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시간 전
[작은 책방의 주소 #2] 정읍 유일무이 독립서점, 작은새책방
전북에서 만나는
작은 책방의 주소
전주 물결서사의 대표 '임주아 시인'이
전하는 책과 사람 이야기,
여러분을 작은 책방으로 초대합니다.
쓰는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 학산로 51-1 (상동 149-12번지)
듣는주소 | 상동 현대3차아파트 후문 건너편
운영시간 | 화~금요일 10:00~18:00 / 수요일 13:00~18:00 / 일, 월요일 휴무
책방지기 | 유새롬
정읍시 학산로는 학교와 아파트가 밀집한 대표적인 주거지역이다. 작은새책방이 자리한 이 거리에는 식당, 꽃집, 부동산, 편의점 등 생활 편의 시설이 골고루 갖춰져 있어 불편함이 없다. 오는 11월이면 4주년을 맞는 작은새책방은 정읍에서 유일한 독립책방으로, 연령대를 아우르는 단골 손님층이 두텁다.
매달 독서모임과 건축 스터디가 열리며, 어린이 인턴이 추천하는 그림책 코너도 인기다. 임실 옥정호에서 ‘틔움책방’을 운영하던 유새롬 씨는 고향인 정읍시 상동 학산로에 이 책방을 다시 열었다. ‘작은새’는 대학 시절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을 따온 이름이다.
한자리에서 2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해온 유순임 씨는 처음부터 유새롬 씨가 좋았다고 했다. 젊은 사람이 고향에 터를 잡은 것도 기특한데, 서점을 연다니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작은 책방의 이야기는 언제나 이웃과의 에피소드에서 시작된다. 좋은 이웃을 만난 덕분에 같은 주소를 쓰는 정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책방의 존재를 알아보고 먼저 응원을 건네는 이들, 바로 옆집 이웃들이다. ‘작은새’ 책방지기 유새롬 씨는 4년 가까이 책방을 지켜오며 어떤 마음을 품게 되었을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책방 문을 열었다.
Q. ‘작은새책방’은 2021년 11월 정읍에 최초로 문을 연 독립책방이다. 오픈 당시 이 길을 오가는 시민들과 주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는 잡지 기사를 읽었다.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호응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정읍에는 책을 큐레이션 해서 판매하거나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서점이 없어서 나름의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 오션이 아니라 연못크기이지만. 오픈 예고 플랜카드를 걸어두고 공사하는 한 달간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갑자기 늘어났다. 동네서점에 대한 관심과 필요의 표현으로 느꼈다. 오픈한 날 오신 손님들은 임실에 있을 때부터 오시던 손님들과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뒤섞여서 정말이지 북적북적 아주 좋았다.
전주로 아이들 그림책 보러 원정 다니시던 손님, 독서모임하러 광주의 동네서점으로 원정 가던 손님들이 정읍에 책방을 열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 정읍에 책방 열길 잘했다는 확신을 했다. 책방을 필요로 하던 분들이 오가며 이런저런 조언과 취향을 공유해 주셨기 때문에 책방이 훨씬 풍성해졌다.
Q. 책방이 있는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고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이곳에 책방을 열게 됐는지 궁금하다. 자기가 살던 동네만큼은 피하고 싶은 경우도 있을 텐데, 동네에 각별한 애정이 있었던 것 같다. |
책방이 있는 길은 정읍에서 학교 다닐 때 통학로였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매일 걸어 다니면서 즐거움을 발견하곤 했던 추억의 길이기도 하고, 조용하고, 상점가도 아니고 주택도 아닌 애매함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학교와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라 손님이 많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Q. 책방을 열기 전에 임실 옥정호 앞에서 ‘숍인숍’ 형태로 일찍이 독립서점을 1년 반 정도 운영했다고 들었다. 그때 이야기를 조금 전해준다면. |
남편과 달리 나는 당시에 아이가 어려서 아무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귀향을 했기 때문에 주변의 어른들이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여기셨던 것 같다. 옥정호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어른께서 내게 찻집 한편을 무상으로 내어주셨다. 차와 커피만 빼면 다 팔아도 된다고 하시길래 가장 좋아하는 것을 파는 게 맞겠다 싶어 품목을 책으로 정했다. 출산 이후에 못 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보고 싶은 책들 위주로 서가를 갖추기 시작했다.
몇 달은 책이 팔리는 게 신기해서 재미있었는데 점점 손님이 줄어들었다. 찻집 손님이 책방 손님도 될 줄 알았는데 그렇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호기심에 들어왔다가도 책방이라고 하면 도망가는 손님들을 보면서 책장의 책들 보기가 미안했다. 코로나19로 집합금지가 이어지고, 신변에도 변화가 생겨서 옥정호 생활을 접었다. 당시엔 하루에 한 권도 못 팔던 날이 수두룩했는데, 정읍에 와서는 그런 날이 거의 없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책방을 연다.
Q. 책방 서가에는 그림책부터 건축, 문학, 사회과학 책까지 다양하다. ‘00 전문 서점’을 표방하는 독립서점들과는 달리 다양한 장르와 분야를 포용하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책을 들이고 큐레이션하는지 알려 달라. |
지금 책장의 장르와 분야가 그렇게 다양하다고 할 수도 없지만, 우선 정읍의 유일한 동네 서점으로서 최소한의 취향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가 작으니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서 방황하게 되는데 그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싶다. 책을 들이는 기준은 처음엔 순전히 내 선호도에 기준했었는데, 손님들과 책 이야기를 하면서 약간씩 가지를 더 치게 되었다. 보통은 시절이나 계절에 맞는 큐레이션을 한다.
