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수국향과 달빛에 젖은 통영 바다를 감상할 통영 이순신공원
여름이라, 밤이라서 좋습니다.
어둠이 내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곳이 있습니다. 낮과 다른 풍경이
우리를 반기는 통영 이순신공원이 그러합니다.
이순신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방파제가 있습니다. 방파제에는 조선 수군이
신호용으로 사용한 연이 그려져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연이 우리에게 반갑다고
신호를 보내는 듯합니다.
공원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웁니다.
주차장 한쪽에는 화장실도 있어
미리 밤 산책에 앞서 비웁니다.
본격적으로 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레드카펫 대신 청사초롱처럼
불빛이 앞길을 밝히며 어서 오라고 인도합니다.
커다란 메타세쿼이아 사이로 불빛을
벗 삼아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갑니다.
20m 가량의 언덕길을 올라가면 불침번을
서고 계신 이순신 장군을 만날 수 있습니다.
거북선 모양의 기단 위로 장군의 친필 휘호
'必死卽生, 必生卽死 (필사즉생 필생즉사)'가
새겨져 있습니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장군의 말씀이
어둠 속에서 우리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장군 곁을 떠나 바닷가로 향하면 어둠 속에서
별처럼 빛나는 해안가 불빛들이 점점이 빛납니다.
어둠 속에 갇힌 바다는 그저 칠흑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바다를 향한
조선시대 대포인 총통이 보입니다.
1592년 8월 14일(음력 7월 8일)
조선 함대 59척과 일본 함대 73척이 맞서
학이 날개를 편 듯 진(鶴翼陣)을 펼쳐 적선 59척을
격침한 한산대첩의 현장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공원은 가로등이 은은하게 퍼져 고즈넉합니다.
산책 나온 이들이 휴대전화 조명으로
앞길을 밝히기도 합니다.
아늑한 풍경에 이끌려 어디로 걸어도 좋습니다.
바다를 돌아온 바람마저 달곰합니다.
산책길을 따라나서자 저만치에서
통영 마스코트 '동백이'가 보입니다.
통영시 시조(市鳥)인 갈매기와
시화(市花)인 동백꽃을 합쳐 완성된 캐릭터가
통영 갈매기 '동백이'입니다. 머리에 꽂힌
붉디붉은 동백꽃과 하얀 몸이 대비를 이룹니다.
녀석과 인사를 나누자 맞은 편 이순신 장군의
시를 새긴 시비들이 줄지어 우리를 반깁니다.
"남쪽 바다 가을 하늘 저물고 /
찬바람에 놀란 기러기 떼 높이 오른다. /
큰 시름에 잠 못 들어 뒤척이는 밤 /
새벽달이 활과 칼을 비추누나 //"
장군의 '한산도 야음'을 읊노라니
당시가 떠오르는 듯합니다.
시비를 벗어나면 온통 "수국수국"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수국들이 은은한 향내를
머금고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수국 길을 따라 걷습니다.
수국 향에 일상 속 묵은내를 날려버립니다.
저만치 보이는 불빛도 고요합니다.
그저 평화로운 기운이 우리 몸과 마음을 감쌉니다.
그러다 벤치에 앉았습니다.
뭍 불빛에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는
제 얼굴을 살짝살짝 드러냅니다. 멍을 때립니다.
다시 산책길로 접어들자,
바다 쪽을 향한 수국 무리가 다시금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수국 곁에서 바다를 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수국수국"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밤이라서 고요하고 아늑한 풍광과 함께
개운하게 공원을 거닐었습니다.
지금 이순신공원을 거닌다는 것은
은은한 수국 향에 취할 기회요 달빛에 젖은
통영 바다를 감상할 좋은 때입니다.
이 조화로운 풍광에 머리를 식히기 좋습니다.
일상 속 번잡함을 비우고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얻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초여름 밤,
통영 이순신공원에서 살랑하게 부는
바람 따라 기분 좋게 걸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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