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전
전북 전시 가볼만한 곳 - 국립익산박물관 개관 5주년 특별전 ‘미륵사지 출토 치미-제작, 폐기, 복원의 기록'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백제 문화와의 만남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에 위치한 국립익산박물관은 백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륵사지 유적과 관련된 유물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어 백제 시대 불교문화와 건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익산박물관에서 ‘미륵사지 재발견’ 사업의 일환으로 개관 5주년 특별전 ‘미륵사지 출토 치미-제작, 폐기, 복원의 기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치미는 격이 높은 건축물의 지붕 용마루 양 끝을 장식하는 기와로, 치문鴟吻, 취두鷲頭, 반우反羽, 루미樓尾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습니다. 한반도에서는 4세기 중후반에 축조된 고구려 안악1호 무덤 벽화 등에서 초보적인 형태의 치미가 확인되었는데요.
7세기에 조성된 미륵사지에서도 다양한 형태와 문양을 담은 치미가 출토되었습니다. 완전한 모양이 아닌 편으로 존재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축적된 역사의 흔적이랍니다.
특별전 ‘미륵사지 출토 치미-제작, 폐기, 복원의 기록-’은 6부로 조성되었는데요. 프롤로그, 과학기술과 보존·수복을 통해 본 치미, 형태를 빚고 문양을 담은 치미, 용마루 위 장식기와 치미, 에필로그, 촉각 체험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성 당시 하나의 개체로 만들어진 치미가 어느 순간 폐기되고, 발굴 후 복원의 과정을 거쳐 온전한 모습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프롤로그와 1부
과학기술과 보존·수복을 통해 본 치미
지금까지 미륵사지에서 900개가 넘는 치미 조각들이 발견되었지만, 옛날 모습과 완전히 비슷하게 다시 만들어진 조각은 적다고 해요. 오래된 치미를 발견해서 조사하고, 원래의 모습과 비슷하게 다시 만드는 일은 잃어버린 옛날이야기를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하는데요.
미륵사는 백제 불교를 대표하는 사찰로 7세기 백제 무왕이 창건한 이래 조선 16세기 중반까지 법등을 이어 오다가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사세가 기울어 17세기경에 폐사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1974년 미륵사지 동탑지 발굴을 시작으로 1980~1994년에 미륵사지 전면 발굴조사가 이루어진 것이랍니다. 미륵사지의 사세와 규모는 발굴된 다량의 치미를 통해 추정해 볼 수 있는데요.
치미는 ‘테쌓기’ 방법으로 만듭니다. 주로 진흙을 고리처럼 만들어 여러 겹 쌓는 것인데요. 이렇게 만든 다음 날개를 따로 붙이기도 하고, 문양을 새겨 넣거나 진흙으로 문양을 만들어 붙여서 꾸밉니다.
큰 치미는 먼저 하나의 치미를 만든 다음 위와 아래로 잘라서 가마에 구운 뒤 잘랐던 두 부분을 다시 맞춰 완성한다고 합니다. 치미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거작(拒鵲)인데요. 치미의 날개에 작은 구멍을 만들고, 그 안에 얇은 금속 막대를 꽂았습니다. 새들이 치미 위에 앉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였다고 해요.
발굴된 치미 편을 보존·수복하기 위한 과정으로 3D스캐닝과 3D프린팅으로 치미 편들의 올바른 위치와 복원해야 할 결손 부위를 확인하는 처리 전 조사를 한 후 유물의 표면과 내부에 부착된 오염물을 제거하는 이물질 제거 과정을 걸칩니다.
편의 접합 위치를 확인하고 접합할 순서를 정하는 가접합 후 분리된 편들을 원래의 형태로 복원하기 위해 접합합니다. 유물의 원형을 객관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부분에만 실시하는 복원을 한 후 복원된 부분의 표면을 연마하는 과정인 성형을 걸친 후 유물의 색감과 비슷하도록 칠을 하는 과정으로 색 맞춤을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치미는 다양한 정보를 담은 타임캡슐처럼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답니다.
