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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
[명예기자] 개화산 끝자락에 위치한 신대부석어린이공원
고양이가 서둘러 피해 가기에 따라가니 낡고 너절한 고양이 집으로 들어가 몸을 숨긴다. 그늘진 곳이지만, 고양이 집 옆에 밥그릇까지 놓여있는 걸 보니 누군가 고양이를 위해 준비해 놓은듯하다.
2월 중순임에도 봄날같이 따스한 어느 공원의 오후 풍경이다. 이곳은 강서구 개화동 부석마을에 있는 신대부석어린이공원이다. 공원은 썰렁하니 텅 비었고, 나와 고양이 둘뿐이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
공원은 한강을 향해 내려온 개화산의 끝자락에 있다. 개화산과 공원 사이에 이면도로가 있고, 도로 바로 옆으로 축대를 쌓았는데 축댓돌들이 큼지막한 바윗덩어리들이다. 그 바위 사이사이에 흙무더기들이 있고, 흙무더기가 있는 곳에 작은 나무숲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어 축대라는 이름보다는 차라리 “바위를 이용해 만든 담벼락 정원”이라는 뜻으로 <바위담정원>이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그 바위담정원 앞에서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 여러 그루의 화살나무가 모여 있는 곳이 눈에 띈다. 지금은 햇빛이 비칠 때 땅바닥에 여러 개의 나뭇가지 그림자들이 보이지만, 곧 다가올 봄에는 초록색 잎들이 빽빽이 자라나서 작은 숲을 이루고, 그러면 그림자도 하나가 될 것이다. 화살나무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식물로 온통 붉은색의 단풍을 자랑하는 가을이 제일 화려하다.
바로 위에 보이는 개화산의 나무들이나 공원의 나무들은 비록 볼품없이 앙상한 가지들만 뻗어 얼기설기하고 제멋대로지만, 봄날 같은 따스한 날씨에 청명한 하늘과 맑고 깨끗한 공기가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문득 ‘아~ 이런 풍경이 이곳의 참모습이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다른 어린이공원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한적함에 평온함까지 느껴진다.
첫인상에 썰렁했던 이곳이 어느새 따스하고 정겨워지면서 놀이터와 운동기구, 의자들은 물론 고양이 집 주변에 있는 작은 나무들까지 친밀하게 다가온다. 큰 건물들이 많고 골목 따라 자리한 다른 곳의 어린이공원들과 달리 사방이 확 트인 곳이라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같다.
뛰노는 아이들이 없어 아쉽다는 생각을 고쳐먹고, 공원 왼쪽에 자리 잡은 개화어르신사랑방으로 다가가 기웃기웃해 보고,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궁금한 것을 물어볼 심산으로 운동기구를 잡고 가볍게 운동도 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으나 헛수고였다.
그러다가, 이대로 돌아가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에 개화어르신사랑방의 <할머니방>을 노크하고 문을 여니 마침 대여섯 분의 어르신들이 계시기에 용기 내어 "안녕하세요. 저~~ 부석마을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서 그러는데요."
할머니들은 말하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통 두세 시간은 후딱 넘기는 이야기꾼들이라 잔뜩 기대하고 말이 트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인사를 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어느 어르신 한 분이 바쁘신 듯 "몰라요. 우린 그런 거 몰라요." 그러시는 바람에 쑥스럽고 민망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허둥지둥 나왔다. 바로 옆 <할아버지방>은 아무도 안 계신다. 속으로 '다음엔 음료수라도 들고 가야지'하며, 발길을 돌리니 저만치 고양이가 나를 힐끔 쳐다보며 놀이터 옆으로 지나간다. “그래, 너라도 말이 통했으면 좋겠구나."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 풍경과 어울리는 신대부석어린이공원,
처음 들어섰을 때 가졌던 낯설고 어색함은 사라졌다. 그새 공원이 변한 것도 아닌데, 이곳이 정겹고 친밀해진 이 느낌은 뭘까?
이곳에서 주인 노릇 하는 고양이에게 잘 지내길 바라며 작별 인사를 하고 나왔다. "길냥아, 고마워. 잘 살아!"
강서까치뉴스 명예기자 이병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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