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전국적으로 열린 「공예주간」을 기억하시나요? 울산에서는 5인의 메인 작가를 중심으로 50인의 국내외 아티스트가 북구 화봉동의 300평 규모의 한옥 '빌라오아시스'에서 공예 축제를 열었습니다.

2023년 공예주간 인기 프로그램을 수상하고, 2년 연속 개최되는 울산의 공예 축제인데요.

그 중심에는 축제의 총괄 기획자이자 '빌라오아시스'를 운영하는 배소현 대표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공예주간이 끝난 이후, 배소현 대표님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빌라오아시스를 운영하는 배소현이라고 합니다. 저는 울산대학교 의류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 1년 정도 미국에 있었는데, 그때 터프팅을 처음 접했어요.

일찍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해온 참이라 남들보다 빨리 졸업해서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했는데, 그때도 전공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던 참이었죠.

그러다 터프팅을 살려서 공예를 아트적으로 표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스쳐서, 일반 카펫을 만드는 것도 그림 그리는 것처럼 나만의 노하우를 넣어서 시도해 본 게 4년 전 빌라오아시스의 시작이었습니다.

Q. 처음 시작하는 순간은 어땠나요?

서울 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다시 내려왔어요. 그래도 터프팅만 하기엔 울산 시장이 작기도 해서 울산에서 재취업해 투잡을 했죠.

처음엔 작업할 공간도 없어서 할아버지께 방 한 칸을 지원받았어요. 거의 폐가 수준이었던 정지(부엌) 부분을 가족들과 개조해서 3평짜리 작업 공간으로 만들었죠. 그때는 프레임도 두 개밖에 없었고, 개인 작업 시간도 빠듯했어요.

그러다 SNS에 작업물을 올리고 수업 문의가 들어오면서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했는데요.

하다 보니 월급의 두 배가 되는 시점이 와서 회사 생활도 다 정리하고 여기에 매진했죠.

그때 한옥 한 채를 다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가족과 함께 서까래나 나무를 직접 샌딩·페인트칠·기름칠하면서 반 년 정도 들여 공간을 확장했어요.

온전한 공간을 갖기까지는 딱 1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한옥이라는 특성도 있지만 오시는 분들이 오아시스처럼 쉬었다 가셨으면 하는 마음에 ‘빌라오아시스’라 명명하게 됐습니다.

Q. 공예주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해외에서 방문해 주시기도 하고, 저도 해외 작가와 협업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공예주간은 그 판단을 실행에 옮긴 좋은 계기가 됐죠. 공예주간 프로그램 운영이 확정되면서 해외 작가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포트폴리오가 없어서 제안서를 만들어 직접 발로 뛰었죠. 울산이 앞으로 문화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을지 정리해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일본은 직접 찾아가고 더 먼 나라는 메일을 보냈어요. 열 개 정도 보내면 두 개 정도 답변이 왔었네요.

작년 공예주간 때 일본 작가와 협업을 했는데 전국에서 방문해 주시는 등 성과가 좋아서, 올해는 해외 작가 섭외가 더 쉬웠던 것 같아요.

올해는 세바스찬이라는 팔로워 14만의 런던 작가를 초청했는데요. 독일 카펫 박람회에 가는 김에 직접 만나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죠.

작가님이 도록을 보시더니 꼭 같이 하고 싶다 하셔서 직접 사비를 들여 화봉동까지 오셨어요. 작가님을 비롯해 올해 공예주간에서 협업한 국내·해외 작가, 뮤지션 수가 도합 100여 명에 이르네요. 작년보다 더 큰 규모로 진행할 수 있게 됐죠.

Q. 규모가 커진 만큼 어려움도 많았겠는데요.

청년 세 명이 모여서 준비한 행사고, 제가 작가 섭외·지원 등을 다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돌이켜보면 서른 명 정도 되는 해외 작가를 컨트롤하기에 체계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또 멀리서 오신 작가님들이 울산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런던에서 사비 들여왔는데 만족 못 하고 가면 어떡하지? 이런 것들이 스트레스였고, 걱정이 앞서서 울산 투어 가이드도 다 해드렸죠.

결과적으로는 다 만족하셨어요. 울산시립박물관이나 울산 내 갤러리 등을 투어하니까 울산이 이런 도시인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구요.

울산이 예술가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는 도시라는 인식을 가지게 됐고, 내년에도 울산에서 같이 하고 싶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다만 혼자 이 행사를 기획하는 데는 힘에 많이 부쳤어요.

Q. 고된 와중에 찾은 보람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공방을 시작하면서 목표로 삼은 게, 단순한 공방이 아니라 정말 많은 인종·국가의 작가가 모여서 여기서 우리만의 행사를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번 공예주간으로 그 꿈이 실현됐다고 봐요.