2부
형태를 빚고 문양을 담은 치미
중국에서 시작된 치미의 기원설은 다양한데요. 중국 한 무제 때 왕궁을 건립하면서 화재를 막기 위해 치미를 지붕에 두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치미의 사용은 고구려 고분의 벽화에서 처음 확인되었습니다.
익산 미륵사지 치미는 고구려 고분벽화보다는 늦은 시기에 만들어졌지만, 여러 다양한 문양과 형태가 남아 있어 한반도 치미의 변화 양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치미는 일반적으로 지붕과 결구하기 위해 돌출된 두부, 몸체를 가리키는 동부, 위아래로 휘어 올라가는 부분을 지탱하는 능골, 가장 윗부분에 있는 꼬리등 각 부분에 명칭이 있었습니다. 치미에는 문양도 있는데요. 미륵사지 치미에서 여러 가지 문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미의 동체와 종대를 꾸미고 있는 문양으로 보주문, 연화문, 용문, 조문, 연주문, 비늘문, 당초문, 반원문, 클로버 등이 있는데요. 이런 문양들은 부여 왕흥사지, 경주 사천왕사지, 충주 숭선사지 등 옛날에 절이 있었던 땅에서 발견한 치미에서도 비슷하게 볼 수 있다고 해요.
흙으로 빚고 조각하여 구운 치미에 선명하게 발견되는 문양이 다채로워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백제 특유의 아름다운 곡선과 정교한 문양이 새겨져 있어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3부
용마루 위 장식기와 치미
미륵사지 동승방지와 연못지에서 출토된 3점의 치미가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1점은 발굴 후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일반인에게 공개되었고 나머지 2점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같은 위치에서 출토되었는데도 그 크기와 형태가 다른 것이 치미가 만들어진 시기가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치미의 크기가 백제 대찰 미륵사의 웅장함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치미는 사찰의 지붕을 장엄하면서 나쁜 기운을 내쫓고 사역을 보호하는 상징물로 인식되었습니다. [고려사] 권54 지 권제8에 ‘신축 연기 같은 기운이 광화문 좌우 치미에서 나왔는데, 이보다 앞서 의봉루 치미에서 연기가 발생하고 정중부의 난이 일어있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재난·고난을 예견하기도 했나 봅니다.
에필로그
편으로만 전하는 치미의 나머지 부분들은 어떻게 생겼으며 그 편들은 제작되고, 폐기되고, 또 복원되면서 어떤 모습으로 완성되어야 할지 단번에 알 수는 없다고 합니다.
미륵사지 치미 연구는 지금부터 시작으로 여러분의 상상력과 전문가의 연구가 한데 모이면 새로운 형태의 치미가 완성될 수 있다는 말로 전시는 마무리했습니다.
국립익산박물관 개관 5주년 특별전 ‘미륵사지 출토 치미 – 제작, 폐기, 복원의 기록’은 백제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는 치미의 역사와 복원 과정을 되짚어보는 뜻깊은 전시였습니다.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치미는 단순한 건축 장식이 아니라, 백제 시대의 뛰어난 기술과 예술성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인데요. 치미의 제작 과정, 폐기의 이유, 그리고 현대 기술을 활용한 복원 과정까지 면밀히 살펴보면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백제 문화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별전을 통해 발굴된 유물들이 단순한 유적이 아닌, 백제인의 삶과 신앙, 그리고 건축미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기록물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복원을 통해 백제 문화의 찬란한 유산이 더욱 생생하게 복원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국립익산박물관 개관 5주년 특별전
<미륵사지 출토 치미-제작, 폐기, 복원의 기록->
🖈전시기간:
2024.10.22.화~2025.5.25.일
🖈전시장소:
국립익산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시간: 오전 9:00~오후6: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당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개관하고 다음 평일에 휴관)
🖈관람료: 무료
🖈문의: 063)830-0923
글, 사진 = 이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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