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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
따뜻한 마음 한 그릇 엄마손칼국수[2025년_2월호]
따뜻한 마음 한 그릇
엄마손칼국수
구수하고 담백한 칼국수와 적당히 칼칼한 김치만두. 단골들은 ‘추억을 불러오는 맛’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푸근한 인심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우기에 충분하다. 정갈한 맛과 따뜻한 정을 만날 수 있는 곳, 엄마손칼국수의 이야기.
글 두정아 사진 김성재
여주 가업동에 위치한 엄마손칼국수는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영섭·김인숙 부부가 단둘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주방은 아내 인숙 씨가, 손님맞이는 영섭 씨가 맡는다. ‘혼밥’(혼자서 밥 먹는 것)하는 손님부터 가족 단위 손님까지 다양한 손님이 오랜 단골이 되어 이곳을 찾는다. 칼국수 양이 많기로도 유명한데, 여기에 보리밥과 열무김치 혹은 무생채가 함께 딸려 나온다. 칼국수만 먹으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서비스다.
인기 메뉴는 단연 칼국수다. 걸쭉하고도 진한 국물은 깊은 맛을 자랑한다. 멸치와 표고버섯, 다시마, 무, 양파를 넣고 푹 우려낸 뒤 당근과 호박, 양파를 고명으로 얹는다. 생면도 매장에서 직접 뽑는다. 만두는 직접 담근 김치를 넣어 정성껏 손으로 빚는데 어린 시절 집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다. 인숙 씨는 “할머니가 해주시던 만두랑 맛이 똑같다고 많이들 말씀하신다”라고 했다. 콩국수 맛집으로도 입소문이 나 있는데, 국산 콩을 전기 맷돌로 매장에서 직접 갈아 고소함의 극치를 자랑한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맛을 이어오고 있지만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제가 식당을 80년대부터 했어요. 국내 항공사의 정비사로 2년 근무하다가 수원에 갈빗집을 크게 열었었지요. 직원을 27명이나 둘 만큼 잘됐었는데…….”
영섭 씨는 옛 생각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사업을 확장하다 위기가 찾아왔는데,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했다. 우연히 본 신문에서 매장 임대 광고를 보게 됐는데 바로 지금의 자리다. 그렇게 무작정 신문 한 장을 들고 여주를 찾아온 부부는 친구에게 칼국수 비법을 전수 받아 가게 문을 열었다.
“처음 2년 동안은 손님이 없어 고생을 엄청 했어요. 다행히도 좋은 이웃들을 많이 만나고 단골도 차츰 많이 생겼지요. 직원 없이 남편과 단둘이 욕심내지 않고 하고 있어요.”
엄마손칼국수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에도 저렴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주의 착한가격업소이기도 하다. 칼국수와 찐만두는 7,000원에 칼만두와 들깨칼국수, 콩국수는 8,000원에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남편은 한때 신학 공부하며 성직자의 꿈을 키웠던 사람이에요. 그래서인지 남에게 베푸는 것에 익숙해요. 착한가격업소 현판이 붙으니 그래도 장사 잘하고 있구나 싶어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정성껏 끓여주셔서 감사하다, 맛있게 잘 먹었다 해주실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어려움을 딛고 새 삶을 살게 된 여주에서의 생활은 ‘그래도 인생은 살 만 하다’는 생각을 안겨주었다. 소소한 일상이 유지될 수 있는 작은 행복이면 충분했다. 인숙 씨는 “손님들한테 아낌없이 드릴 수 있고, 먹고살 만하면 그걸로 됐다”라며 활짝 웃었다.
<엄마손칼국수>
주소 여주시 웅골로 168
전화 031-882-8553
시간 08:00~19:00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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