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예술기행,

최지영 기획 초대전

강추위에 움츠려든 몸은 겨우 달력 한 장 넘겼을 뿐인데, 옷의 두께를 바꾸게 한다. 주말에 읍내 볼거리를 찾아 옥천미술관 골목으로 들어가니 까치가 입구에서 지저귀며 반겨준다.

봄이 온 듯한 날씨에 기분좋게 들어간 미술관은 화사한 꽃이 탐스럽게 그려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옥천골 미술관 전시장에 들어서자 좌우의 색감이 너무 달라 같은 사람이 그린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문이 갔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옥천미술관에는 매달 새로운 작품이 전시되고 있지만, 작가를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어머~작가님이세요? 작품 색감이 좌우 너무 다른데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뽀얀 얼굴에 차분한 여인의 미소를 띄고 조용한 목소리로 작품을 설명하신 작가님은 코로나 때 개인적으로 급격한 심경의 변화를 겪었다며 작품 하나하나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예술이라는 영역은 작가의 의도를 알고 보면 같은 작품도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미술관에서는 도슨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오늘은 작가를 통해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참 운이 좋았다.

젊은 작가님은 평소에 글도 쓰시는 분이라 그런지 작품에 대한 해석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주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느낀 삶의 그리움, 갈증, 기억 그리고 행복과 미소까지 하나의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제 작품의 시작은 마이산에서 본 돌탑처럼 하나하나 돌탑을 쌓는 마음으로 크기가 다른 동그라미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최지영 작가의 작품은 한지 위에 점을 찍고 선을 긋고 원을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면서 수행하는 마음으로 명상음악을 들으면서 그려낸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의 주제도 ‘공(空)과 원(圓)’이다.

공(空)은 실체의 부재가 아니라 모든 것의 근원적 조건이고, 원(圓)은 존재의 본질적 구조이자 생성과 소멸을 포함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모든 작품에는 원이라는 동그라미의 다양한 표현이 같은 듯 내면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양쪽의 작품을 보면 밝은 색감에서 어두운 색감으로 확연히 다른데, 이렇게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지인 한 분이 갑자기 출가를 하면서 비구니가 되었는데 그 충격으로 개인적으로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절에 가서 참선과 명상을 며칠 하게 되었는데 그 때 경험한 내면의 변화 이후 이런 어두운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더라구요.”

모든 예술가들은 작가의 경험과 감정 변화에 따라 작품세계가 달라지는데, 그런 작가의 내면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겉으로 작품을 감상한다면 화창한 봄날에 밝은 꽃송이와 어두운 동그라미 사이에서 우울해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청춘의 에너지를 담은 밝은 모습의 작가를 직접 만나 작품의 스토리를 듣고 작품을 감상하니, 인생의 사계절이 고스란히 담겨진 것 같았다.

아름다운 봄날의 예술기행을 기대하신다면 순창공립옥천골미술관의 기획 초대 최지영 전을 추천합니다.

최지영 전

전시기간 : 2025년 3월 일 ~ 4월 7일

위치 : 전북 순창군 순창읍 남계로 81 옥천골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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