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도자의 맥을 잇다

전국 최대의 도자 산업 집적지인 여주. 천년을 이어온 도자기의 명맥은 여주인의 자긍심이다. 이러한 고유의 가치와 정신을 널리 알리고, 여주 도자의 예술적 위상을 선보이기 위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 중이다. 여주 도자 산업이 더욱 번창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앞장서는 이들의 노력과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글. 두정아 사진. 김경수


여주도자나날센터 전시장

한국 도자 생산의 메카, 여주

여주에서 도자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고려 초부터다. 지난 1999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중암리에서 고려백자 가마터를 발견함으로써 알려졌다. 이 발견은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경기도박물관의 발굴 조사로 이어졌다. 여주 도자기의 역사를 천년 가까이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용인 서리 고려백자 가마터, 시흥 방산동 청자와 백자 가마터와 함께 우리나라 초기 가마터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여겨지는 만큼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10세기 이후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중암리 백자 가마터는 벽돌가마에서 진흙가마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특징을 지니며 아궁이, 소성실, 굴뚝부 등이 잘 보존된 편이다. 가마터 인근 퇴적층에서는 2,200여 점의 자기가 출토돼 고고학적 가치가 충분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자 유적 중 가장 이른 시기로 추정되는 중암리 고려백자 가마터를 필두로 11~14세기 운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전리와 부평리 가마터, 13~14세기 북내면 청자 가마터, 임진왜란을 전후한 시기부터 후기까지 꾸준히 분포한 강천면과 북내면 조선백자 가마터 등 조사된 여주지역 가마터는 84기에 달한다. 이는 여주가 고려 초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도자 역사의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주는 오래전부터 도자기로 유명했는데, 신륵사 북서쪽에 자리 잡은 싸리산에 질 좋은 백토, 점토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훌륭한 도공들이 여주에 모이면서 산업이 발전하게 됐고, 남한강 수로를 이용한 물자 이동도 활발한 발전을 더 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여주에는 천년의 맥을 잇는 200여 개의 도예 업체가 다양한 예술품 및 생활 도자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국의 생활 도자기의 약 60%가 여주에서 생산된다.

여주도자나날센터 내부 전경(왼쪽)과 신륵사관광지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여주 전통 가마(오른쪽)

함께라서 행복한 여주도자기축제

여주는 전통 도자기의 예술적 가치를 계승, 발전시키고 도자기 문화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선도해왔다. 1990년 여주민속도자기대축제로 첫발을 디딘 여주도자기축제는 도자기를 중심으로 한 성공적인 지역 축제로 지금껏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여주 도자기의 우수성과 여주 문화예술을 결합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올해 열리는 제36회 여주도자기축제에서도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마주 봄, 함께라서 행복한 자기’를 주제로 5월 3일부터 12일까지 여주 신륵사관광지 일대에서 개최되는 여주도자기축제는 특히 어린이날, 스승의날을 기념한 특별방송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어 기대를 모은다.

개막식에는 ‘미스터 트롯’의 영기, ‘미스 트롯’의 정다경과 홍지윤, 여주시 홍보대사 테이와 신델라의 축하 공연과 함께 드론쇼와 불꽃놀이로 축제 시작을 알린다. 둘째 날은 작년에 이어 다시 찾아온 EBS 펭수와 트로트 부르는 개구리 탑골스타 개청이가 재미를 안길 예정이며, KBS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서도 함께한다.

축제 기간 내 설치되는 약 600평 규모의 도자기 돔 판매장에서는 사전 접수를 통해 선정된 여주 도자기 80여 개 업체가 생활 자기부터 예술작품까지 여주를 대표하는 다양한 도자기 상품 및 작품을 판매한다. 또한, 도자기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과 청년 도예인들이 꾸미는 ‘청년 도자의 거리’, 전통 방식으로 도자기 굽기를 재현하는 ‘전통장작가마’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자기 관련 체험이 준비된다. 축제는 여주시가 주최하고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과 세종문화재단이 공동 주관한다.

여주 전통 가마(왼쪽)와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오른쪽)

도자기 체험으로 삶의 충전 기회를

신륵사관광지에 자리 잡은 여주도자세상은 여주 도자 문화의 허브로, 경기생활도자미술관과 경기창작공예센터, 여주도자문화센터, 여주도자나날센터 등의 공간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도자기 전시장과 체험장, 판매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2019년 개관한 여주도자문화센터는 체험 프로그램과 전시를 연중 개최하며 시민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주도자문화센터 1층에 있는 도자 체험장 ‘여도랑’은 ‘여주 도자기랑 우리는 함께 이어져 있다’는 의미가 담긴 문화 공간으로, 유아에서 성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올해 개장 3주년을 맞아 이용객 대상에 맞춘 전문적인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기획을 강화했다. 특히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진행했던 기업 내 직장인 단체를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또한, 지역의 도자 문화자원을 활용한 학교 연계 도자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상시 프로그램은 도자 채색과 점토 성형 등 2종으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완성한 작품은 유약 시유와 소성 과정을 거친 후 한 달 이내에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음식 그릇이 다르면 행복도 다릅니다

