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에서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밀라노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러 유학을 떠난

장명숙의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이지요.

제목부터 에너지가 느껴지고 삶을 사랑하며 사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지요?

작가는 10대부터 70대의 시간을 담담히 풀어가면서 가감 없이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말하지요. “10대, 꿈을 꾸었다. 20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30대, 부단히 전력투구했다. 40대, 약자의 삶에 더 다가갔다.

50대, 자유로워졌다. 60대, 인생 계획이 없던 유튜버가 되었다.

70대, 매일이 설렌다”고 말입니다.

70대에 이르러도 매일이 설레는 삶을 살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요?

살아가면서 인생의 길잡이가 될 사람을, 혹은 책을 만나는 것은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작가는 자기 관리에 매우 철저합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었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지요.

자신의 철학이 분명했고 실천하는 삶이 부러웠습니다.

부단한 노력의 결과인 것이지요.

자신이 계획한 것을 실천하는 일은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은

자신을 위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1994년 큰아들의 수술과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계기로

화려한 분야의 일만이 아닌 전혀 다른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약자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는 삶을 살게 된 것이지요.

장기기증을 신청하고 아프리카의 어려운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돕는 저자의 의지가 놀랍습니다.

타인을 이해하고 안아주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요.

인생의 멘토가 되어 준 사람들과의 이야기는 감동이 컸습니다.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좋은 인연을 오래도록 이어가는 작가의 삶이 아름답습니다.

제자들에게 삶에서 얻은 지혜를 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사람의 삶은 예측할 수 없다고 하지요.

작가도 60대에 들어서 인생 계획에 없던 유튜버가 되었는데

그 이후 매일 설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요.

패션업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켰던 작가가 비울수록 편안해지는 진리를 깨닫고

자신만의 패션을 소박하면서도 당당하게 즐기는 자세는 독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옷을 거의 사지 않는 이유가 호기심도 줄어들었고 유행은 돌고 돌기에

예전에 구입한 옷들을 수선해서 입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리고 옷을 더 이상 사지 않기 위해 체중조절을 한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햇빛이 찬란하게 비칠 때 ‘햇빛 멍때리기’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즐거워집니다.

저는 가끔 숲길을 걸으며 ‘숲 멍때리기’를 한답니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 맑고 파란 겨울하늘, 떨어지는 나뭇잎들이 그리는 오묘한 소리를 들으면서 말입니다.

각자의 취향대로 하는 멍때리기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불멍, 파도멍, 별빛멍 등등... 누구나 자기만의 멍때리기 주제가 있겠지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앞으로 내가 살고 싶은 삶의 시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감정표현을 솔직하게 하며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며 살려고 합니다.

큰 계획보다는 실천하기 쉬운 작은 계획을 세워서 하나씩 이루어가고 싶습니다.

그런 노력이 하나씩 쌓이면 우리 앞에 펼쳐진 찬란한 햇빛 속에서 귀한 인생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겠지요.

즐거운 음악처럼, 때로는 따뜻한 그림처럼 기억될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읽으며 한 해를 마무리 해 보셨으면 합니다.

<사진, 글: 서대문구 블로그 서포터즈 : '유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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