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최고의 뷰 맛집 영월루, 숨겨진 시간 여행지
여주시민기자단|김영진 기자
시간과 공간이 만나는 여주 최고의 숨겨진 뷰 맛집
여주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이 세종대왕릉, 신륵사, 그리고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을 떠올리곤 한다. 물론 이들도 훌륭하지만, 여주는 그 너머로 숨겨진 보석 같은 곳들로 가득하다.
고달사지, 명성황후 생가, 황학산수목원, 그리고 강천섬과 당남리섬 같은 곳들은 조용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 명소는 유명세에 가려 빛을 덜 발하고 있다.
여주를 찾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세종대왕릉과 신륵사를 함께 둘러보기 위해 여주대교를 건너곤 한다. 그때마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여주 최고의 숨은 뷰 맛집을 지나치고 있다.
산을 오르거나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여주의 숨결이 담긴 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정말 비밀스러운 보물이라 할 만하다.
모두가 지나치기 쉽지만, 한 번 이곳을 찾게 되면 자꾸만 마음에 걸리는 그 장소, 이름마저 낭만적인 ‘영월루’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달을 품은 누각, 영월루
언덕 위에 우뚝 선 고풍스러운 누각 영월루, ‘달을 맞이하는 누각’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 안내판을 살펴보면, 그 역사가 무려 100년도 더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1925년, 여주목 관아의 정문이었던 이 누각이 지금의 자리로 이전되면서 ‘영월루(迎月樓)’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18세기 말의 건축물로 추정되는 영월루는 낮은 기단과 길게 늘어진 몸체, 추어올려진 지붕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고요한 시 한 편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누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이 이름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깨닫게 된다. 굽이치는 남한강과 여주 시내의 파노라마가 눈앞에 펼쳐지며,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을 선사한다.
앞으로는 현대적인 여주 시내의 모습이, 뒤로는 천년고찰 신륵사와 남한강이 어우러진 풍경이 마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 여행을 하게 한다.
‘달을 맞이하는 누각’이라는 이름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누군가는 이곳에 서서 달을 기다렸을 것이고, 그 시간 동안 강물은 얼마나 많이 흘렀을까? 그리움과 기다림이 스며든 풍경이다.
문득 이곳에서 달 뜨는 밤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 선비들이 이곳에서 술 한 잔 기울이며 시를 읊었을 모습이 상상되었다.
올해 말 준공되는 남한강 출렁다리가 본격적으로 개통될 내년에는 이곳 영월루에서 달과 함께 출렁다리의 아름다운 야경을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보물을 품은 언덕
영월루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언덕 중간쯤 또 다른 시간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고려 시대의 숨결을 간직한 두 개의 석탑, 창리삼층석탑과 하리삼층석탑이 마치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서 있다.
1958년 이곳으로 이전된 보물 창리삼층석탑(1963년 지정)과 하리삼층석탑(1963년 지정)은 당시 여주읍 창리 과수원 내 옛 절터와 여주읍 하리의 절터에 있던 것을 1958년, 1957년 각각 현재의 자리로 옮겨 세웠다.
두 석탑 모두 고려 시대 양식을 따르고 있어 만들어진 시기는 추측해 볼 수 있지만 어느 사찰에 있었는지는 남아있는 자료가 없다. 물론 탑이 속했던 사찰은 여주 시내 평지에 위치하였겠지만, 지금은 그 이름은 물론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한때 번성했던 그 절에서 수많은 이들의 기도를 들어주던 이 석탑들이, 이제는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채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 해준다.
역사의 무게를 느끼며
석탑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기니, 웅장한 현충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1959년에 처음 세워져 여러 차례 개축을 거친 이 탑은, 마치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듯했다. 도자기의 곡선미와 소총의 형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공원을 거닐다 특이한 모양의 기념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스 신전을 닮은 이 기념비는 바로 그리스군 참전기념비다. 한국전쟁 당시 그리스에서 파견된 5,000여 명의 군인들이 우리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웠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2021년 12월에 이곳으로 이전된 그리스군 참전기념비를 보니, 역사는 계속해서 새로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에서 직접 자재를 가져와 만든 이 기념비 앞에 서니, 70년 전 먼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의 희생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그리스군 참전비 옆으로는 6.25 참전기념비와 대한민국 무공수훈자 공적비가 세워져 나라를 위해 고귀한 희생을 한 여주 출신 순국선열을 기리고 있다.
마암(馬巖)의 전설
영월루 누각 바로 아래에 커다란 괴암이 절벽을 이루고 있다. 그 위에는 ‘마암(馬巖)’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고려 시대 문인인 이규보의 시에 “쌍마웅기 출수애 현명종차 득황려(雙馬雄奇 出水涯 縣名從此 得黃驪)”라 하여 황려현이라는 지명이 이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하였고, 예부터 시인묵객들이 읊은 여주팔영(驪州八詠) 중 하나가 바로 이 마암이었다.
여주 8경 중 2경인 마암어등(馬巖漁燈), 마암 앞 강가에 고기잡이배의 등불 밝히는 풍경을 자랑하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규보, 이색, 서거정, 정약용 등 당대 최고의 묵객들이 이곳을 찾아 시와 풍류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신라 경덕왕 때 마암에서 황마(黃馬)와 여마(驪馬)가 출현했다고 하여 여주의 옛 지명 황려현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전설이겠지만 만약 거친 물살을 가르며 솟아오르는 두 마리의 말이 있었다면 그 광경은 얼마나 장엄했을까?
시간의 켜를 넘나드는 여행
영월루와 그 주변을 거닐다 보면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특별한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고대의 전설부터 현대의 일상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이곳은 여주의 숨은 보석이다.
여주를 찾는다면, 꼭 해 질 무렵 영월루에 올라 보기를 권한다. 붉게 물든 강물 위로 달이 떠오르는 순간, 영월루의 마법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주소: 경기도 여주시 주내로 13
문의: 031-887-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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