Q. 작은새책방은 책뿐만 아니라 커피와 차도 함께 판매하는 책방형 카페, 카페형 책방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러한 선택에 이유나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책방이 꼭 권하고 싶은 마실 메뉴도 소개해 준다면. |
커피와 차를 아주 좋아한다. 결혼하고 난 뒤에 회사를 그만두고 진짜 해보고 싶었던 일을 찾던 중에 커피를 배우러 다녔는데 배운다고 다 잘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잘하고 싶었고 언젠가는 하게 될 일이 아닐까 싶어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너무 고돼서 놀랐고, 정말 즐거웠다. 귀중한 경험이었고, 겨우 커피를 맛있게 내릴 줄 알게 되었는데 집에서만 써먹기 아까워 정읍으로 책방을 옮길 때 커피도 함께 팔기로 했다. 원래 책과 커피는 세트 아닌가? 책방에 오신다면 꼭 책 한 권, 커피 한잔하시기를 권한다. 둘 다 잘하는 집으로 인정받고 싶다!
Q. 샤프나 종이카드 등 문구류도 잘 꾸려져 있고, 전면에 보이는 유리컵과 찻잔 등 특별한 상품도 눈에 띈다. 책 이외의 것들이 주인의 취향과 정서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이야기해 준다면. |
옥정호에 있을 때부터 책 이외의 물건들을 판매했는데 그 기준은 손으로 만든 것 혹은 지역의 작가들이 만든 것이었다.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살 수 있지만 손으로 만들거나 지역의 작가들이 만드는 것들은 유일무이한 것이라 꼭 소개하고 싶었다.
정읍에 와서는 조금 더 품목을 늘렸는데, 가장 많이 소개하고 있는 품목은 유리 회화하시는 강희경 작가님의 유리잔들이다. 서학동미술관 관계자님 소개로 정읍에 유리회화를 하시는 강희경 작가님을 소개받았다. 옆 동네 주민이셔서 작업실에 가서 작품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너무 멋있어서 바로 전시를 하자고 졸랐다. 작가님은 유리라는 소재를 환경친화적인 차원으로도 접근하시는 분이라 더욱 매력적이었다.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만을 사용하고, 버려진 유리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가님 작업이 더욱 알려지기를 바랐다. 많이 많이 유명해지셨으면 좋겠다.
Q. 독서모임은 작은새책방이 앞으로 계속 가져가야 할 모임일 것 같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르는지 알고 싶다. |
매월 초에 책을 골라서 공지하고, 월 말에 모여서 함께 이야기 나눌 분들을 모집한다. 책은 시절에 맞추어 고르기도 하고, 그때그때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하거나 계절에 어울리는 책을 발견하면 그것으로 선택한다. 매우 주관적이다.
Q.책방에서 <건축가의 서재>라는 유료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보다 반응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소개해 준다면. |
<건축가의 서재>는 건축가인 남편한테 재능기부하라고 졸라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유명한 건축가들의 자서전이나 평전을 통해 그들의 자취와 영향력을 살펴보는 교양강의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남편은 학부와 석사를 거쳐 지금까지 20년 넘게 건축 설계를 하고 있다. 소규모의 스터디 같은 강의를 하고 있는데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신청하고 재미있게 들어주셔서 남편이 은근히 긴장하면서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도록 추진해 보려고 한다.
Q.책방에는 특별한 ‘인턴’이 있다고 알고 있다. 언제 출퇴근하고 무슨 일을 하나. 인턴을 만나고 싶은 손님들에게 설명해 달라. |
코로나 시기에 유치원이 휴원을 하면 불가피하게 가끔 함께 출근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는데 초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거의 매일 다섯시쯤 출근해서 한 시간 동안 온갖 참견을 다 하다가 책방 문을 함께 닫고 퇴근한다.
갖고 싶은 책이 생기면 테이크아웃 컵 홀더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값을 대신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어린이가 그린 것이라 완벽하지 않아서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기 마련이라 그 컵홀더를 선호하는 손님들께만 드린다. 또 가끔 재미있게 읽은 책의 추천사를 쓰고, 그 책이 팔리면 수익의 일부를 지급하는 계약도 했다. 인턴은 벌써 5년 차인데도 아직 인턴 신세를 못 면하고 있다. 조만간 일하기 싫어서 스스로 그만둘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일하기 싫다고 돈을 내고 책을 사 갔다…
Q.동네책방은 그 지역 도서관과 이웃하는 짝꿍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도서관과 종종 협업하는 것이 있나. |
도서관에서 하는 희망도서 바로대출이라는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책방의 매출에 많은 도움이 되어서 아주 감사한 서비스다. 또 도서관에서 하는 ‘한 권의 책’ 이나 ‘책소풍’ 같은 연간 행사에 불러주셔서 도서관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언젠가는 무엇인가를 같이 계획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Q.동네책방은 지자체의 관심도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전북특별자치도와 정읍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전북특별자치도나 정읍시에서 이미 확정된 예산을 골고루 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 지역의 사람들도 집 근처에서 직접 책을 고르고 살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으려면 지역의 책방이 건재해야 하니까. 그런 점에서 관공서나 학교에서 도서를 구입할 때 업체 규모나 납품 이력 등등의 상관없이 반드시 지역의 등록된 업체를 두루 이용하도록 제정된 조례의 혜택을 받는 전주의 책방들이 매우 부럽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
오래오래 책방을 하고 싶다. 여기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 타 지역에 있다가도 집에 왔을 때 들를 수 있는 공간으로 남고 싶다.
작은 새책방 권하는
책 5권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가장 오래된 형태의 미디어인 책을 파는 나와, 그런 책을 사서 읽고 있는 손님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 싶어 모임 책으로 선정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4월, 작은 책방의 주소
'작은새책방'
interviewer_임주아 시인
photo by_앳더위켄드스튜디오 최기홍 사진작가
글 = 임주아 시인
사진 = 최기홍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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