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놀멍, 쉬멍, 걸으멍 볼거리 많은 제주 군산오름
입춘이 지나자마자 제주섬에는 벌써부터 곳곳에 봄기운이 넘실대고 있어요.
거센 한파를 이겨낸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고 유채꽃 소식도 들려옵니다.
제주오름도 푸른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 있어요.
봄소식이 전해오는 제주오름 중에서 볼거리도 많고 차로 쉽게 오를 수 있는 군산오름을 찾았습니다.
봄소식이 들려오는 서귀포오름
군산오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 산 3-1 / 등반 5분 코스
제주 서귀포시 상예동 4853-4 / 등반 20분 코스
주차장, 화장실 ○
제주올레 9코스
군산오름은 자동차로 오르기 쉬운 오름으로 유명해서 여행객들은 금방 왔다 가는 관광명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등산로도 4군데나 있고 생각보다 볼만한 곳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코스는 2군데이며, 정상부까지 차로 가는 코스(감산리 방향)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예요.
그러나 진입로가 좁고 외길이라 자칫 차를 만난다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고 꼬불꼬불 올라가는 길이라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도로 상태도 좋지 않기에 차량보다는,
조금 시간이 소요되지만 20분가량 등반하는 코스(상예동 방향)를 추천합니다.
두 개의 뿔바위가 있어서 마치 군대의 군막을 친 것 같다고 하여 군산이라고 하였고, 산이 솟아날 때 굴메(그림자의 제주어) 같이 보인다 하여 굴메오름이라 불렸으며, 제주도 내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오름입니다.
정상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2개의 봉우리를 만나게 되는데 용머리의 쌍봉 모양처럼 솟아올랐다 하여 뿔바위라 합니다.
2개의 뿔바위 사이에는 푹신한 야자 매트가 깔려있어서 걷기도 편하고 탁 트인 비경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 해발고도 34.5m , 비고 280m
쌍선망월형의 명당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군산 봉우리에는 쌍선망월경이라는 불리는 명당이 있어서 함부로 묘를 쓸 수 없는 금장지(禁葬地)가 있어요.
예전부터 이곳에 묘를 쓰면 가뭄과 흉년이 든다고 하여 무덤을 쓰지 못하게 한 데서 연유한 지명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금은 오름 곳곳에 무덤이 많아서 아이러니하다 생각했는데 정상 부근에는 금장지라서 확실히 묘는 찾아볼 수 없었어요.
지금도 오랜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는 풍습이 있고, 뿔바위 뒤편에는 기우제를 지내는 제단이 있습니다.
군산오름은 제주올레 9코스에 포함돼 있어서 방문객이 더 많이 찾게 되었어요. 그래서 정상 근처에 최근 파란 간세의자가 새롭게 조성되면서 군산오름의 심벌이 되었어요.
파란 간세의자 덕분에 인증샷 명소 되었고 의자에 앉아서 주변 광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놀멍(놀면서), 인생샷 남기면서 쉬멍(쉬면서) 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군산오름 정상부
드디어 군산오름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바로 동쪽에 있는 뿔바위에요. 붉은 송이석인 뿔바위는 멀리서도 붉은색 덕분에 신기하게 보입니다.
뿔바위까지 가는 길은 경사가 있고 10명이면 꽉 찰 정도로 비좁지만 조심히만 한다면 누구나 오를 수 있어요.
그리고 뿔바위에서는 서귀포시 풍광을 360도 파노라마로 담을 수 있어서 제주의 숱한 오름 중에서는 가장 빼어난 장관을 자랑하는 오름이에요.
*** 군산오름 뿔 바위는 일몰, 일출 명소이기도 합니다.
제주 남서지역의 조망 명소
광활하게 펼쳐진 서귀포 풍경 중에서도 한라산이 가장 먼저 보이고 한라산을 따라 오름이 굽이굽이 파도처럼 해안선까지 펼쳐집니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이맘때면 한라산 설산도 만날 수 있어요.
오늘은 구름 속에 숨어버린 한라산의 설산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동쪽 해안으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라서 1월 1일이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일출 명소이기도 하고, 1월 1일 일출제를 지내기도 합니다.
