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재생사업 이야기

'로컬'을 선택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

자생(自生)을 위한 재생을 꿈꾸며

로컬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해드립니다.


지역의 낙후와 쇼핑난민

재생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

마을은 살고 있는 사람과 그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거공간, 필요 서비스나 제품을 판매하는 상권으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낙후가 진행되는 마을에는 상권이 사라지게 되고 그로 인해 쇼핑난민이 발생되게 됩니다. 병원, 학교, 문화·체육시설 등 과 같은 생활 인프라가 가깝지 않은 문제와 다르게 음료수가 너무 마시고 싶은데 슬리퍼 차림으로 나가서 음료수를 살 수 있는 슈퍼, 편의점이 없는 것이죠. 인터넷 켜서 손가락만 까딱하면 새벽 배송이 오는데 무슨 소리냐 할 수 있겠지만,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가깝게 그런 지역들이 많고, 새벽 배송이 가지 못하는 곳이 갈 수 있는 곳보다 많답니다.

필진은 지난 8월 김제시 넓은 논 한가운데 버려진 폐가를 고쳐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삶과 책방을 열어 외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든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를 지인을 통해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느른 채널을 팬심으로만 보았는데, 오랜 시간 이야기 나누지 않았지만 친밀한 감정이 드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김제시 죽산면에 공간을 운영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시골살이, 시골학교 유학에 대한 막연한 꿈이 있었던 그때 죽산에서의 여러 일을 고민하고 실현해 보는 시간은 흥미로웠습니다. 죽산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4도3촌, 5도2촌 생활이 시작되었고, 쇼핑난민이 어떤 건지 현실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희는 시골살이가 크게 어렵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불편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필요하면 걸어서 갈 수는 없지만 차로 20분 내외면 어디든 가서 편의점, 마트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그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를 가지고 오지 않은 날 그 불편함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홀로 프로젝트 운영 때문에 김제에 내려갔던 공동 운영자 오호진 대표가 부량면 책밭에 발이 묶였는데 어떻게 죽산으로 다시 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연락이 왔고, 다행히 마을 주민분이 태워다 주면서 그 또한 추억거리로 웃으며 이야기하게 되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골에서의 커뮤니티케어, 서로를 돌보는 삶이 너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행여 그 사람이 마을 어르신이었다면, 그 어르신이 몸이 아파 병원을 급히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혹은 몸이 아파 며칠째 생필품을 사 오지 못했다면.. 이게 쇼핑난민이겠구나 했습니다.

쇼핑난민이라는 단어는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 : 지역활성화를 위한 ‘사람과경제 생태계’ 디자인 바이블(카케이 유스케 지음)」에서 접하게 되었는데, 그 뜻은 식료품‧일용품 상점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거동, 교통이 불편해 상점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이르는 말입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쇼핑 난민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인구 소멸 정책은 우리나라보다 10년 먼저 시작되었다고 하고, 그 정책들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도시재생사업, 마을만들기사업, 어촌뉴딜300, 농어촌 지역역량강화사업 등이 유사하다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사업들의 공통적인 목적은 지역주민의 역량을 강화하여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고,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것입니다.

해당 책에 있는 내용의 일부를 보면 경제 쇠퇴 루프가 지역 산업의 쇠퇴가 매력. 안정. 직업이 부족해지면서 지역 밖으로 진학, 취업으로 이어지고 젊은 층의 유출 증가로 이어지고 출생 수가 감소하며 인재 후계자가 부족한 상황이 지역 내 소비가 감소하게 되어 쇠퇴로 이어지게 되면서 커뮤니티의 약화, 향토애의 저하 등의 상황이 경제 쇠퇴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용 출처 :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카케이 유스케 지음)

생활 곤란의 루프는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쇼핑난민의 증가는 지역 활동 교류 기회를 감소시키고 국가 지자체 재정의 약화로 돌아가게 된다는 설명으로 굉장히 공감이 가는 루프였습니다.

@내용 출처 :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카케이 유스케 지음)

지역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문제는 여러 가지 지속가능발전의 저하를 가져오게 되고 그것이 결국 인구 소멸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문제의 출발에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역의 매력도! 그 매력도를 찾아 다시 사람이 찾는 쇠퇴되지 않는 마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변화하고 있는 지역과 로컬크리에이터들을 만나 그 매력을 어떻게 살리고 있는지 필진은 이번 기고를 통해 찾아보고 그 가능성을 글이 아닌 현실에서 만나고자 합니다.

많은 도시재생 지역에 주민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난 마을들을 보면 결국 해답은 지역주민들에게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외부에서 청년이 들어와 상권을 살리던, 지역 청년이 살리던, 마을 주민이 살리던, 그 지역을 살아내야 하는 지역주민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은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김제시 죽산면 트윈스 테이블은 죽었던 상권을 살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림자수공방, 하이바틀, 죽산포레스트가 함께 하고 있는데, 이 상권이 가능해진 건 해당 건물들을 소유한 지역주민이 저렴한 가격, 무상임대 등으로 지지 응원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밤 9시 칠흑같이 캄캄했던 죽산면은 상점들이 켜놓고 간 불빛으로 더 이상 어둡지 않습니다.

트윈스 테이블

죽산포레스트

아직 갈 길이 멀고, 어느 순간 이마저의 사람도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살아내야 할 주민이 그 상권을 지키고 있고, 버텨갈 수 있도록 지금은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몇 년 전 강릉 시나미명주길의 유명한 봉봉방앗간 카페를 찾았을 때 대표님이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8년 전 이 카페를 차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왜?라고 했는데...

마을 할머니들이 문을 자꾸 열어봤어요...

- 강릉 봉봉방앗간 카페 대표님 曰 -

왜요?

- 박설인 기자 -

망하지는 않았는지,

이 총각 어디 가지는 않았는지

불안해서 열어본다고 하시면서

커피를 달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어르신들이 커피를 팔아준 카페에요. 여기가.. 그렇게 8년을..

그렇게 10년을 넘게 할 카페입니다.

- 강릉 봉봉방앗간 카페 대표님 曰 -

그때.. 머리를 한 대 맞는 느낌과 가슴이 먹먹해지는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동네는... 마을은... 주민으로...

그러니까 다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각자의 동네에서 낭만 있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글, 사진 = 박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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