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민기자단|진재필 기자

가을이 깊어 가는 북성산에서 공룡과 가재를 만나다

가을이 깊어 가는 북성산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가을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는 북성산은 고즈넉했다. 산책로를 끼고 돌아나가는 작은 여울의 물소리와 산새 소리, 계절을 알리며 떨어지는 갈참나무 잎새들이 찾는 이를 반겨주었다. 여주시 월송리와 세종대왕면 신지리에 위치한 북성산은 262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하지만 평야 지대에 자리 잡고 있기에 체감상으로는 훨씬 위용이 느껴지는 산이기도 하다. 북성산은 세종대왕면 신지리 쪽에서 오르는 길과 여주시 월송동 보광베르아파트를 끼고 돌아 오르는 길이 있다. 여주 시내와 가까운 월송동 방향에서 산에 올랐다.

공룡을 닮은 바위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북성산에서 공룡을 만나다

북성산은 고대 성터가 남아있어 예전에는 성산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산 중턱에 진입하면서 만난 돌계단 하나하나에도 많은 이들의 노고가 담겨있을 거라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으로 산에 올랐다. 산에 오르는 길은 좌우로 위치한 큰 바위들을 보는 재미에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공룡 모양의 바위가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과 함께 산을 오른다면 작은 공룡 바위나 뽀로로에 나오는 아기공룡(크롱)으로 소개해도 될 만큼 재미난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과거의 역사에 현재의 이야기가 결합된다면 좀 더 친근한 산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당장 공룡 바위라는 푯말 하나만 세워놔도 이를 통해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추억으로 전해질 것이다.

북성산에서 만난 가재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북성산에서 가재를 만나다

어릴 적 뒷산에 오르면 산개울에 가재들이 많았다. 친구들과 가재를 잡고 뛰놀던 기억들이 재미난 추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후 30년 가까이 가재를 잡아본 기억이 없다. 흔하던 가재들은 1급수의 맑은 물에서만 사는 환경 지표종이 되어 귀한 대접을 받는다. 북성산을 오르다 물소리에 이끌려 개울로 들어섰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조그만 돌멩이를 들췄는데 그곳에 가재가 있었다. 작은 생명체를 손에 올려놓고 잠시 감상에 젖었다. “오래도록 함께 살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돌 틈에 놓아주었다. 북성산은 자연성을 유지해 많은 생명에게 삶터를 열어주고, 어릴 적 추억이 소환되는 고마운 산이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북성산 약수터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북성산에서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다

북성산 명물은 약수터다. 수량도 풍부하고 수질검사에서도 문제가 없어 여주지역의 몇 군데 남지 않은 약수터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약수를 길으러 온 어르신을 만났다. 북성산 약수터를 이용한 지 삼십 년이 넘었다고 했다. 여주의 여러 약수터를 다녀봤지만, 이곳 북성산 약수터 물맛이 제일 좋고 가뭄도 타지 않는다고 자랑하셨다. 교직 생활을 마치고 생활인으로 돌아온 노인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호쾌한 웃음이 좋았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 나오는 길에 보니 그 노인분께서 약수터 앞 마당을 쓸고 계셨다. 보는 이 없지만 삼십 분 넘게 혼자서 주변을 정리하고 약수터를 지키는 모습이 작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좋은 산과 좋은 사람들이 만나 가을 북성산이 더욱 아름다웠다.

북성산 정상에서 바라본 능서 뜰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북성산에서 여주 들녘의 풍요로움을 만나다

약수터를 지나면 곧바로 오르막 나무 계단이 나온다. 계단에 올라서자 평평한 능선이 이어졌다. 능선을 빼곡하게 채운 굵은 소나무 사이를 지나다 보니 시원한 바람과 솔잎 밟는 소리가 어우러져 평화로웠다. 마지막 구간의 가파름이 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어서 수월하게 북성산 정상에 올랐다. 산 정상에는 데크가 설치되어 세종대왕면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평야 지대를 조망할 수 있었다. 가을걷이를 마친 논들이 가지런하게 정돈돼 있었다. 이곳이 대한민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여주 쌀의 주 생산지 능서 뜰이었다. 여주 들녘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까지 풍요로워졌다.

북성산에 있는 작은 습지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후방에 매설된 지뢰 위험 경고문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북성산에서의 또 다른 만남

북성산을 돌아 나오는 길에 오르면서는 보지 못했던 작은 습지를 만났다. 곤충들이 터를 잡고, 산새들이 목을 축이고, 북성산을 통해 살아가는 많은 생명들이 머물다 가는 곳. 작은 습지지만 이곳을 통해 많은 생명이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에 다시금 눈길이 가는 곳이었다.

북성산에는 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픔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매설된 지뢰는 분단의 상징일 뿐 아니라 유실된 지뢰로 생명을 잃는 현재진행형의 아픔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공간 가까이에 분단의 아픔, 지뢰가 매설되어있다는 것은 놀라움이자 슬픔이었다. 2004년 군에서 지뢰 제거를 실시했다고 하니 큰 걱정은 아니지만 정해진 등산로를 통해서 산행해 주길 당부한다.

북성산 오르는 길의 돌계단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북성산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산이다. 지나온 시간이 역사로 남아있고, 많은 생명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곳이다. 나무 사이를 지나는 바람 소리, 산새 소리, 계곡의 물소리는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북성산은 아직 초록의 잎새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곧 단풍길이 나고 가을 산의 매력을 뿜어낼 것이다. 주말을 이용해 가족과 나들이하기에 좋은 산. 이 가을 여주의 주산(主山) 북성산에 올라 보길 권한다.

가을이 깊어 가는 북성산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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