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숲 군웅제’
[박수종 기자]
숙정공주가 오신 지 356년이 되는 올해 음력 10월 1일, 덕고개 군웅숲에서 전통과 미래가 만나 융합하는 전통문화 행사로 <군웅제>를 지냈습니다.
조선왕조 17대 효종의 다섯째 딸인 숙정공주의 묘가 이곳 속달동에 자리 잡으면서 제사 때 효종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고 설명하시더군요. 당숲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등 혼란기를 거쳤지만, 조선 왕실의 묘지 부속림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지금까지 무사히 보존되었다고 합니다.
당숲에는 서어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등 수령이 300년가량 된 고목들이 늘어서 있어 가을이면 단풍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데 제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군웅제는 마을의 안녕과 주민의 화합,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와 놀이, 어린이와 청장년이 함께 어울리는 행사로 당숲 안쪽에 짚으로 엮은 터줏가리를 신체로 삼아 제를 지내는 것입니다. 전통이 많이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마을 단위로 제를 지내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오전에는 군웅숲 정화 활동을 하고, 터줏가리를 준비하는데 터줏가리는 일반적으로 서너되들이의 옹기 단지에 쌀이나 벼를 담고 뚜껑을 덮은 다음 그 위에 원추형 모양의 짚을 틀어 엮어 씌운 형태를 취합니다. 새끼꼬기, 터줏가리 만들기, 기원 소지 꽂기 등 준비가 끝나면 만신의 주재로 곡식을 올리는 행사이지요.
접수대에서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들이 소원을 적어내면 만신이 읽고 종이를 접은 후 황태 입에 꽂아 기원문을 불에 태우면서 소원을 비는 행사도 있었습니다.
군웅숲에선 <숙정공주 오시네>를 주제로 유형렬 한얼국악예술단장을 비롯한 세 명이 준비한 대북공연 <천고의 울림> 공연이 있었고, 김은희&늘~샘 무용단에서 <숙정공주 잠들다>라는 무용 공연이 있었는데 올해엔 숙정공주가 더 부각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청년 대표로 대학원생인 천태현군이 군웅제의 시작을 알리고 하은호 시장님을 비롯한 내빈의 축하 인사에 이어 군웅제 보전회 김정수 회장이 본 고사를 알렸습니다.
하얀 도포를 입은 군웅제 보존회 회원분들이 경건한 자세로 터줏가리 주변에 서 있고 터줏가리 앞에 팥시루, 명태포, 감, 밤, 대추 등을 진설해 놓았습니다.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가운데 생돼지 한 마리를 통으로 옮겨왔습니다.
희방전통문화원에서 진행한 본 고사는 만신이 차례로 주재하며 제물로 통돼지를 올리는데 창에 꽂아 세워져야 다음 순서로 진행이 됩니다. 현장에선 한참 동안 세워지지 않아 걱정거리가 많아서 그러는 듯하다며 돈을 더 붙이니 서게 되더군요. 참석 내외빈들이 마을과 군포시의 무사 안녕을 빌며 술을 올리는 참배와 비손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혼집 주저리 태우기가 진행되었는데 작년에 만들었던 터줏가리 짚을 태우며 액막이 불놀이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소방대원과 진화대원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준비하고 있었고 잔불을 정리한 후 끝냈습니다.
명과 복 나눔에서는 돼지고기, 어묵국, 밥, 떡, 생김치, 된장, 배추쌈 등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참여한 모든 사람, 군포시민들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며 환담을 나누었습니다.
많은 민속행사가 사라져가는 요즘 <군웅제>는 우리 고장에서 지내는 의미 있는 민속행사이므로 더욱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작년에 비해 따뜻한 날씨 덕분에 참석하신 분들의 수고가 조금은 덜했으리라 생각되지만, 많은 식사와 제수 준비로 늦은 시각까지 군웅제 보존회 회원님들의 고생이 많았습니다. 공연에 참여하신 분들도 기꺼이 봉사해 주셔서 더 뜻깊은 행사가 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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