해안가로는 서귀포의 섬(범섬, 문섬, 섶섬)과 고근산 그리고 안덕면과 대정읍의 주요 명소인 마라도, 산방산, 월라봉, 송악산, 형제섬 등의 오름과 섬들을 조망할 수 있어요.
예전부터 군산오름 정상에서 밭담과 귤과수원 풍경이 제주답다 느꼈는데 최근 들어 점점 늘어나는 비닐하우스 때문에 회색빛 무채색이 돼버려 많이 아쉽네요.
구시물(굇물)
군산오름이 좋은 점은 표지판이 잘 돼 있어서 구시물로 찾기에는 어렵지 않습니다. 구시물은 정상 뿔바위 뒤편으로 내려가면 표지판이 나오는데요.
구시물을 굇물이라고도 하며, 샘 모양이 소구시(여물통)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제주도에서도 유일하게 있는 숫오름(남자형)인 군산오름 중턱에서 흘러나오는 약수입니다.
구시물로 가는 길에는 벌써 유채꽃이 피면서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으며 발걸음도 가볍고 경쾌하게 탐방객의 발길을 구시물로 인도하는 듯합니다.
유채꽃 길이 너무 이뻐서 봄이면 꼭 와야 할 '걸으멍(걸으면서)' 즐기는 코스가 되었어요.
예로부터 화산 섬이라 물이 귀했던 제주에는 특히 중산간 지역마다 마실 물이 부족할 정도로 물이 귀했어요. 그래서 오름에 물이 있다는 건 큰 자산이었어요.
굇물은 아무리 날이 가물어도 마르지 않아서 옛날부터 기우제를 지낼 때 이물로 제를 지내면 신기하게 비가 내리게 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아들을 소원하는 이에게 이 물로 소원을 빌면 효험이 있으며, 불치의 피부병도 목욕을 하면 깨끗이 나았다는 전설이 구전돼 내려오고 있어요.
구시물은 물맛도 맛있기로 소문이 났지만 암반에서 이끼를 따라 여물통(소구시)으로 톡톡톡 떨어지는 물소리가 운치 있어요. 한참을 머물며, 떨어지는 물을 보고, 물소리를 듣고 손끝으로 느끼기 좋은 곳이에요.
사자암
구시물을 따라 다시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발견한 사자암, 사자바위는 바위의 형태가 누워있는 사자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지어진 바위입니다. 휴식을 취할 겸 시간을 두고 천천히 살펴보았지만 사자라기보다는 영락없는 사람의 얼굴 같아 보였어요.
사자암은 예래동의 설촌과도 관련이 있어서 마을에는 청년들이 범섬 때문에 단명하는 일이 많았는데 한 고승이 지나다가 해 뜨는 동녘 바다에 우뚝 솟은 섬(범섬)이 호랑이 형상이라 마을의 재앙을 가져왔다고 하였어요. 그래서 예래 마을 서쪽에 있는 군산을 사자로 칭하여 사자가 온다는 뜻에서 예래라고 지어줘 마을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그 후로 마을 주민들은 이 바위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답니다.
진지동굴
오름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이 파놓은 진지동굴이 군산오름에만 무려 9개나 있습니다.
도민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강제로 한국인을 동원하여 진지동굴을 만들게 하여 많은 인명 피해를 입혔어요. 이렇게 만든 진지동굴은 군수물자와 보급품 등을 은폐하거나 일본군 대피장소 목적으로 만들어졌어요. 안타깝게도 갱도 내에는 귀한 화산석과 암반층을 사정없이 뚫고 만들어졌더라고요. 이래저래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자 우리가 보존해야 할 전쟁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봄소식도 들려오면서 군산오름에는 더 많은 관광객과 탐방객들이 찾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군산오름은 대부분의 탐방객들이 정상만 보고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히려 시간을 갖고 천천히 놀멍, 쉬멍, 걸으멍 하기 좋은 곳입니다.
예래동의 설촌과 금장지처럼 제주의 전설도 깃들어 있고 구시물처럼 제주다운 면모와 360도 파노라마 비경 등 볼거리가 많아서
제주어로 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가 딱 맞아서 특히 멍 때리며 힐링하기 최적의 오름입니다.
또한 곳곳에 쉴 수 있는 공간도 많아서 천천히 여유 있게 둘러보셨으면 좋겠습니다.
https://m.blog.naver.com/anne4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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