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산본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오은희 작가와 함께하는 ‘문학 원데이 클래스’
[김진흥 기자]
“고통은 아프지만 그것을 느껴야 사람이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일기 등을 쓰지 않은 지 오래됐는데 어떤 사건 이후 어느 날 그게 떠올랐어요. 나 자신이 내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피하다 보니 나를 잃어버린 것 같더라고요. 공허한 느낌이었어요”
“맞아요. ‘고통이 인간임을 알게 하는 최전선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고통이 때론 너무 아프지만 때론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느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리베카 솔닛의 작품 <멀고도 가까운>에서 고통에 관한 글귀를 읽고 난 후 소감을 밝힌 어느 시민과 오은희 작가의 대화 중 일부였습니다.
무르익어가는 어느 가을날, 오은희 작가와 10여 명 시민들이 모여 문학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도서관은 도서관 2층 동아리실에서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상주작가가 초대하는 문학 원데이 클래스’를 열고 있습니다.
2024년 산본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의 일환인 이 프로그램은 오은희 작가와 문학에 관심 있는 군포시민들이 어느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지난 7월부터 시작해 11월까지 총 5회 운영되고 매시간마다 10여 명 시민들을 신청받아 진행되고 있습니다.
상주작가 지원사업은 군포시 도서관들 중 유일하게 산본도서관에서만 펼쳐지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4월, 산본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 주관한 ‘2024년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됐습니다.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은 도서관에 작가가 머무르면서 시민을 대상으로 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작가에게는 일자리와 안정적인 창작 여건을 제공하고, 지역주민에게는 문학 향유 기회를 제공해 지역의 문학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습니다.
사업에 선정된 산본도서관은 상주작가를 모집했고 지난 4월 말에 군포시 지역 작가인 오은희 작가를 채용했습니다.
2009년 평화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의 섬에서 길 찾기를 종료하다’로 등단한 오은희 작가는 ‘눈 위, 돋을새김’, ‘말남의 방’ 등 여러 책들을 출간했고 공공도서관, 평생학습기관 등 여러 기관에서 청소년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인문 독서토론과 에세이 쓰기 강의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올해 5월부터 산본도서관 상주작가로 근무한 오은희 작가는 60대 이상인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에세이 쓰기, 책 읽기, 자서전 쓰기 등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니어뿐만 아니라 다른 세대들도 참여할 수 있는 ‘문학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해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산본도서관 황상영 주무관은 “저희가 시니어 특화 도서관이다 보니 공모사업 지원할 때부터 시니어 특화를 바탕으로 상주작가 사업을 진행하고자 했어요. 그런데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른 세대들에게도 작가님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문학 원데이 클래스’를 마련하게 되었어요”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10월 31일, 산본도서관 ‘상주작가가 초대하는 문학 원데이 클래스’ 4회차 강의가 진행되는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날의 주제는 ‘문학은 힘이 세다’였습니다. 김승옥 작가의 작품 <염소는 힘이 세다>에서 차용해 주제로 선정한 오은희 작가는 리베카 솔닛의 작품 <멀고도 가까운>에 나온 글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스브레이킹 겸해서 본인이 좋아하는 작가 또는 작품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시민들은 저마다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과 작가들을 나누며 장소 내 어색한 공기를 조금씩 몰아냈습니다.
자연스레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 대해서도 각자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한강 작가 작품들 중 좋았던 것들 혹은 한강 작가 작품을 읽고 싶어도 도서관에서 모두 대출되어 읽지 못하는 고충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우리 삶의 패턴은 제각기 떠돌아다니는 것들이 아니라
잠시라도 함께 박자를 맞춰 움직이는 것들 사이에서 생겨난다” (P107)
“고통에도 목적이 있다.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느낄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돌보지도 않는다’” (P151)
“자아를 규정하는 것은 고통과 감각이다.
당신이 느낄 수 없는 것은 당신이 아니다” (P153)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내 문구들을 읽은 후 각자의 삶과 경험에 맞춰 생각들을 공유했습니다. 제법 민감할 수 있는 사적인 얘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남녀노소 각자의 생각들이 공유될 때마다 귀를 기울인 시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러 세대들이 모인 만큼 문학 작품을 통해 세대 간 교류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오은희 작가는 상대적으로 청년들에게 많이 알려진 박준 시인의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작품을 공유하면서 청년들이 이 작품에 대해 왜 많이 공감하는지 물어보며 대화의 장을 이어갔습니다.
오은희 작가는 “젊은 세대와 시니어 세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많지 않다. 이전에 강의와 프로그램 등으로 어린 학생들부터 시니어까지 전 연령층과 소통했기 때문에 세대 간 소통이 왜 중요한 지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세대들이 대화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또한 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평소 얼마나 글을 쓰고 있는지,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시민들은 평소 궁금한 점들을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직접 글을 쓰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단어와 그 이유를 적고 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시민은 “인문학, 산책, 음악이에요”라면서 “자연을 느끼며 산책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시간이 되면 산책을 종종 하는 편이에요. 혼자 갈 때와 누군가와 같이 갈 때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오은희 작가가 중요히 생각하는 3가지 단어는 무엇일까요?
오 작가는 사람, 배려, 문학을 꼽았습니다. 이중 사람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저는 사람이 좋아요. 사람이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현실에서도, 문학 작품으로도 느껴요. 각자가 무한한 가능성이 가지고 있는 거죠. 사람은 천 겹 혹은 만 겹 이상의 존재라는 말이 있잖아요? 대화하면서 그 사람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게 좋아요”라며 미소 지었습니다.
문학 원데이 클래스는 두 시간이 지난 지도 모르게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처음 본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말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법한데도 시민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여러 얘기들을 담담히 전했습니다.
오은희 작가는 클래스를 이끌면서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진심으로 듣고 그 얘기에 공감했습니다. 본인이 준비한 텍스트에 오타가 있음에도 실수를 인정하면서 위트 있게 진행하는 모습은 클래스 분위기를 더 화기애애하게 했습니다.
산본도서관 상주작가인 오은희 작가는 “오늘 시민들이 솔직 담백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전해서 저도 배울 점이 많았고 더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이번처럼 청년 세대와 시니어 세대가 함께하는 자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각 세대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얘기하고 공감하다 보면 서로에 대해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산본도서관의 ‘상주작가가 초대하는 문학 원데이 클래스’는 11월 28일(목) 마지막 시간을 가집니다. 자세한 정보는 군포시 도서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포시 도서관 누리집 바로가기
- #군포
- #군포시
- #군포시청
- #군포살아요
- #산본도서관
- #상주작가
- #상주작가지원사업
- #오은희작가
- #오은희
- #원데이클래스
- #독서클래스
- #독서모임
- #리베카솔닛
- #멀고도가까운
- #문학클래스
- #문학원데이클래스
- #도서관
- #시니어클래스
- #염소는힘이세다
- #박준시인
- #슬픔은자랑이될수있다
- #인문학
-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