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유산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으로,

서울 사람들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 또는 감성으로

미래세대에게 전할 100년 후의 보물이라고 해요.

은평구에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것들이

꽤 많이 있는데요.

올해는 은평구의 서울미래유산에 대해

사진으로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첫번째 시간은

오랜 기간 가족과 함께, 혹은 대를 이어

가업을 지켜온 장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은평구의 서울미래유산

1. 형제대장간

은평구 수색로 249(수색동 102-49)에 있는

형제대장간은

류상준씨(형)와 류상남씨(동생) 형제가

함께 운영하는 대장간입니다.

1976년 개업 이후 일정기간 폐업을 했지만

1997년부터 다시 운영되고 있는 대장간으로,

2018년 서울시 ‘오래가게’로도 선정되었습니다.

이날은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무뎌진 정을

날렵하게 다듬는 일로 일과를 시작하셨습니다.

정은 타일을 제거하거나 바닥을 철거할 때 사용하는데 오래 사용하면 끝이 무뎌지기 마련이라

다듬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해요.

이후 손도끼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셨습니다.

붉게 열이 오른 쇳덩어리에 힘차게 망치질을 하니

점차 매끈한 도끼날의 모습을 갖춰갑니다.

두 분의 합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매일 오랜 기간 합을 맞춰 작업을 해 온 세월과

계속해서 쌓아온 서로에 대한 신뢰가 느껴집니다.

형제대장간은 전국에 단골이 많습니다.

회칼을 주문하러 제주도 횟집에서도 찾아오고,

사극에 사용한 병장기를 주문하기 위해

방송국에서도 자주 찾는다고 해요.

몇 년 전엔 드라마 <식객>에서 사용된

‘서울식 전통 칼’을 제작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문화재청도 단골이라고 하네요.

팔만대장경을 결속하는 전통 못도 만들었으며,

창경궁, 경복궁, 숭례문 등 고적을 수리할 때마다

필요한 문고리나 돌쩌귀 같은 용품도

만드신다고 하니,

정말 '장인'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큰 형인 류상준 대표님은

50여 년이 넘게 이 일을 해오셨는데요.

웅크려 작업하시느라

어깨와 허리가 조금 굽으셨고

손 모양도 조금 변형되셨지만,

지금까지의 길을 지켜온 장인에게는

누구보다 큰 훈장으로 여겨지지 않을까요?

손도끼를 만들 때 몰두하시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나의 분야에서 반 백 년 이상

일을 하고 계시는 모습,

현재까지도 꾸준히 하루하루를

메질하고 계신 모습을 보며,

저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분의 꿈은

대장간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해요.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곳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은평구의 서울미래유산

2. 청기와양복점

청기와양복점은

1973년 개업하여 같은 장소에서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맞춤형 양복점입니다.

은평구 통일로 697(녹번동 117-112)에

아버지인 황재홍 씨가 개업해서 운영하다

1999년부터 아들 황필승씨가

재단사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황재홍씨는

1981년 전국 주문신사복기술경기대회에서

대상을,

1983년 신사복콩크르대회기술대상에서

금메달을 수상했으며,

아들 황필승씨는

2000년 국가공인양복기능사에

수석으로 합격하는 등 양복 기술을 인정받았습니다.

옛날에는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대통령의

가족이 청기와양복점에서

양복을 맞춘 적도 있다고 하네요.

이날 대표님은 브라운 색상의

직접 만드신 양복을 입고 계시네요.

정말 잘 어울리세요!

마침 가봉을 하러 오신 손님이 오셨습니다.

맞춤양복에 대해 조예가 깊으신 분이라고 합니다.

손님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고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가봉부터,

와이셔츠의 소재와 깃의 형태를 구하는 것까지

맞춤양복을 진행하는 과정의 일부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의 섬세한 손길이

들어가지 않는 순간이 없습니다.

그만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직접 만드신 옷 앞에서 대표님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보았습니다.

아버님의 생전 모습과 많이 겹쳐 보입니다.

한 땀 한 땀의 정성이 담긴 양복에서

기성품에서는 볼 수 없는 단단한 기품이 느껴집니다.


대표님은 지난 손님과의 이야기도

들려주셨는데요.

단골손님이 아버지가 되어 아들과 찾아온 이야기,

성인이 되어 첫 양복을 맞추러 온 자식과 부모님 등

손님들을 통해 양복점이

세대 간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양복점에서의 촬영을 마무리하고 가려는데,

사장님께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 제 아내인데,

사진을 부탁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제 사진이 소중한 기억의 한 페이지로 남길 바라는

마음을 더해 정성스레

두 분의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은 곧 ‘기록’입니다.

제 사진을 통해 은평구 장인들의 자취를

많은 구민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분들이 오래 지켜왔던 것들을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지킬 수 있도록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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