여주시는 도자 산업을 단순히 제조업으로 인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예술, 관광, 체험 등과 결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확장을 모색 중이다. 맛깔스러운 음식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위생적인 여주 도자기 식기 사용을 권장하기 위한 음식점 대상 ‘여주 도자기 구입비 지원사업’도 그 일환이다.

올해는 지원 대상을 일반 음식점에서 휴게 음식점까지 확대 지원하고, 여주도자기축제 기간 동안 축제장 내 운영 예정인 음식점도 지원한다. 총 20개 업체를 선정해 구입비 한도액 300만 원 중 80%인 240만 원을 지원한다. 올해는 특히 시 공동 브랜드 「나날」 20여 개 업체에서 다양한 제품을 개발, 한식·양식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신제품을 추가했다. 음식점은 식기 구입비 혜택을, 도자업체는 판로 확대와 소득 증대를, 관광객은 위생적이고 품격 있는 여주 도자기를 경험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Mini Interview]

여주 도자기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피재성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은 중소 도자 업체가 회원으로 활동 중인 여주 최대의 도자 관련 단체다. 1985년 중소기업 등 협동조합법에 따라 여주 도예인들이 도자기 산업의 발전과 조합원의 복리 증진을 위해 설립했으며, 현재 135명이 활동 중이다. 다양한 도자기 행사를 통해 회원의 판로를 지원하고 교육사업을 통해 제작기술 계승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월 총회를 통해 피재성 회원이 새 이사장으로 선출되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도약에 나섰다. 다음은 피재성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Q.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이하 조합)의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하신 소감을 들려주세요.

A. 변화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선거기간 동안 좋은 의견을 내주시고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 조합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인 이익보다 여주 도자기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도예인들의 바람들을 하나하나 풀어서 뜻을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요?

A. 소통과 화합입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일수록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협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번 이사진을 구성할 때 도예인 6개 단체에서 한 명씩 추천을 받고,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조합원 3명을 추천받은 것은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전체 조합원의 의견과 아이디어가 모이면 집행부는 그것을 실천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원의 이익 추구와 도자기 산업의 발전, 후손들에게 좋은 기반을 물려준다는 생각을 중심에 둔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전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조합의 대표 행사나 주요 일정 등을 소개해 주세요.

A. 여주도자기축제는 조합의 대표 행사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한국도자재단의 경기도자비엔날레는 올해 9월 여주에서 개막식을 진행합니다. 우리 조합은 판매 부스 운영, 체험 행사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여주도자문화센터 ‘여도랑’

Q. 남북코리아국제미술전 도예부문 국제예술상을 수상하시고, 개인 및 단체 전시회를 여시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계십니다. 도예인의 길을 걷게 되신 과정이 궁금해요.

A. 아버지께서는 한국전쟁 후 14살부터 도자기 공장에서 일하셨습니다.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는데, 20대에 창업한 공장이 호황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님 사업을 이어 하다 보니 어려서부터 봐오던 것이지만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야간으로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도자기기술학과를 다니며 유약과 소지 및 안료 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웠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많아 문경대학교 도자기공예과를 다니면서 도자기 만드는 법과 디자인하는 법, 굽는 방법 등을 배웠습니다. 현재 공방 ‘해성요’에서 일반회원 30여 명과 같이 작업하며 전문가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기발한 발상과 결과물에 감탄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여주 도자기 산업을 위해 필요한 행정 지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여주시 도예팀에서 운영하는 나날센터는 유약연구실과 디자인지원실을 운영해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나날센터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청년들이 도자기 산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노력 또한 절실합니다.

Q. 최근 도자기 트렌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대의 도자기 생산지인 여주에서는 생활 자기 그릇, 머그잔, 커피잔, 쌀독, 화분뿐 아니라 개성 넘치는 작가님들의 작품이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분들은 가볍고 튼튼한 그릇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화려하고 다양한 그릇들이 생산되고, 개인의 취향까지 고려한 개성 넘치는 장식 소품, 애완동물과 관련된 도자기들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Q. 꿈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첫째는 여주도자기축제를 통해 여주 도자기의 우수성을 알리고, 참여 업체들의 수익 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보다 도자기 사용을 많이 하도록 습관을 바꾸고 제도를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도예인들과 함께 여주도자기축제를 찾아오시는 손님들께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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