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늦은 나이’는 없습니다

‘여주시 세종검정고시반’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여주시 세종검정고시반에는 용기 있는 도전으로 오랜 꿈을 이뤄가는 이들이 있다. 나이는 다르지만 같은 꿈을 완성해 나가는 만학도들의 특별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글. 두정아 사진. 김세명


여주에서 꽃 피운 배움의 꿈

“지금까지 살면서 제 안에 제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공부를 시작하니 세상이 달리 보여요. 저라는 정체성이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박미옥 씨(55)는 지난해 강동대학교(웰빙테라피 전공)에 입학해 캠퍼스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늦깎이 여대생이다. 여주시 평생교육과에서 운영하는 세종검정고시반 출신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 수학여행 한번 가본 적 없는 어린 시절을 보상받 듯 그 누구보다 즐거운 캠퍼스 생활을 펼치고 있다.

“오랫동안 장애인 복지 시설에서 일을 했어요.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학력과 자격증이 필수로 자리 잡으면서 일을 포기해야 했죠. 저는 배움이 부족해 아이들 키울 때 공부하라는 소리 한번 못 했어요. 엄마의 자리가 너무 나약했던 거예요. 늦은 나이지만, 엄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낮에는 마트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세종검정고시반 고등부 야간반에서 공부하며 혼신의 열정을 불태운 미옥 씨는 “눈높이에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들과 힘들 때 서로를 북돋아 준 동기들 덕분에 대입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눈빛만 보고도 아시더라고요. 그토록 열정적인 모습에 수업을 못 따라가면 너무 죄송스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는 거예요. 잠자는 게 미안할 정도였어요.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처음으로 공부가 재밌다고 느끼게 됐어요.”

세종검정고시반은 누구나 소외받지 않는 평생교육 환경에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지역주민이 다시금 꿈을 그릴 수 있도록 양질의 무료 교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2013년 세종도서관에서 처음 시작된 세종검정고시반은 2020년부터 평생학습센터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많은 수강생이 합격의 쾌거를 이루고 있다.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여주시 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 세종검정고시반 개강 수업.

70대에 이룬 만학도의 열정

2022년 세종검정고시반 최고령 합격자인 김숙자 씨(75)는 고등부 주간반 출신으로, 현재 여주대학교 사회복지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14살의 나이에 오빠의 학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숙자 씨는 “그때 받은 상처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도 끝내 치유되지 않았고, 아직도 가슴에 한으로 남아 있다”고 털어놨다.

“염색 규방 공방을 작게 운영했어요. 작년 봄에는 개인전도 열었죠. 사실 그동안 학력을 공개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한 수강생분이 제 프로필을 보신 것 같더라고요.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자신이 대학을 졸업했다면서 자꾸 학교 이야기를 꺼내시더라고요. 그때 큰 충격을 받게 되었죠.”

심적 어려움을 겪던 그에게 여동생이 검정고시 시험을 제안했고, 숙자 씨는 가족들의 응원으로 오래 미뤄왔던 만학도의 꿈을 이루게 됐다. 현재 학과에서 20대인 동기들과도 즐겁게 동고동락 중이다. 숙자 씨는 “젊은 층과 교류할 일이 거의 없는데 우리 반 학생들이 하나로 뭉쳐서 서로 저를 도와주려고 한다”라며 “지난 주말에는 교수님과 동기들을 집으로 초대해 고기 파티를 열기도 했다”고 행복한 일상을 공유했다. 학력 취득은 삶의 질과 인문적 소양을 향상시키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꿈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숙자 씨는 향후 자신이 사회에 귀한 쓰임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공부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 같아요. 배움의 기쁨이 이렇게 큰 줄 몰랐습니다. 교수님들이 너무 좋고 잘 가르쳐주셔서 행복해요. 앞으로는 제가 배운 것을 토대로 봉사하며 살고 싶어요. 마음이 아프신 분이나 상담이 필요한 분들과 같이 염색도 하고 바느질도 하며 상담도 하고 치유도 하는 그런 뜻 깊은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꿈을 이뤘습니다.”

세종검정고시반 김미애 강사(오른쪽)가 졸업생인 박미옥(왼쪽), 김숙자(가운데) 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뤄왔던 꿈에 도전해 보세요”

세종검정고시반은 오랜 경력의 강사진으로 학습반을 구성해 고령 학습자의 특성에 맞게 기초부터 실전 문제풀이까지 체계적인 학습 관리로 높은 검정고시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512명의 수강생이 참여했으며, 합격률은 81%를 기록 중이다. 세종검정고시반의 국어 강사 김미애 씨는 검정고시 도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용기’를 꼽았다.

“자신의 학벌이 주위에 소문이 날까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심지어 수강생분 중에서는 ‘거리에서 마주쳐도 절대 아는 척하지 말라’고 부탁하시는 분도 있었죠. 하지만 스스로 마음먹고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일이 얼마나 큰 가치 있는 일인지 아셨으면 해요. 공부하다 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고 넓은 시각도 갖게 됩니다. 반드시 얻어 가시는 것이 있어요. 주저하지 마시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은 영어도 수학도 아닌 국어인 경우가 많다고. 미애 씨는 “우리말이라서 처음에는 쉽다고 여기지만 문법과 시, 소설, 설명문 등 다양한 부문이 있다”며 “특히 국어는 지문이 길어서 정해진 시간 안에 빨리 읽는 것을 어려워하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수업을 통해 차근차근 함께 배워 나가다 보면 누구나 목표에 도달하실 수 있다”면서 “배움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조언했다. 세종검정고시반 덕분에 꿈을 이룬 미옥 씨는 “시작해보면 족집게 선생님과 동기 등 주위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며 “일단 시간만 내서 한번 와보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적극 추천했다. 세종검정고시반에서는 매년 학습자를 모집한다. 올해 하반기는 오는 9월 2일부터 20일까지 접수 가능하며, 검정고시 시험 공고일 전인 10월부터 내년 4월까지 운영된다. 중등반은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개 과목이며, 고등반은 한국사가 더해진 6개 과목이다. 주간반뿐 아니라 야간반도 운영돼 직장을 다니는 이들도 배움의 기회를 이어 나갈 수 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도전해보세요.”

꿈을 이뤄낸 세종검정고시반 강의실에서 기념 촬영 ‘찰칵!’

2025년 시험대비 세종검정고시반 학습자 모집(예정)

  • 모집기간: 2024. 9. 2. ~ 9. 20.

  • 운영기간: 2024. 10. 21. ~ 2025. 4. 4.(검정고시 시험 공고일 전까지)

  • 교육과목

- 중등반: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 5과목

- 고등반: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한국사 / 6과목 교육운영 시간표

- [주간] 중등반: 월~금 09:00~12:00 / 고등반: 월~금 09:00~12:00

- [야간] 중등반: 월~금 19:00~21:00 / 고등반: 월~금 19:00~21:00

  • 문의: 031-887-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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