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전
나의 ‘푸른 봄날’을 노래해요! 군포시 산본도서관 ‘푸른 기억들’ 출판 기념 청춘낭독회
[김진흥 기자]
개성이 강한 남편을 만나 아내를 항상 울렸다
잘못과 실수가 빈번해도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품어주더라
얄팍한 자존심과 권위만 앞세우는 남편을 항상 채워줬다
인격과 행동이 부실해도 언제나 감싸주고
내 편이 되어준 소중한 사람이다
임병량 <아내를 얼마나 알까> 中 일부분
나의 청춘 시절을 문학 작품으로 노래하는 수강생의 목소리에 시민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
경기 군포시 산본도서관은 지난 2024년 12월 5일, 1층 북스테어에서 ‘푸른 기억들’ 작품집 출판 기념 청춘 낭독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행사는 2024년 산본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중 <나도 시니어 작가>에 참여한 수강생들의 수개월간 노력이 담긴 작품집 ‘푸른 기억들’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였습니다. 수강생마다 본인의 작품을 읊으며 본인이 생각하는 청춘을 노래했습니다.
군포시 산본도서관은 2024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됐습니다.
이 사업은 작가가 도서관에 상주하며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여 여러 문학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작가에게 일자리와 안정적인 창작 여건을 제공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지역의 문학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이지요.
산본도서관 상주작가로 선정된 오은희 작가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군포시민을 대상으로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했습니다. 그중 <나도 시니어 작가> 프로그램은 만 55세 이상 시니어들과 함께 책 읽기와 에세이 및 자서전 쓰기, 나의 작품 만들기 등 글쓰기와 관련된 여러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오은희 작가는 프로그램을 수강한 수십여 시민들 중 18명의 글을 모아 작품집 ‘푸른 기억들’을 만들었습니다. ‘푸른 기억들’이란 이름에 대해 오은희 작가는 “청춘이 푸른 봄날이라는 뜻이잖아요? 선생님들의 푸르렀던 날들을 생각해 보고 그 기억을 쓰고 다듬어서 만든 책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지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약 100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가야금 3중주 공연을 시작으로 청춘 낭독회가 시작됐습니다. 산본도서관장의 축하 인사와 축하 케이크 커팅식에 이어 오은희 작가의 ‘나를 쓰다, 나를 읽다’ 짧은 특강으로 행사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더 많은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주인공인 수강생들이 무대에 나와 작품을 읊었습니다. 시, 에세이, 낭독극 등 여러 장르에 걸쳐 수강생들은 본인의 청춘을 노래했습니다.
얼마 전 삼 남매가 엄마를 보러 가다가 점심을 먹으며 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아버지한테 야단맞은 기억이 없네 하며 아버지를 떠올리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한다. 둘째는 아버지가 밥 위에 얹어둔 멸치 한 마리 이야기를 한다. 밥을 먹으려는데 밥 위에 얹혀진 커다란 멸치 한 마리 눈과 마주친 순간 숟가락을 놓고 울며 뛰어나갔다고 한다. 저를 쳐다보는 것 같은 멸치 눈이 무서웠다고 한다. 그것이 몇 살 때 일인지 모르겠는데 그 이후 환갑 중간이 다 지난 지금까지도 멸치를 먹지 않는다. 양명숙 <그리운 아버지> 中 일부분 |
본인의 이야기를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한다는 게 쉽지 않을 터. 낭독회 초반에는 목소리에 긴장함이 묻어날 정도로 티가 났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무대에 익숙해지고 시민들의 응원에 용기를 얻은 수강생들은 본인의 이야기를 자신있게 전했습니다.
청춘낭독회 클라이맥스는 마지막 낭독극이었습니다. 마지막 낭독극 때, 여러 수강생들이 열연을 펼쳤는데 모두 긴장이 풀려서인지 재미난 연기로 여러 시민들의 배꼽을 잡게 만들었습니다.
낭독회 중간에는 가야금 공연과 시 낭송가 남기선 씨의 시 낭송 공연이 이어져 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약 9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시민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마지막까지 수고한 수강생들에게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수강생으로부터 초대받았다는 한 군포 시민은 “많이 떨렸을 텐데 끝까지 잘 해낸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다음에도 도서관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지원해 보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군포 시민은 “비슷한 연령대라 그런지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꽤 있었다. 재밌게 관람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낭독회를 마친 후 오은희 작가와 수강생들은 뒤풀이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느 식당에서 저녁 회식을 펼친 이들은 청춘낭독회를 비롯한 수개월간 여정에 대한 소감과 회포를 풀었습니다.
한 수강생은 “글을 쓰고 낭독회까지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라면서 “글쓰기를 배우면서 2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글은 사람이다’라는 것과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각자의 색이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수강 처음엔 긴장을 많이 했지만 점점 자신감을 얻고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힘 있게 말했습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작가 선생님이 밀고 당기는 걸 잘하신다”라고 웃으면서 “처음 지적받았을 때는 벌거벗은 느낌이 들었고 부담도 많았다. 그렇지만 이 시간은 경쟁하는 게 아닌 나와 내 삶을 위해서 글 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 생각을 바꾸니 창피함 또한 없어졌다”라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약 20명 수강생들은 누구 하나 소외된 자 없이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경청했습니다. 시끌벅적하면서 오순도순한 분위기는 마치 동창회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도서관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이러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흔치 않기에 신기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친해졌을지 궁금했습니다.
한 수강생은 “아마도 중간에 서수원도서관 낭독행사에 가면서 다들 많이 친해진 것 같다. 그리고 청춘낭독회를 준비하면서 서로 응원해 주니 친밀감이 많이 올라갔다. 제가 낭독회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작가님과 함께한 동료들 덕분이다”라며 수개월간 함께했던 수강생들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2024년 9월 29일, 서수원도서관에서 열린 ‘이 가을! 낭독축제’는 문학주간(9.27.~10.1.)을 기념해 상주작가 지원사업을 추진한 군포시 산본도서관, 수원시 서수원도서관, 오산시 중앙도서관 수강생들이 모여 여러 작품들을 낭독한 행사였습니다.
오은희 작가 또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프로그램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는 “글쓰기 이론보다 실전 글쓰기 위주로 교육했다. 저만의 욕심으로 그쳤다면 이렇게 마무리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 열심히 잘 따라와줘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수강생들과 오은희 작가는 끝까지 수료한 서로를 축하하며 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프로그램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은 전국의 몇몇 도서관에서만 진행된 정책이어서 흔치 않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군포시 산본도서관에 상주하며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을 제공한 오은희 작가와 열심히 수강하려는 수강생들의 하모니가 빛난 시간이었습니다.
작품집 ‘푸른 기억들’은 군포시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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