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배달하는 빨간 조끼 천사들

김상희 명예기자

홀로 사는 어르신들께 따뜻한 도시락만큼이나 귀한 것이 있을까. 동구에는 봉사단체가 무수히 많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 5일을 도시락 배달하는 동구여성봉사단을 소개하고자 한다.

동구여성봉사단은 지난 2005년 설립되어 7개 구역 160여 곳을 110명의 봉사자들이 2인 1조로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특히 방어동과 꽃바위 지역 봉사자들의 연령대가 젊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자녀들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어 자주 모이다 보니 아이들끼리도 잘 지낸다고 한다.

남들은 출근하는 시간에 동구여성봉사단 회원들은 도시락과 함께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외로운 이웃들은 끼니 걱정을 덜어주는 도시락도 반갑지만 도시락 배달 봉사자들이 더 반갑다고 한다. 사람을 구경할 수 있고 말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가어르신 도시락 봉사를 하는 동구여성봉사단 (사진제공 : 동구여성봉사단)

동구여성봉사단 박정숙 회장이 도시락 배달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평소 명랑하고 쾌활한 성품이었는데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져 두 번의 대수술을 하고 난 뒤 남을 위해서 제2의 인생을 보람 있게 살자는 마음으로 15년째 봉사를 하고 있다.

도시락만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생활하시는지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 도우미 노릇을 하며 고독사를 예방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 회원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봉사 현장에서 꼼꼼한 보살핌으로 실제로 고독사를 막은 경험도 있다. 김금주 감사의 경험담에 의하면, 어느 어르신께서는 도시락을 항상 문 앞에 두고 가기를 원하셔서 금요일에 노크하고 도시락을 문 앞에 두고 왔는데, 월요일에 배달을 가니 금요일에 배달된 도시락이 그대로 있어 급히 행정복지센터 담당자에게 연락해 할머니가 쓰러지신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다행히 건강을 회복하셨는데, 요즘은 얼굴을 직접 뵙고 간단한 안부 여쭌 후 도시락을 전달해 드린다고 한다.

도시락 배달을 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많지만, 특히 현대중공업 하기휴가 기간과 명절 때에는 일주일분을 한꺼번에 배달해야 하는데 그 양이 엄청나서 회원들이 고생한다고 한다. 화정주공아파트 지역 회장인 김문숙은 “아파트 단지라서 차량으로 배달이 안 되는 곳은 걸어서 배달하는데 비가 오는 날엔 우산을 접고 펴는 게 번거로워 수건을 쓰고 뛰어다니기도 한다. 어르신들이 따뜻한 음식을 드시도록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달하는 방법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 봉사자의 아이콘인 임성희 총무는 학부모의 인연으로 만난 동구여성봉사단 회원을 따라 도시락 배달 체험에 몇 번 동참한 것을 시작으로 벌써 8년 차 베테랑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친구들에게도 도시락 배달 봉사를 권유해서 방어, 꽃바위 지역에 젊은 봉사자들이 많이 유입되었다. 방학 때는 자녀들과 같이 도시락 봉사를 하며 보람을 두 배로 느낀다고 한다.

도시락 전달 봉사를 하는 동구여성봉사단 (사진제공 : 동구여성봉사단)

동구여성봉사단은 자원봉사 활성화에도 관심이 많아 꾸준히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지난 2023년 4월 13일에는 유류비를 모아서 자원봉사자 활성화를 위한 성금으로 50만 원을 기부했으며 2023년 7월 15일에는 회원들이 십시일반 정성껏 모은 돈으로 미니 피자 70판을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2023년 8월 23일에는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한 성금으로 100만 원을 기부했는데 기부금은 동구 자원봉사 토론회 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라 한다.

동구여성봉사단 봉사자들의 평균 경력은 10년 차로 1년에 약 1,000시간씩 봉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 같이 도시락 봉사를 하는 빨간 조끼 천사들이 있기에 어르신들의 밥상이 외롭지 않다. 이른 아침부터 정성 가득한 도시락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며 동구여성봉사단은 오늘도 발걸음을 재촉한다.

※ 대왕암소식지 2023년 가을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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