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기쁨! 갤러리구루지 '제 25회 구로사진전'

가을이 조금씩 비집고 들어오는 2024년 9월 24일,

갤러리 구루지에는 '제 25회 구로사진전'이 열렸다.

여름 열기를 담쟁이덩굴이 가려주어서일까,

갤러리 구루지는 언제 보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다.

갤러리 구루지는 구로아트밸리 옆

구로구민회관 1층에 있다.

공원도 함께 있어 시민들이 쉬거나 운동하러 왔다가

갤러리 구루지를 찾기도 한다.

'제 25회 구로사진전'은 9월 23일 월요일부터

9월 29일 일요일까지 7일간 열린다.

구로문화원과 한국사진작가협회 구로지부에서

주관하고 있다.

구로구 사진작가들이 지금은 한국사진작가협회에

소속되어 있지만 사진전을 처음 연 것은 훨씬 이전이다.

25년 전부터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고 사진전을 열어 왔다.

사진전에는 구로구 사진작가들의 역사도 함께 담겨 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진숙 구로지부장은

사진작가가 되려면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 인정하는

사진 공모전에 몇 차례 입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수준의 점수를 채우면 그때

작가증이 주어진다고 한다.

사진작가증이 있어야

한국사진작가협회 구로지부에 들어갈 수 있다.

현재 구로에는 100여 명의 사진작가가 있으며,

그 중 55명이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진작가들이 찍은 사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작가들에게 물어보았다.

이 작품은 이근숙 사진작가가 찍은

<닫힌 문 뒤에 숨은 행복의 문을 열어라!>이다.

자양동에 있는 폐가 스튜디오를 찾아 찍은 후

포토샵으로 후보정했다고 한다.

"우리는 가다가 닫혀 있거나 막힌 것을 만나면

포기하잖아요. 이 사진 속에 있는 문도 닫혀 있지만

문을 열면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느낌으로 찍었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살면서

쭉 한 길로 가면 결국 하나의 점에서 이렇게 만나져요.

그리고 사라지죠. 우리가 길을 계속 가면

그 끄트머리에서는 모두 종착역의 점이 되어 다시

땅이나 어디로든 들어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시물들을 관람하다 보니 사진이 아니라

그림처럼 보이는 사진 작품도 많았다.

옛날에 필름으로 찍을 때는 기록사진 개념이라

보정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근숙 사진작가는 현대에는 사진을

디지털로 찍기 때문에 미술처럼 자기 느낌을 넣어

변형, 미화시키는 작업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볼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맞추어

사진을 감상하면 될지를 물었다.

이근숙 사진작가에 따르면 답은 없는 듯했다.

"우리가 어떻게 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작품을 보면서 자기가 느끼는 거죠.

다만 알고 보면 더 즐거워져요.

이 사진은 해가 내려오는 걸 1시간 동안 찍은 거예요.

굉장히 찍기 힘든 광경이에요. 해가 시간 시간 변해서

떨어지는 모습을 광각렌즈로 찍었어요.

작가가 이 아름다운 태양 광선과 따로 찍은

배경 사진을 겹쳐서 더 강력하게 표현했어요."

안기은 사진작가에게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무엇을 알면 좋은지 물어보았다.

"눈은 복잡하게 흩어져 있는 것보다

단순한 것을 좋아해요. 사람이 지구 위에 서 있잖아요.

수직과 수평이 맞아야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아요.

그리고 사람이 눈이 두 개이기 때문에

3분할 구도라는 게 있어요. 가로와 세로 모두

3분할이 되도록 찍으면 안정적으로 보여요.

그 외에도 밝고 어두운 대비를 주면 밋밋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나는 '이렇게 찍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러면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 찍을 지,

대상을 어느 각도로 찍을지 느낌이 올 거예요."

이 작품은 안기은 사진작가가 찍은 <일출>이다.

안 작가는 그냥 눈으로 보기 좋은 것을 찍었다고 말했다.

영암에서 찍은 사진으로 목포에서 근무를 하면서

아침에 해 뜨는 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처음에 취미로 찍기 시작한 사진이 벌써 40년이 넘었다.

"예술가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취미로 시작했어요.

괴테가 '일을 하면서 즐겁고 하고 나서 즐거우면

행복하다.'라고 말했거든요.

저는 사진을 찍으러 가면서 즐겁고, 가서 이렇게 볼까

저렇게 볼까 둘러보는 과정도 즐거워요.

그 후에는 포토샵으로 작업하면서 좋은 결과가 있을 거

라고 기대하고 나중에 현상해서 보면 뿌듯하고요.

사진을 찍는 건 이 과정 전체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전시장에 걸린 사진들처럼 삶은 이어진다.

구로근린공원에 손자와 함께 놀러 온 할아버지가

갤러리 안으로 들어섰다.

새로운 것, 좋은 것을 보여주고픈 할아버지는

아이가 사진 작품들을 잘 볼 수 있도록 안았다.

사진을 같이 보고 싶은 할아버지는 사진 앞에 섰지만,

아이는 자꾸만 다른 사진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바닥에 내려 선 아이는

갤러리 밖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지금은 뛰고 싶은 아이는 언젠가 할아버지와 함께한

순간들을 이런 사진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구로구청, 구로아트밸리, 구로구민회관, 구로근린공원,

영림중학교... 어느 곳이라도 좋다.

이곳들을 방문하게 되면 갤러리 구루지에 들러

40년 사진 인생이 녹아있는

'제 25회 구로사진전'을 관람하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 주제인 '찰나의 순간, 찰나의 기쁨'처럼

소중한 순간을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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