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는 사랑이다.", 서양화가 정우경 전시회 - 세종시 BRT작은미술관(김기섭 기자)
이게 뜨개 작품인가, 그림인가?
전시관 벽은 무려 9m에 이르는 초대형 작품들로 가득하였습니다.
뜨개 작가로 널리 알려진 서양화가 정우경이 세종시 나성동 BRT작은미술관에서 그의 34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습니다.
"뜨개는 사랑이다" 정우경 개인전
장소 : 세종시 나성동 BRT작은미술관
기간 : 2024년 11월 13일 ~ 11월 24일
관람시간 : 10:00 ~ 18:00
문의 : 044 868 0533 / 010 2886 3453
BRT작은미술관은 세종시 첫마을 BRT 환승센터에 있습니다. 한누리대교 건너 바로 북쪽 BRT(간선형급행버스 전용차선)첫 번째 정류장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첫마을 BRT 환승센터 주소는 한솔동이지만, BRT작은미술관은 길 건너 나성동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버스 환승정류장에 위치한 BRT 작은미술관은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하는 도심 속 작은 문화생활 공간으로 시민들의 문화예술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지역의 유휴공간을 작은 미술관으로 조성한 문화공간으로, 매월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정면에서 바라본 BRT작은미술관의 모습입니다. 바로 앞 잔디밭에 사슴 조각상이 미술관의 느낌을 강조하고 있었지요.
미술관 입구에는 축하 화분과 함께 방명록과 정우경 작가의 작품이 실린 책자와 엽서가 놓여 있었습니다.
<정우경 (Jeong Woo Kyung) 프로필>
1990년 목원대학교 졸업
정우경화실, 한국미술협회, 대전현대미술협회, 대전구상작가협회, 금동인,
조형미술협회, 신기회·대전여성미술가협회·충청예술 초대작가
개인전 18회 (대전, 금산, 서울, 광주, 세종)
아트페어 19회 (프랑스, 미국, 일본, 인도, 서울, 대전, 부산)
단체전 200여 회
국제전-암스테르담 휘트니갤러리 (U.S)
"와!"
전시실로 들어서자 거대한 작품들에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왔습니다.
3개의 초대형 작품을 비롯하여 모두 7개의 작품이 4개의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요.
이걸 어떻게 담지?
생각 끝에 스마트폰의 파노라마 기능으로 한꺼번에 담아보았습니다.
한 작품을 만드는데 무려 2~3년이 걸렸다는 초대형 작품들부터 살펴봅니다.
첫 작품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이 넘는 제작 기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황찬연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제작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화실의 한쪽 긴 벽을 하얀 캔버스로 가득 채우고, 하얀 캔버스에 위에 대지에 잠겨져 있는 온갖 생명들의 기운과 리듬을 표현한다. 그리고 왼쪽 끝부분에서부터 얇은 수직선을 내리그은 후 수직선을 중심으로 좌우로 붓질을 내려긋는다. 작은 이파리 같은 선들 이 표면 위에 그어진다. 그 선 위에 다시 선이 올려지고 또다시 한 선이 쌓 인다. 한 수직선 위에 수천 번의 선들이 쌓인 후에야 한 선이 마감된다. 그리곤 다시 한 선이 그어진다. 무한히 반복되는 수직선과 그 위를 가로지른 점들, 선들. 마치 뜨개질의 한 올 한 올이 서로 얽혀들며 한 땀 한 땀 생장 하듯, 베틀 위에 펼쳐진 씨실과 날실이 무한히 교차하며 한 줄 한 줄 증식하듯, 하루, 이틀, 삼일, 한 달 두 달, 반년, 결국 한 해가 되어서야 그 광활한 대지 위에 마지막 결점을 찍는다.
초록의 풀잎들의 연속무늬가 한 땀 한 땀 뜨는 뜨개질과 흡사합니다. 정우경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과거 현재 그리고…’라는 제목으로 작업중인데 이는 우리의 삶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작가 분들이 삶이라는 제목을 즐겨 쓰는데 저는 그걸 풀어서 표현해봤습니다. 제 작품에는 풀리는 것도 있고 엮이는 것도 있고 매듭도 있어 다양한 인생의 이야기를 한 화면에 담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뜨개질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전달하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전제하고 있잖아요. 사랑하는 것도 긍정의 힘이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삶에도 사랑, 긍정적인 마음이 있어야 예쁘게 굴러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테마를 정하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2021년부터 2022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왜 뜨개 작품에 몰두하게 되었을까요?
