 떡을 하고 각자 집에서 맡은 음식을 가지고 나와 함께 먹으며 풍물패는 집집마다 방문하여 지신밟기를 하는 하루를 신명 나게 즐기는 날이다.
이제 시대의 변화와 젊은 사람이 빠져나간 농촌은 풋굿날 행사도 힘겹다.
봉화는 아직도 양력 8월15경이면 어김없이 풋굿날의 풀베기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행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음식을 직접 장만하고 풍물놀이등은 찾기 힘들다.
어느 마을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조금 여유 있는 마을은 생선회를 주문하기도 하고 뷔페식사로 하는 풍경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 마을 구성원들이 노인들로, 마을에 젊은 부녀회원도 없기도 하지만 힘들게 음식 장만을 하지 않으려 한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봉화의 모든 마을이 풋굿날을 맞아 행사를 치렀으나 농촌사회 변화와 인구노령화로 요즈음은 경로당에서 한끼 식사로 대신하거나, 윷놀이에 흥이 오르면 노래방 기계에 맞춰 마을 노래자랑 정도로 바뀌었다.
옛날에는 각자 집에서 술과 떡을 하거나 십시일반 음식을 가지고 나와 잔치를 했지만 지금은
각자 적당한 돈 봉투를 전달한다
풋굿이란 풀밭에서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굿을 하거나, 한바탕 굿 행사같이 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초연은 풀밭에서 잔치를 벌이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다.
풋굿은 한자로 초연(草宴)이라고 하지만 봉화에서는 풋굿, 푸꾸, 풋구먹는날이라는 말이 보편적이다.
고문헌에서는 세서연(洗鋤宴), 즉 호미를 씻는 연회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봄부터 사용한 호미를 잘 씻어 걸어 놓는 날이라는 의미다
옛날부터 음력 7월 보름께에 각 농가에서 제각기 음식을 내어서 함께 하거나, 돼지를 잡아 마을 잔치를 하던 풍습은 사라지고 생활방식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식사 한끼 함께 하는 거로 변화하였다.
이번에 찾아본 봉화군 춘양면 황터마을에서는 뷔페식사에 노래방 기계를 느티나무 그늘에 설치하고 흥 좋은 마을 몇사람만 즐기는 모습이다.
전국의 풋굿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지만, 봉화에서는 8월 중순이면 예전 같지는 않아도, 대부분 마을에서 풀 베고 점심을 먹는 전통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두레가 사라진 농촌 마을도 이웃 간 소통의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한마을에 살아도 다니는 길이 다르면 풋굿 같은 행사 때나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많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 귀농·귀촌과 다문화가정의 증가로 농촌 지역의 주민 구성이 다양해지고
가족 구성, 주택과 공간 구조는 물론 주민들의 의식과 이웃 간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
조상과 가족·전통문화를 존중하고 고향을 사랑하던 미풍양속까지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위기감이 든다.
풋굿날 같은 세시풍속과 전통이 이어져야 마을 공동체 삶이 회복되고, 마음이 넉넉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농촌마을로 이어질 것이다.
*봉화군 춘양면 도심3리 황터마을 풋구먹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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