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전
'철암탄광역사촌'에는 기억이 산다
철암탄광역사촌을 걷는다.
바람이 찬데, 햇살은 묘하게 따뜻하다.
어깨를 조금 웅크린 채,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이곳은 한때 철암시장이 있던 자리다.
장날이면 사람들로 붐볐을 장터,
그 왁자지껄한 풍경이
지금은 고요한 공기 속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다.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작은 가게들.
카페도 있고, 식당도 있다.
하나하나 정겹고,
리모델링된 간판들에는
광부의 흔적이 묻어 있다.
‘탄광역사촌’이라는 이름이
이 거리의 정체성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래전 광부들이 걸었을 길,
아이들이 뛰놀았을 골목,
누군가는 이곳에서 사랑을 시작했을 테지.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젊음의 양지, 단란주점’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지금은 굳게 닫혀 있지만,
그 시절의 웃음소리, 술잔 부딪히던 소리,
혀 꼬부라진 술타령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폐광 열차가 멈춰 있다.
바퀴엔 녹이 슬고,
철제 상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쩐지,
그날의 노동과 삶이
그 안에 담겨 있는 듯했다.
낡은 창틀과 페인트가 벗겨진 벽,
깨진 유리와 뒤틀린 목재들이
이 거리의 시간을 말해준다.
시간이 멈춘 듯.
낡은 나무 계단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한 벽면에는 조형물이 있다.
광부의 헬멧을 쓴 사람들.
허리를 굽히고, 곡괭이를 들고,
석탄을 캐고 있다.
장성 광업소, 강원 탄광,
함태 탄광, 한보 탄광...
탄광 이름이 낯설지 않다.
지금을 어느 곳 하나 남아 있질 않다.
한 아주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거리를 걷는다.
등은 굽었고, 발걸음은 느리다.
뒷 모습에 골목의 시간이 배어 난다.
하천변 필로티 주택.
전형적인 탄광촌 모습이다.
황금빛 동상 하나가
아이를 업고 손을 흔들고 있다.
"여보, 조심히 다녀오세요.
오늘도 무사히, 꼭 살아서 돌아와요~"
어릴 적 우리 엄마를 보는 것만 같아
코 끝이 시큰해진다.
그렇게 한바퀴를 돌고
노란 찹쌀 꽈배기 박스를 발견했다.
달큰한 냄새가 퍼지고,
바삭한 튀김 옷 사이로 설탕이 반짝인다.
그 순간, 마음이 조금 풀린다.
한입 베어 물자
입 안 가득 어릴 적 장터의 풍경이 퍼진다.
기억도, 맛도, 사람도
이 거리에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철암은 그대로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옅어져도
이 길 위엔 여전히 사람들이 걷는다.
걷는다는 건, 잊지 않겠다는 마음이니까.
그렇게 철암 쇠바우골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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