어머니가 직접 뜨개옷을 만들어 입혀주셨던 기억을 모티브(motive)로 화가 정우경의 뜨개 화풍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충청남도 금산에서 태어난 정우경은 어린 시절 엄마와 떨어져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고 합니다.
엄마는 함께 살지 않았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이란 걸 표현해 주셨다.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 것은 긴 겨울밤 졸음을 이겨내며 빨강과 초록의 화려한 실들로 망토, 나팔바지, 모자 등을 손수 뜨개질로 떠서 입혀주시고 작아지면 풀어서 다시 떠서 입혀주셨던 엄마의 사랑이다.
생전의 엄마께서는 "늘 감사하며 순리대로 살거라 그러면 모든 것이 잘 풀리고 감사할 일들이 생긴다."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겨 지금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나는 세상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힘으로서 사랑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작품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상 모든 생명체는 태양 에너지로부터 생명을 얻고 각각의 방식으로 다시 그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이런 반복되는 순환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숨 쉬고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에너지는 모든 생명체의 원동력이며 상호 연결된 관계를 통해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유지됩니다.
작가는 이 에너지원을 어머니 자궁의 양육 환경과 유사한 긍정적이고 무한한 사랑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초대형 작품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제작한 작품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 느낌이 듭니다.
캔버스에 그려진 회화 작품은 무수히 많은 선과 선이 만나고 색과 색의 겹침과 축적으로 뜨개 무늬라는 면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볼수록 겹겹이 쌓인 색색의 물감들이 착시현상을 불러와 손으로 만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킵니다. 이런 일련의 작업 과정에서 과거의 행복한 기억을 소환하고 그 기억이 현재의 시간에 투영되어 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뜨개 무늬라는 이미지는 작가의 시각으로 모방과 재구성을 반복적으로 그리면서 완성되며 그 속에 뜨개는 곧 「긍정적인 에너지며 사랑이다』라는 철학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작은 두 개의 작품 속에는 안에 원과 반원의 형상이 보입니다. 그게 세상의 온갖 생명을 생성시키고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원인 태양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오른쪽 작품 속 가운데 빨간 무늬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요? 강렬한 붉은 색상의 튤립꽃인지 사랑의 하트인지, 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습니다.
뜨개 무늬 바탕은 우리가 사는 대지이며 뜨개 무늬 꽃은 함께 어울려 사는 사람들을 의인화 한 것입니다.
정우경 작가는 “세계의 모든 에너지의 근원을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긍정적이고 무한한 사랑임”을 강조합니다.
에너지, 모든 생물이 살아가기 위한 생명의 원천입니다. 에너지에 의해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관계와 관계 속에서 서로 엮이고 부대끼며 각자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만물은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수많은 생각과 행동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발산합니다. 이런 근본적인 과정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정우경 작가는 미대를 졸업하고 평범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자기만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 뭔가 자기만의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직접 뜨개옷을 만들어 입혀주셨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긴 겨울밤 졸음을 이겨내며 빨강과 초록의 화려한 실들로 망토, 나팔바지, 모자 등을 손수 뜨개질로 떠서 입혀주시고 작아지면 풀어서 다시 떠서 입혀주셨던 엄마의 사랑을 작품 속에 담기 시작하였습니다.
정우경 작가는 작품을 마주하고 감정을 교감하며 느끼는 이들이 실과 뜨개라는 매체를 통해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긍정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떠올리고 삶의 에너지와 사랑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부탁합니다.
"뜨개는 사랑이다" 전시는 오는 11월 24일로 막을 내립니다. BRT작은미술관에서는 11월 27일부터 12월 8일까지 김나원 개인전 <The Color of Mandara>이 이어집니다.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의 또 하나의 전시공간인 박연문화관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자화상 - 여행>이라는 김미라 개인전이 열립니다.
가을을 맞아 세종시 각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니,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지시고 예술의 세계에 흠뻑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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