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시대의 사찰 '홍성 용봉사'
용봉산 등산 길에 만나 볼 수 있는 보물
홍성 신경리 마애여래 입상
충남 홍성군 홍북읍 신경리 510-24
충남 홍성군 홍북면 용봉산 자락에 용봉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용봉산 등산 길에 잠시 쉬어 가기 좋은 사찰이며
특히 보물로 지정된 홍경리 마애여래 입상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절의 연혁은 없지만 주변에서 백제시대의 기와조각이 출토되었고,
백제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조물이 남아 있어
용봉사는 백제시대에 창건한 절로 대략 1,400년 역사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래 절은 현 위치 바로 위 언덕에 있었으나 풍수지리의 명당이라는 이유로
1906년 평양 조씨 가문이 절을 부숴버리고 조희순의 묘를 세웠답니다.
그때 마을 사람들과 신도들이 지금의 위치에 임시 절을 세웠지만 곧 폐사되었고,
이후 1980년대에 다시 중창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사찰 내 전각으로 대웅전, 지장전, 산신각, 요사채가 있으며,
유물로는 보물로 지정된 신경리 마애여래입상과 영산회 괘불탱을 비롯해
유형문화유산 마애불과 동종 그리고 문화유산자료 석조와 부도가 있습니다.
일주문
사찰의 첫 번째 산문인 일주문은 맞배지붕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높은 단 위에 세워 밑에서 위로 올려다 보게 하여 약간의 웅장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작은 듯 작지 않고 화려한 듯 화려하지 않는 백제풍의 사찰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주문에는 수덕사 덕숭총림 4대 방장을 역임한 송원 설정 스님이 쓴 용봉산 용봉사 현판이 걸려있습니다.
마애불
일주문을 지나 약 50m 올라가면 우측 암벽에 마애불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커다란 바위에 돋을새김한 불상은 머리 부분이 입체적으로 돌출되었고, 몸통은 평면에 얕게 조각되었으며,
오른손을 아래로 내리고 왼손은 가슴 위로 올린 형태의 수인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상의 우측에 새겨진 정원 15년이란 글자를 통해 불상의 제작 연대가 신라 소성왕 1년(799)임을 밝히고 있어,
당시의 불상 양식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어 1985년 충남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부도
마애불 맞은편에 두 기의 부도가 자리하고 있는데 그 중 한 기가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두 기의 부도 중, 좌측의 중화 대선사 부도는 외관상 최근의 것으로 보이고,
우측 부도는 평양 조씨 가문이 조희순의 묘를 세우면서 절을 파괴하자
1910년경 이곳으로 옮겼는데 누구의 것인지 확인되지 않습니다.
둥근 공 모양의 탑신 위에 마모가 심한 6각형 지붕돌이 올려진 부도는
비록 제작 시기와 주인공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부도 형태의 특성을 고려해 1984년 충남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었습니다.
일주문에서 경내 입구까지 그리 긴 거리는 아니지만 비탈졌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유물도 볼거리지만 산세를 보며 걷는 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가람
원래의 자리에서 밀려난 용봉사는 산비탈을 깎고 석축을 쌓아 조성한 터 위에 가람을 이루고 있습니다.
석축에 문짝이 달려있는 것으로 보아 저장고가 설치된 듯합니다.
대웅전
석축을 쌓아 조성한 터 위에 아담한 대웅전과 사자 네 마리가 떠받치고 있는 팔각 구층 석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에 맞배지붕의 주심포집으로 지은 대웅전은
크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석축을 3단으로 쌓아 높게 조성한 터에 세워져 있어
중심 법당으로서 엄숙하고 근엄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웅전 현판 글씨는 수덕사 덕숭총림 3대 방장을 역임한 원담 진성(1926~2008) 스님이 썼습니다.
법당에는 아미타 삼존불과 후불탱화가 봉안되었고, 그 외 칠성탱화와 신중탱화가 걸려있습니다.
조선 숙종 15년(1689)에 장희빈으로 널리 알려진 희빈 장씨가
아들 균(훗날 경종)의 탄생을 축하하여 아미타불을 조성해 용봉사에 봉안하였는데,
1906년 평양 조씨 가문이 절을 파괴하고 불상을 아무렇게 방치하자 서산 부석사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1980년 아미타불상을 도난 당해 지금은 행방을 알 수 없답니다.
대웅전에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자그마한 동종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상단에 범자를 새긴 원을 둘렀고 그 밑으로 유곽 사이에 보살 입상이 그려진 동종으로,
표면에 쓴 건륭 36년이란 글자를 통해
조선 영조 47년(1771)에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2024년 충남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지장전
대웅전 좌측에 지장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웅전과 동일한 형태인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에 맞배지붕의 주심포집으로 지었는데,
특이한 것은 측면에 외짝 띠살문을 앞뒤로 두 개나 설치하였습니다.
지장전 현판 글씨는 수덕사 덕숭총림 4대 방장을 역임한 송원 설정 스님이 썼습니다.
전각 안에는 보궁형 닫집 아래 좌우보처 없이 독존의 지장보살과 후불 목각탱이 봉안되었고,
좌측으로 영산회 괘불탱이 걸려있습니다.
보물 영산회 괘불탱
항마촉지인의 수인을 한 석가모니불을 가운데로
위에서부터 분신불 2구, 10대 제자, 8대 보살, 범천과 제석천, 사천왕이 배치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조선 숙종의 아들이 일찍 죽자 명복을 빌기 위해
숙종 16년(1690)에 화승 진간이 그린 것으로 1997년에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요사채
대웅전 우측에 자리한 요사채는 ㄱ자 형태의 맞배지붕 건물에 우진각지붕의 건물을 이어 붙여 ㄷ자 형태를 이루었고,
정면의 용봉사 현판이 걸린 곳은 종무소이고, 적묵당 현판이 걸린 곳은 스님의 생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석조물
요사채 아래에 전시한 석조물은 물을 담기 위한 석조(위)와 절구(좌), 맷돌(우)이며 모두 백제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원래 용봉사 옛 자리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겼으며 1984년 충남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었습니다.
맷돌의 크기로 볼 때 용봉사 사찰의 규모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만합니다.
산신각
요사채 뒤 외지고 한적한 곳에 사찰의 별미라 할 산신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찰을 수호하는 외호신이자 신도들에게 풍요와 복을 약속하는 산신이 거처하는 곳입니다.
이제 용봉사를 방문하는 진짜 목적인 신경리 마애여래 입상으로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신경리 마애여래 입상
커다란 암벽에 마애여래불을 돋을새김한 것으로 높이가 4m나 되는 거대한 불상입니다.
오른손은 아래로 내리고 왼손을 들어 손바닥이 밖을 향한 수인을 하였는데,
사찰 초입에 있는 마애불과 모습이 흡사합니다.
다른 점은 후대에 올려 놓은 것으로 보이는 개석이 머리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이 불상은 높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불상을 정면으로 볼 수 있도록
수직으로 절개를 하지 않고 아래로 비스듬하게 경사로 불상을 조각하였습니다.
제작자의 속 깊은 배려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불상은 1963년 홍성 신경리 마애여래 입상으로 지정되었는데,
당시 용봉사가 중창되지 않았기 때문에 용봉사 대신 지명인 신경리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용봉산 등산을 하다가 잠시 들려 옛 선조들의 작품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홍성 용봉사
○ 충남 홍성군 홍북읍 용봉산1길 109
○ 충남도청에서 용봉사까지 3.5km이며 자동차로 약 5분 소요
* 방문일 : 2024년 1월 10일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지금 즉시 출발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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