아티스트 토크를 할 때 50여 명의 사람들이 앉아있고, 해외 작가들이 자기 아트워크에 대해 설명하고, 로컬 뮤지션 공연까지 하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제가 상상했던 그림이 눈앞에 펼쳐지니까 내년에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앞으로의 빌라오아시스에 대해 구상해두신 게 있나요?

지금은 모든 행사를 공모 사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3년 뒤에는 제가 자체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정기적으로 뭔가를 이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예주간은 내년까지 열릴 계획이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해외 작가를 울산에 모셔서 울산을 배경으로 기획을 하고 싶은 게 제일 커요.

여기서 태어나 이 집에서 쭉 살아서 그런지 애정이 크거든요. 해외 작가와 교육이나 전시도 하고, 제가 주체가 돼서 자체적으로 뭔가를 하고 싶어요. 지금은 닥치는 대로 일을 쳐내는 상황이지만, 내년에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완벽하게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어떻게 보면 울산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분야인데, 이를 성공적으로 이끈 대표님만의 노하우나 마음가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제삼자가 봤을 땐, 할아버지 댁이 있고 부모님 지원이 있어서 편하게 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단 빌라오아시스를 만든 뒤에도 미포조선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기도 했고, 계약직으로 일한 적도 있었어요.

오직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일념 하나로, 사람들이 터프팅이 뭔지 모를 때부터 터프팅 한 길을 팠어요.

회사가 끝나고도 계속 제 기술을 발전시켰고, 그게 어느 시점이 되니까 터지면서 지금까지의 보상을 주는 것처럼 하나씩 이뤄지더라구요. 당장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길이라면 적어도 2~3년은 버텨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또 한계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기가 단순 공방밖에 더 되겠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저는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해외 작가와 계속 연락을 시도하면서 문을 두드렸거든요.

특정 지점까지를 한계로 두지 말고 꾸준히 개척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뭐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다음 빌라오아시스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8월에는 울산문화관광재단 주최로 정자 바닷가를 배경으로 체험 공연·전시가 열리는데, 8월 17일부터 9월 1일까지 곽암아트갤러리에서 진행됩니다. 개최일에는 강연과 로컬 뮤지션 공연도 있을 예정이에요.

그리고 특별한 게 있다면, 이번에 제가 국제터프팅협회를 운영하게 되면서 해외·국내 작가와 팀으로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요. 9월에는 런던 디자인페스티벌에 정식 참여하게 돼서 런던에서도 전시를 할 예정입니다.

올해 공예주간 만족도 조사를 열심히 요청드렸어요. 500명의 피드백을 받았는데, 어떤 부분이 불편했는지 파악하고 보완하려고 울산시나 북구청과도 소통하고 있으니까요. 내년에도 공예주간을 하게 된다면 좀 더 발전된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곽암아트갤러리 찾아가시는 길 : 울산 북구 판지1길 62 곽암아트카페갤러리 (울산광역시 북구 구유동 308)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전에 계약직으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도 제대로 못 했는데 오늘 갑자기 죽으면 억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창업하고 4년이 지났는데, 지금은 당장 죽어도 행복하게 죽을 것 같아요. 제가 노력한 만큼 다 이뤘기 때문에, 앞으로도 오늘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살 거예요.

휴무도 따로 없어서 창업 이래로 한 번 제대로 쉰 적도 없거든요.

지금 정말 이 일에 미쳐 사는데, 앞으로도 한 우물을 계속 팔 생각입니다.

여러모로 배소현 대표는 울산 공예 문화에 대한 개척자의 역할을 해주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공방이 울산에 있다는 것부터 울산 시민으로 하여금 자긍심을 고취하는 일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야기 나눈 대로만 흘러간다면 정말로 언젠가 울산이 '공예 도시'라는 타이틀을 갖는 것도 마냥 꿈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드네요.

배소현 대표는 앞으로도 빌라오아시스에서 여러 공예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하니, 향후 있을 빌라오아시스의 새로운 공예 문화를 접해보시기 바랍니다.


빌라오아시스 찾아오시는 길 : 울산광역시 북구 송내2길 45

빌라오아시스 홈페이지 : https://villaoasis.co.kr/

빌라오아시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villa_oasis_tufting/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title":"울산 청년 창업가 기획 기사 : 빌라오아시스 배소현 대표","source":"https://blog.naver.com/ulsan_nuri/223479002931","blogName":"울산광역시..","blogId":"ulsan_nuri","domainIdOrBlogId":"ulsan_nuri","logNo":223479002931,"smartEditorVersion":4,"blogDisplay":true,"caf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meDisplay":true,"line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