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동네 주민들의 든든한 친구, 까치산
까치산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화곡터널을 수없이 오가면서도 산이 있는지조차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바쁜 일상 때문에 뻥 뚫린 터널길만 무심코 지나갈 뿐 어떻게 만들어진 길인지 잘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산 위에 올라서도 일반 주택, 빌라 그리고 작은 아파트 등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이곳이 평지인지 산꼭대기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습니다.
원래 까치산은 홀로 동떨어져 있지 않았고 봉제산과 한 덩어리로 그 줄기였다고 합니다.
따스한 볕이 잘 드는 동남쪽의 산사면을 따라 하나 둘 집들이 들어섰고 강서구에서도 비중이 높은 화곡동이라는 큰 동네를 형성했다는 것입니다.
옛날 가을녘 까치산 아래 신월동 방면으로 바라보면 서쪽도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드넓은 황금벌판이 펼쳐졌고, 수많은 참새와 까치가 하늘을 뒤덮었다고 전해집니다.
온 산에 까치가 가득하고 산 중턱 나무마다 수많은 까치집이 매달려 있어 까치산이란 이름도 생겼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까치들의 보금자리인 까치산과 황금벌판에 자리 잡은 화곡동(禾谷洞)은 강서구의 상징과도 같은 이름이 되었습니다.
지금 까치산은 강서구의 다른 산들에 비해 산의 형태가 온전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까치산에 오르려면 지하철 화곡역이나 까치산역 방향으로 화곡터널 옆길을 따라 가파른 계단으로 힘겹게 올라야 닿을 수 있습니다.
산 높이가 그리 만만하지 않은 84.8m이긴 하지만, 주변부가 많이 훼손되다 보니 산 정상까지는 자연히 짧은 거리의 된비알을 힘겹게 올라야 하는 것이지요.
봉제산에서 가지를 쭉 뻗어내려 마지막 산줄기가 봉긋하게 솟아 있던 까치산은 여기저기 생채기를 키웠습니다.
교통 편의를 위해 산의 속살도 파헤쳐졌습니다. 나라 경제가 아직 어렵던 시절, 까치산의 몸뚱이는 서울로 몰려든 사람들의 고단한 몸이 기댈 수 있는 집터로 변신했습니다.
또 이웃과 이웃을, 이 동네와 저 마을을 잇고자 터널이 뚫리며 그 속살마저 도려낸 것입니다.
까치산은 본래의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참새와 까치 떼를 가슴에 품고 좁아진 틈새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우리 동네 사람들 삶의 든든한 둔덕이 된 채로 말입니다.
강서까치뉴스 박찬익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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