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명장이라는 자부심으로

여주 도자기 세계화에 앞장설 것”

단아 박광천

한 우물만 판 외길 50년. 도자기에 대한 끈기와 집념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대한민국 명장의 반열에 오른 단아 박광천의 반세기 인생에 담긴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글. 두정아 사진. 김경수


여주 명장에서 대한민국 명장으로

“타 지역에 갈 때마다 여주의 도예 실험실 자랑을 많이 하고 다녔습니다. 거의 실험실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지난해 도자나날센터로 옮겨 시설이 더 좋아졌지요. 오랫동안 큰 도움을 받은 만큼 여주 도자기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는 데 제일 먼저 앞장설 계획입니다. 후학 양성 및 교육을 위해서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50년간 도공이자 화공의 길을 걸어온 박광천 명장은 대한민국 명장에 오른 소감을 묻자 감사함을 먼저 전했다. 그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주의 풍족한 도예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국 전통의 멋을 살리면서도 독창적인 기법을 끊임없이 연구해 온 그는 최근 최고 기술을 갖춘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가장 명예로운 칭호, 대한민국 명장을 부여받았다. 지난 9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박광천 명장 외 12명을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여주시 제3호 도예 명장이자 전원도예연구소 대표인 박 명장은 2024년 대한민국 명장(도자공예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개인의 영광은 물론 여주의 도자기 위상도 한 단계 상승시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대한민국 명장이란, 산업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 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로서 22개 분야 96개 직종의 산업 현장에 장기간 종사하며 숙련기술 발전 및 숙련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크게 공헌한 사람을 대상으로 숙련기술장려법 제11조 규정에 의해 대통령 명의로 선정된 사람을 말한다. 국가에서 지정하는 만큼 해당 직종에서 15년 이상 종사해야 하는 등 선정 기준도 까다롭다. 숙련기술의 보유 정도가 높은 자, 신청 직종의 숙련기술 발전을 위한 성과가 우수한 자, 숙련기술자 지위 향상을 위한 성과가 우수한 자, 신청 직종의 산업화 및 현대화 실적이 우수한 자(공예 분야에 한함) 중에서 선정하게 된다. 1986년 제정돼 지금까지 총 708명의 대한민국 명장이 배출됐다.

흙과 불로 빚어진 명작

여주 강천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박 명장은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많았다. 1975년 인천 소재 고암도예에 화공으로 들어가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1979년 고향인 여주로 돌아와 이인호 선생을 사사하며 본격적인 도예가의 길을 걸었다. 2008년 여주시 도예 명장에 선정됐으며,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우리 민족의 대표적 예술품인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전승해 제작하며 전통 도자기 명맥을 이어왔다. 조선백자 천지호, 상감철화화장토 투계, 청화백자 투계, 백자청화 달마 호랑이, 유상 청포도문 긴단지 등을 통해 독창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그림을 도자기에 담아냈다. 박 명장은 독특하고도 창의적인 기법으로도 유명하다. 선명도를 살리기 위해 초벌 후 그림을 그리고 유약을 바른 후 굽는 기존의 도예 방식을 벗어나 유약을 바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유상기법을 고안해냈다. 안료의 배합을 연구하며 최적의 온도를 찾아냈는데, 850℃에 초벌을 한 도자기에 유약을 입혀서 표면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그 후 1,300℃ 온도에 구워 그림을 제대로 살려내는 것이 관건이다. 박 명장이 유상기법을 처음 성공하던 날, 도자기 위에 그려진 꽃에 나비가 날아와 앉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대표작은 붉은빛이 도는 두 개의 도자기에 불꽃이 새겨진 무늬가 배치된 ‘생명의 근원-진사 쌍태동호’. 진사는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유약의 색깔이 형이상학적으로 변화한 것을 말하는데, ‘불이 그린 작품’이라고도 불린다. 배합과 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하나하나의 작품이 고유의 가치를 지닌다. 두 도자기의 그림이 쌍둥이 태아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똑같은 그림이 나오는 것이 어려운 만큼 역작으로 꼽힌다. 박 명장이 쌍둥이라는 점 또한 작품에 특별한 생명력을 더한다.

여주 도예 발전 위한 세계화에 앞장

박 명장은 50년간 혼신의 힘을 모아 많은 기법을 개발했다. 페라이트 슬러지를 포함하는 도자기용 안료와 이의 제조 방법, 도자기 표면에 원형 그림, 양각 문양 등을 도시하는 방법 등 총 7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도자기 분수대를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제 그는 국제 특허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의 특허는 궁극적으로는 국제 특허로 가기 위한 발판이었습니다. 더 큰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수단의 역할을 해주지요. 여러 차례 해외 전시를 열며 세계인의 관심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빨리 적응하고, 세계화에 앞장서는 것이 도예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 도자기의 예술적 가치를 계승·발전하는 것은 물론 세계화를 선도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다. 박 명장은 오랫동안 지역을 위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크고 작은 봉사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기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에는 그의 아들이자 제자 1호인 도예가 박수동 씨도 함께하고 있다. 박 명장은 제자 2호, 3호 등을 배출하기 위해 앞으로 후학 양성에 더욱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같이 잘사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아이큐가 70이라면, 세 명이 모이면 210이 되지요. 협동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힘이 닿는 데까지 아낌없이 나누고자 합니다. 한국화 기법을 계속 개발함은 물론, 현재 사용 중인 기법들을 알리기 위해 연구도 지속할 예정입니다.”


[박광천 명장 이력 및 수상 내역]

여주 강천 출생

전원도예연구소 대표

문화재 화공 164호 이인호 선생 사사

명지대학교 도자기 기술학과 수료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문화 최고위 과정 수료

1994년 신미술대전 대상

1995년 한국예술대제전 종합대상

1995 한국예술문화협회 작가상

2008년 뉴스매거진 제정 인물대상(민속예술대상)

2008년 여주시 도예명장 선정

2009년 황실문화재단 명인증서 수여

2010년 인도네시아 문화부 장관 표창

2012년 자랑스런 국민대상 도예명장대상 수상

2013년 여주시 문화상 수상

2016년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한류도예대상 수상

2021년 고용노동부 선정 우수 숙련기술인(도자공예) 선정

2024년 대한민국 명장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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