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학'이 교과서에 실리는 게 꿈 -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제19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시상식
“처음부터 장애인 아이와 같이 노는 방법을 잘 아는 어린이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내가 함께 장애, 비장애 아이들과 어울리며 함께 노는 방법을 찾아가야겠다. 슬프고 아파도 그래도 같이 놀고 싶다”
- 제19회 전국장애인문학제 대상 작품 송수진 씨의 <그래도 같이 놀자> 중 일부분-
지난 4월 24일, 경기도 고양특례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3층 강당에서 제19회 전국장애인문학제 시상식을 열었습니다. 시상식에는 신혜용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을 비롯해 심사위원들, 수상자들, 시민 등 수십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전국장애인문학제는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 매년 개최하는 대표사업이자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을 대상으로 복지관에서 주관하는 우리나라 최초 글쓰기 대회입니다.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전국장애인문학제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문화의 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복지관은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이 글쓰기를 통해 평소 자신의 생각과 경험들을 표출하여 힘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문학 작품들을 읽음으로써 공감하고 포용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장을 마련하고자 문학제를 매년 실시하는 중입니다.
2006년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자조모임 ‘행복한 글쓰기’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장애인문학제는 2009년 고양시 문학제로, 2012년 전국장애인문학제로 확대되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이한 전국장애인문학제는 전국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을 대상으로 지난 2월 1일부터 3월 20일까지 약 7주간 작품들을 받았습니다. 총 239명이 응모했고 작품 519편(산문학 99편, 시문학 420편)이 접수됐습니다. 기성작가로 확인된 11명의 작품들을 제외한 총 494편(산문학 95편, 시문학 399편)을 대상으로 심사했습니다.
심사는 1, 2차에 걸쳐 엄격히 이루어졌습니다. 6명 심사위원들이 온라인 심사와 현장 심사를 진행했고 28명 수상자들을 선정했습니다. (대상 1명, 최우수상 2명, 우수상 5명, 가작 10명, 입선 10명)
시상식에 참여한 이우림 심사위원은 “뜻하지 않는 유무형의 장애에 굴하지 않은 그걸 글쓰기를 통해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각 수상자와 그 가족분들에게 다시 한번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낸다”라며 심사평을 남기며 작품을 출품한 모든 이들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발달장애 음악가들의 축하공연으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시상식은 본격적으로 수상자들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입선을 시작으로 가작,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 순으로 수상자들에게 상장과 상금을 수여했습니다.
수상자 한 명 한 명 연호할 때마다 강당에서는 수많은 박수세례가 이어졌습니다. 신혜용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이 직접 상장과 상금을 전달했습니다.
제19회 전국장애인문학제 대상은 송수진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송수진 씨의 산문학 ‘그래도 같이 살자’는 자폐아를 둔 자녀와 함께 지내는 일상을 바탕으로 적은 작품이었습니다.
평소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송수진 씨는 “문학제 접수 마감 당일에 고깃집에서 가족과 식사하는 중 갑자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면서 “우리 아이와의 경험담을 일기 쓰듯이 적었다. 그날 쓰면서 마음이 아팠지만 우리 아이가 제게 상을 선물로 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아들 덕에 상을 받았다”라며 수상 소감을 말했습니다.
대상을 수상한 작품을 미리 읽었다는 한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매우 공감되고 감명 깊은 글이어서 많이 울었다.”라며 후기를 살짝 귀띔했습니다.
시상식 끝까지 함께한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신혜용 관장은 글쓰기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복지관 창립멤버이자 전국장애인문학제를 처음 만드는 데 일조하며 누구보다 문학제를 애정했습니다.
신혜용 관장은 “장애인분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역량들 중 글쓰기의 힘이 남다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분들이 글쓰기를 통해 평소 자신의 생각과 경험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함으로써 쉽지 않은 장애인의 삶을 사회 속에서 이겨나가는 데 큰 힘을 얻고 있다. 전국장애인문학제가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에게 힘을 보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단체 기념 촬영을 끝으로 시상식이 종료된 가운데, 필자는 전국장애인문학제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조윤화 팀장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김 : 김진흥 기자 조 : 조윤화 팀장)
김 : 전국장애인문학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조 :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 2004년에 개관했어요. 당시 사고나 질병으로 중도장애인이 되신 분들을 대상으로 ‘행복한 글쓰기’ 프로그램이 진행됐죠. 2006년부터 문학제 형태로 시작하면서 고양시, 전국으로 확대되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등단할 수 있는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장애인문학제가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주관하는 전국장애인문학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 올해 500편이 넘는 작품들이 왔을 정도로 많은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대회인 것 같아요. 매년 이 정도로 작품들이 접수되고 있나요?
조 : 코로나 이전에는 더 많은 작품들이 오기도 했어요. 650편 넘은 적도 있었죠. 하하. 코로나를 겪으면서 작품과 참여하는 인원이 많이 줄었지만 점점 다시 코로나 이전 수치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김 : 시상식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올해 수상작품들을 모은 책을 전했습니다.
조 : 네, 매년 수상작품집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있어요. 도서관 등 공공기관에도 비치해서 많은 시민들이 장애인 문학 작품들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 : 전국장애인문학제를 참여하는 장애인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그리고 장애인 문학 작품들을 본 비장애인들의 반응도 알고 싶습니다.
조 : 전국장애인문학제를 오랜 기간 운영하다 보니 이것을 아는 장애인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장애인분들이 본인 이야기를 녹여서 적는 경우가 많은데 수상을 떠나서 작품을 낸다는 성취감을 얻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셔요. 매년 대상을 받기 위해 도전하는 분들도 계시고 시상식이 끝난 다음날부터 내년 대회를 위해 준비하는 분들도 계셔요. 문학제가 그들에게 하나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 저희도 더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품들을 읽은 시민들이 종종 후기를 주고 있어요. 작품을 읽고 좋아하거나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 등 긍정적인 반응들을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김 : 오랫동안 전국장애인문학제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은 사람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조 : 음, 올해는 지방에서 온 분들이 없었지만 먼 지역에서 이곳까지 와서 상장을 받은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한 분은 산문, 한 분은 운문으로 각각 수상한 충청도에서 온 부부 시각장애인이 계셨고 어느 분은 시상식에서 하모니카를 축하공연으로 하고 싶다면서 휠체어를 타고 부산에서 새벽에 출발해 이곳에 온 적도 있어요. 시상식을 위해 멀리서 오는 분들 한 분 한 분이 시상식을 빛내주었죠. (수년 전부터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시상식 참가하기 위해 지방에서 온 분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서울, 경기권 제외.)
한편, 경각심을 주는 사건(?)도 있었어요. 사인을 받고 싶을 정도로 글을 너무 잘 쓴 수상자가 있었는데, 3년 후에 알고 보니 기성 작품이었던 거예요. 저희가 열심히 검사한다고 했는데 어느 분의 제보로 나중에 알게 되어 참 난감한 상황을 겪었죠. 그 이후로 저희가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검사를 치밀하게! 확실히! 하고 있답니다. ^^;;
고양장애인종합복지관이 주관하는 전국장애인문학제는 전국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이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히 장애인들의 축제를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공감의 장으로 나아가는 전국장애인문학제. 고양특례시에서 켠 작은 불씨가 우리나라 사회로 번져 많은 장애인들이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들을 전하는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나중에 ‘장애인 문학’ 작품이 하나의 장르로써 교과서에 실리는 게 우리의 꿈이자 바람이에요. 전국장애인문학제가 그 꿈을 실현하는 데 하나의 역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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