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민기자단|박병금 기자

조상의 얼과 지혜가 담긴 문화유산을 소중히 보존하는 복합문화공간

ⓒ 박병금 여주시민기자

7월의 짙은 초록길을 굽어 돌아가니 강천면 굴암리에 아늑하게 들어선 옛 초등학교 자리에 여성생활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세월과 함께 자란 커다란 소나무와 아담한 옛 초등학교 건물, 넓은 운동장 한 켠의 책 읽는 소녀 조각상은 유년 시절 추억을 소환하며 들뜨게 했다.

ⓒ 박병금 여주시민기자

여성생활사박물관은 2000년 천연염색으로 특허와 인증서를 받은 이민정 관장이 30년 동안 수집한 여성 생활 관련 유물 3,000점을 모아 2001년 6월 설립하였다. 채현천연염색연구소를 겸하고 있는 이곳은 고유의 민속문화를 조사·발굴하고 귀중한 생활문화 유산을 보존·전시하며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정립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 박병금 여주시민기자

박물관 1층은 체험학습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특별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2층은 옛 여성들이 사용했던 생활용품 및 고전 의상, 장신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별전시실에는 천연염색가 채현 이민정 관장의 천연염색 작품과 염색 재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 입구에 쪽빛 염색 작품이 시원함을 느끼게 했다. 실제로 천연염색 옷은 통기성 및 자외선 차단 효과가 뛰어나 시원하다고 한다.

여성생활사박물관은 천연염색의 아름다운 가치와 실용성 및 예술작품으로서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많은 전시와 특별전을 기획했으며 현재도 천연염색 체험 및 교육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성생활사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정정호 작가 ⓒ 박병금 여주시민기자

다음 전시실에는 기도하는 삶의 숭고함을 표현한 한국화가 정정호 작가의 ‘Living Spirit-기도하는 사람들’ 개인전(~7월 27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천진미술대학 중국화과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단순 회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 작품의 해설을 정정호 작가가 직접 해주어서 더 의미 있게 감상했다.

ⓒ 박병금 여주시민기자

한지에 수묵 채색 작품도 있지만 나무를 이용한 크고 작은 다양한 작품은 글씨가 기도하는 사람의 형상으로 보이는 독특한 작품이다. 기도는 살아있는 정신이며 위대한 실천 행위로 큰 아름다움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얕은 지식과 인기로 빠르게 작가로 불리는 요즘 깊은 고뇌와 자기성찰로 끊임없이 탐구하고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이 깊은 울림을 준다.

ⓒ 박병금 여주시민기자

2층 전시실은 옛 여성들의 많이 사용했던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직접 실을 뽑고 옷을 짜던 베틀과 물레가 있고 정교한 가마, 모양을 내던 다식판, 다양한 모양의 다리미와 놋쇠 그릇, 소반, 호롱불 등잔, 약장, 화려한 백동장, 상아로 만든 어피 안경집이 독특했고 더운 전시실에서 대나무로 만든 죽부인이 반갑게 눈에 띄었다.

ⓒ 박병금 여주시민기자

다음 전시실은 서울 무교동 아흔아홉 칸 큰집에 살던 부인의 의복을 기증받아 전시 중인데 당시 생활 한복의 고급스러움과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전시품 중 눈에 띄는 것은 탑처럼 쌓아 놓은 예쁜 베개와 목침이다. 베개는 집안의 경사 및 가족을 위해 예쁜 모양이나 좋은 글귀로 자수를 놓아 만들었다. 모든 걸 직접 해야 하는 그 고단함 속에서도 밤새워 복을 빌며 아름다운 수를 놓았을 옛 여성들의 삶이 그려져 먹먹했다.

ⓒ 박병금 여주시민기자

여성생활사박물관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하기 좋은 곳이며, 50대 이후의 성인들에게는 아름다운 시절의 추억과 전통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역사·문화의 공간이다. 여성생활사박물관은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박물관으로 시설 투자의 열악함 속에서도 오랜 기간 열정을 가지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기획전을 열어 여성문화 발전과 지역주민의 문화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박물관이 본래 목적과 같이 조상의 얼과 지혜가 담긴 문화유산을 소중히 보존하고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열린 복합공간으로 더욱 발전해 가길 바라본다.

ⓒ 박병금 여주시민기자

여성생활사박물관 운영 프로그램 안내

  • 정정호 개인전 ‘Living spirit-기도하는 사람들’ 7월 27일(토)까지

  • K-사랑 열전 ‘조선의 사랑 이야기’ 10월 31일(목)까지

  • 비움과 채움 ‘똥 이야기’ 9월 1일(일)~10월 31일(목)

- 8월 20일까지 화장실 관련 에피소드 공모(사은품 증정)

※문의: 홈페이지 / 031-882-8100 / hsjun1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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