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자연의 풍경과 따듯한 인심이 가득한 '회덕향교'
싱그러운 자연의 풍경과 따듯한 인심이 가득한 '회덕향교'
향교는 고려시대부터 시작해서 조선시대까지 지방의 정치 중심지에 설치한 관학교육기관입니다. 향교가 지방 교육제도로 정착한 것은 조선시대 군현제가 강화된 시기와 함께 합니다.
지금의 대전 지역에는 향교가 두 곳 있는데 하나는 회덕향교이고 다른 하나는 진잠향교입니다. 대전 지도에서 보면 회덕향교는 대전의 북동쪽이고, 진잠향교는 대각선으로 남서쪽인데, 모두가 공주목에 속한 지역이었습니다.
회덕향교로 들어가는 길은 지금도 상당한 경사로를 올라갑니다. 산 위로 제일 안쪽에 있고 회덕향교 너머에는 대나무숲과 산만 있습니다. 지금도 높은 곳에 있는데 조선시대에는 거의 산 중턱에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입구에는 도로 폭만큼 넓게 세운 홍살문이 있고 옆에는 이쯤에서 말에서 내리라는 하마비가 있습니다. 하마비 옆으로 포장되지 않은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주차하거나 차량이 많이 오면 도로의 흰 선을 따라 차를 세울 수 있습니다.
길옆에 있는 배롱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백 일 동안 꽃이 필 것 같습니다.
회덕향교는 조선시대 초기에 회덕 읍내동에 세웠다고 하는데 임진왜란 때 모두 불에 탔다가 1600년(선조 33)에 중건했고, 1812년(순조 12)에 크게 중수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읍내동은 당시 회덕현의 행정 중심지였습니다.
회덕관아는 회덕향교에서 남쪽 산 아래에 있었고, 그 자리에는 현재 회덕동 행정복지센터가 있습니다.
1812년에 고쳐 지은 후 오늘날에 이르고 있고, 1969년에도 전반적인 보수를 했으며 1989년에 외삼문을 개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매우 깔끔하고 단정하게 관리가 잘되고 있는 회덕향교룰 볼 수 있습니다.
회덕향교 대성전은 대전광역시 문화재자료 5호로 되어 있는데, 명칭이 바뀌었으니 '문화유산 자료'라고 해야 합니다.
솟을 대문으로 만든 외삼문을 보면서 오른쪽에는 회덕향교 관리 건물이 있습니다. 이동식 컨테이너 건물에는 '도서관'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내부가 책을 두고 관리할 만큼 온습도가 조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회덕향교는 콩떡 돌담 아래 만든 화단의 느낌이 매우 좋습니다. 단독주택을 짓는다면 담장 아래 이와 같은 화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회덕향교 외삼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서 담장 너머로 보았습니다. 외삼문을 지나 들어가면 중문을 겸한 긴 건물이 있는데, 중문 동쪽은 제향을 준비하는 전사청이고 서쪽은 공부하던 서재입니다. 유생들의 기숙사였던 서재(西齋)가 아니라 공부하던 서재(書齋)입니다.
중문에는 '입덕문' 현판을 걸었는데, 좌우 문에는 글자를 붙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문구가 아니다 보니 해석은 되지 않았습니다. (회덕향교 문의: 042-628-2021)
왼쪽 돌담을 따라 올라가면서 한옥의 기와지붕이 너울너울 리듬을 탑니다.
입덕문을 들어서면 강학공간 명륜당이 있습니다. 명륜당 양쪽으로는 온돌방이라고 합니다. 동재, 서재가 소실된 후로 이 온돌방이 유생들의 기숙사를 대신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명륜당 건물 뒤와 대성전 앞의 내삼문 사이의 공간에는 유생들이 기거하는 동재와 서재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5월 20일, 이곳 회덕향교 명륜당에서는 전통 성년례가 열렸다는 현수막이 지금도 걸려 있습니다.
공간이 넓지 않아서 동재와 서재가 있어도 조촐한 건물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동재와 서재가 소실되고 터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담 너머로는 터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계단을 몇 개 올라가면 내삼문이 있고 내삼문 안쪽에는 대성전이 있습니다.
대성전은 대전광역시 문화유산 자료입니다. 내부에는 마루를 깔았고 천정은 연등천정이라는데 기회가 되면 내부도 보고 싶습니다. 이곳 회덕향교 대성전에는 중국 5성의 위패와 송조 4현, 한국 18현의 위패를 동서 양쪽 벽에 배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5성은 공자, 안자, 증자, 자자, 맹자, 송조 4현은 주돈이, 정호, 정이, 주희입니다.
한국 18현은, 흔히 통일신라하고 하는 남북국시대 이두를 만든 7세기 설총과 9세기 문장가 최치원부터 안유, 정몽주, 김굉필, 이황, 이이, 조헌, 송준길, 송시열 등을 말합니다. 매년 봄과 가을에 석전대제를 올리는데, 전통을 보존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돌담이 경사진 산길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방향을 돌려 남쪽을 내려다보니 멀리 새로 지은 고층 아파트단지도 보입니다.
해당 영상은 회덕향교의 모습을 담은 영상입니다.
회덕향교를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에 밭에 세운 허수아비가 인상 깊었습니다. 근데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회덕향교 앞에 있는 밭에서 고추를 따던 분인데, 고추를 많이 땄다고 한 보따리 주셨습니다.
싱싱한 고추가 신품종이고 매우 맵다고 하시며 주셨습니다. 감사히 받았는데, 양이 많아서 주변 분들과 나눠 먹어야 하겠습니다. 먹을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대덕구의 인심은 최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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